동북아 허브, 한국의 문
인천은 예로부터 한국으로 통하는 관문이었다. 근대 문명이 이 땅에 들어온 것도 인천을 통해서였다. 대륙이 가깝고 서울이 지척이니 외래문화가 첫발을 내디디기에는 천혜의 조건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사정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인천이 보유하고 있는 지리적 강점을 극대화해 관문으로서의 인천의 위상과 역할을 한층 업그레이드할 방침이다. 인천국제공항을 확대해 하늘길을 장악하고 인천신항을 건설해 바닷길을 확대하며 인천대교를 비롯한 도로를 확충해 땅길을 넓힌다는 게 기본 구상이다. 육·해·공에 대한 입체적이고 전격적인 길 닦기, 그것도 세계를 향한 주작대로가 건설되는 셈이다.인천국제공항은 올해 개최되는 베이징올림픽에 맞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오는 6월까지 2단계 공사를 마쳐 명실상부한 동북아 항공 허브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활주로, 탑승동, 화물터미널이 새로 들어서 여객과 화물량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24만 회인 연간 운항 횟수는 41만 회로 2배 가까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처리할 수 있는 여객 수는 3000만 명에서 4400만 명으로 불어난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2단계 공사가 완공되면 4만 명의 신규 고용과 7조 원대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새로운 공항은 질적으로도 첨단을 달린다. 먼저 컨베이어 벨트를 활용한 것보다 신속하고 안정적인 고속 수화물 처리 시스템이 도입된다. 수화물을 보관하는 받침대에는 RFID칩을 부착해 보다 정확하게 수화물을 분류, 관리할 예정이다. 여객 터미널과 탑승동을 연결하는 무인 열차 시스템도 관심거리다.부산 신항에 필적하는 항만 시설도 구축된다. 2020년까지 컨테이너 부두 등 총 30선석 규모의 인천신항을 건설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과 함께 물동량이 급증할 것에 대비해 처음부터 초대형으로 기획됐다. 이를 통해 신항을 환황해권의 중심 항만으로 자리 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컨테이너 화물은 지금도 연평균 19%씩 증가하고 있어 신항의 성공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신항이 들어서면 경제적 손실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항은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반면 관련 시설이 부족해 대형 선박이 입·출항할 때 큰 불편을 겪는다. 이에 따른 경제 손실이 연간 3000억 원에 달하는데 신항이 완공되면 이런 일이 사라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항은 2011년까지 9선석이 우선 개발되고 2015년까지 8선석, 2020년까지 13선석이 추가 건설될 예정이다.2009년 개통될 인천대교는 국내에서 가장 긴 다리다. 총 길이가 21.17km에 달해 두바이에 건설되고 있는 세계 최고층 빌딩인 버즈 두바이 등과 함께 세계 10대 건설 프로젝트에 뽑히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나 시드니의 하버 브리지에 버금가는 ‘명물’이 될 자격이 충분한 셈이다. 하지만 인천대교의 위상은 단순한 ‘명물’에 그치지 않는다. 인천대교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교통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핵심 시설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송도국제도시로 가는 시간이 1시간에서 20분 내외로 줄어든다.육상 교통망도 크게 확충된다. 공항과 항만이 동북아 물류 허브의 대동맥이라면 육상 교통은 실핏줄에 해당한다. 촘촘하게 짜인 실핏줄을 통해 운반된 사람과 물건이 대동맥을 통해 세계로 나가게 된다. 경인고속도로 직선화 작업과 수도권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제3경인고속도로가 이미 공사에 들어갔다. 철도 시설도 확충된다. 서울지하철 7호선과 인천지하철 1호선이 연결되고 인천지하철 2호선이 개통될 예정이다.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