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제조업은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제품이 수십 개나 될 정도로 발달돼 있지만 정작 관광산업은 경제 강국에 걸맞지 않게 뒤처진 게 사실이다. 빼어난 경치와 역사적 유물 등 관광 자원은 주인이 따로 없는 경우가 많다 보니 국가적 차원에서 나설 수밖에 없다. 최근 지자체들은 뒤늦게 관광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앞 다퉈 관광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경기관광공사는 국내외 관광객 1600만 명이 방문한 2001년 이천 도자기 엑스포의 성공을 계기로 설립됐다. 당시 경제적 효과가 1조2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기도는 ‘관광산업이란 이런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경기관광공사는 2005년 ‘경기 방문의 해’를 추진해 전년 대비 604만 명의 관광객이 늘어났고 1조2668억 원의 경제 효과, 1만9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거뒀다. 그 외 한류우드 추진, ‘분원백자관’ 건립, 중국 광둥성 내 ‘해동경기원’ 및 임진각 평화누리 조성, 연천 고대산 관광 개발 프로젝트 등 경기도 관광 개발 사업을 주도했다.최근 경기관광공사는 인터넷 여행 포털 ‘e땡큐’를 오픈했다. 기존에 흩어져 있던 관광 명소와 숙박시설에 대한 안내뿐만 아니라 예약 및 결제 시스템까지 한 번에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신한은행과 제휴해 할인이 되는 신용카드까지 만들 정도로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췄다.“제가 문화관광부에 있을 때 극장표 예매 시스템이 정착됐는데, 예매 문화가 정착되면서 이제 극장 앞에서 암표를 파는 풍경이 없어지지 않았습니까. 관광산업이야말로 예약 시스템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향락 질서를 바로잡고 바가지 요금도 없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2007년 초 경기관광공사에 취임해 e땡큐 구축을 이끈 임병수 사장의 말이다.이전까지 경기관광공사에서는 숙박시설 안내까지만 가능하고 개별 예약은 숙박시설이 자체적으로 만든 홈페이지에서만 가능했다. 일부 영세한 숙박시설의 경우 예약을 해놓고 갔더니 문을 닫았거나 오래 전에 사라진 경우도 있었다. 관리가 안 되다 보니 홈페이지를 그대로 놔둔 것이었다. 그러나 공신력을 가진 기관이 이를 대신하면 제대로 된 거래 질서가 확립될 수 있다고 임 사장은 강조한다. 경기관광공사는 2010년까지 도내 7000여 개의 관광 사업체를 네트워크화하고 회원 1000만 명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e땡큐는 벌써부터 신문, 잡지사로부터 콘텐츠 제휴가 가능하느냐는 문의가 들어오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예약 시스템의 구축 외에 임 사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부분은 콘텐츠의 개발이다. “예를 들어 DMZ(비무장지대)를 통해 ‘평화’를, 수원 화성을 엮어 ‘전쟁’이라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어요. 또 습지를 이용해 ‘자연’이라는 테마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습니다. 관광객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가고 싶도록 만들어야지요. 민간에서 하면 좋겠지만 저작권 문제 등 걸리는 것이 많기 때문에 공사가 나서서 하는 것입니다.”이를 위해 경기관광공사는 경기도를 도심권, 국제·영상권, 평화권, 휴양권, 문화권의 6개 권역으로 나눠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3월부터는 한강의 나루터와 포구를 중심으로 해설을 곁들이며 이동하는 ‘한강, 역사를 품고 흐른다’라는 테마 기행을 실시할 예정이다.임 사장은 개인적으로 김포의 덕포진과 남양주의 수종사를 경기도의 추천 여행지로 꼽았다. 덕포진은 조용히 거닐며 산책하기 좋고 해넘이, 급물살이 멋있다는 이유다. 수종사에서 보는 두물머리 풍경도 일품이라며 언제든 가보라고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임병수 경기관광공사 사장약력: 1951년생. 74년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2000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수료. 1981년 행정고시 합격. 97년 문화관광부 관광국장. 99년 문화산업국장. 2003년 국립도서관장. 2004년 문화관광부 차관보. 2007년 경기관광공사 사장(현).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