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곡물 및 원자재 가격 폭등이 글로벌 인플레이션 문제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2007년 1월에서 올해 1월까지 밀은 95.8%, 대두는 79.9%, 옥수수는 25% 올랐다. 올해 들어서도 밀 옥수수, 대두 등의 곡물 가격이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 곡물 가격의 상승은 식품 가격 전반에 영향을 줘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Agriculture+Inflation)을 촉발했다.주요 농산물의 가격은 2008~09 곡물연도를 기점으로 하락하나 과거에 비해 절대 가격 수준이 높아 애그플레이션이 지속될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식량농업기구(FAO)는 주요 농산물 가격이 2008~09 곡물연도 이후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하락하더라도 2001~06년 평균 가격에 비해 20~36% 이상 높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이러한 곡물 수급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곡물 자급률은 28%로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식량 안보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쌀을 제외하면 곡물 자급률은 5% 수준이다. 한국의 곡물 자급률은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주요 곡물 수출국인 호주(280%), 프랑스(191%), 캐나다(164%)는 물론이고 공업국으로 알려진 독일과 스웨덴도 곡물 자급률이 각각 126%, 120%로 10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주요 곡물 수출국들이 수출세를 도입하거나 수출량을 제한하는 경우에는 높은 가격을 주더라도 식량 확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는 보리와 밀에 각각 30%, 10%의 수출세를 부과해 수출을 규제하고 있으며 수출이 일정량을 넘어서면 밀의 수출세를 40%까지 재인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올해 1월부터 쌀 옥수수 밀가루 등 식량에 대 잠정적으로 5∼25%까지 수출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1970년대 식량 위기 때에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곡물 수출을 제한한 것을 우리는 경험했다.따라서 효율적으로 곡물 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정책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밀 옥수수 콩의 자급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100%의 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는 쌀의 자급 기반을 지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여타 자유무역협정(FTA)과 다자간의 도하 개발 어젠다(DDA)가 타결된 이후에도 식량 안보 측면에서 쌀의 생산 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생산량 확보와 생산 단가 인하를 위해 경쟁력 있는 농지를 확보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예를 들어 새만금 개발 시 공장, 서비스 지역 이외에 충분한 농지를 확보 해야 할 것이다. 소비 측면에서도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불필요한 식량 수입을 줄일 수 있도록 경제적인 식품 소비 생활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식품 공급량의 3분의 1정도가 폐기될 정도로 비효율적 소비가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안정적으로 곡물 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외 농업 자원 개발과 정책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남미 동남아시아 독립국가연합(CIS)지역을 대상으로 해외 곡물 생산 기지 운영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조직적 협업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세계 곡물 시장에서 유통 장악력을 높이는 노력도 요구된다. 국제 곡물 가격 불안정성 심화에 대응해 선물 시장 이용도 제고해야 한다.한국은 수입 물량의 30%만 선물 시장을 이용, 가격 변동 위험이 커질 애그플레이션 시대의 불안정성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대형 식품 기업과 농산물유통공사 등의 주요 수입 주체들은 수출국의 유통기구와 선도 거래(Forward Contract)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김화년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약력 : 1976년 서울 출생. 1998년 고려대 농경제학과 졸업. 2007년 미 텍사스 A&M대 농경제학 박사. 2006년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 수석연구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