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웨어 연출법
평소 완벽한 비즈니스 슈트로 능력 있는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한 남성이 주말 저녁 몰라보게 다른 분위기로 변신할 수만 있다면 그 남성은 아마도 모든 여성에게 로망일 것이다. 때와 장소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스타일을 가진 남자란 얼마나 유연하고 멋진 존재란 말인가.다행히 이제는 우리나라 뭇 남성들도 변화무쌍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즈니스 자리, 각종 경조사, 캐주얼한 만남 등 다양한 상황에 맞춰 적절히 옷을 골라 입을 줄 아는 나름의 방법을 하나씩 터득하고 있는 듯하다.하지만 아직도 데이 웨어(업무 시간 등의 일상적인 옷차림)와 나이트 웨어(밤을 위한 옷차림)를 확연히 구분해 연출할 줄 아는 남자들을 만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아마도 나이트 웨어가 소위 잘나간다는 ‘나이트’ 클럽들을 꿰고 있는 이들에게나 어울리는 옷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자들도 많을 것이다. 낮 동안의 땀과 일상이 묻어 있는 스타일을 지극히 개인적인 저녁 데이트에까지 변화 없이 고수하는, 아니 방치하는 남자들은 여전히 그 해답이 없단 말인가.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나이트 웨어란 자신만의 저녁 시간을 즐길 줄 아는 남성이라면 당연히 갖춰 입어야 할 드레스 코드의 개념이다. 로맨틱한 분위기의 와인 바나 편안한 펍, 이국적인 느낌의 레스토랑 등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며 그 속에서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하길 원하는가.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나이트 웨어 연출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 봐야 할 때다.당신의 밤을 책임져 줄 나이트 웨어 연출의 첫 번째 방법은 무조건 자기보다 다섯 살 이상 어리게 보이도록 입는 것이다. 대다수의 직장 남성들은 실제 자기 나이보다 나이가 더 들어 보이는 스타일에 길들여져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획일화된 직장 내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자기 자신의 나이에 스스로가 포기하고 갇혀 버리는 것이 더욱 심각해 보인다. 이제 밤에는 특정 나이에 맞는 옷이 따로 있다는 생각은 잠시 잊자.일반적으로 밝은 톤의 컬러를 가진 풀오버나 위트 있는 이미지가 프린팅돼 있는 티셔츠, 자신의 몸에 꼭 맞는 블레이저 등은 어려 보일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아이템들이다. 여기에 트렌디한 뿔테 안경을 매치하고 사람들에게 당신의 나이를 맞히는 질문을 던져보라. 그리고 다섯 살 어려 보이게 당신의 나이를 추측한다면 그냥 말없이 미소를 보내라.영국 신사의 위트 넘치는 스타일을 표현하는 ‘폴 스미스’는 밤을 책임져 줄 수 있는 대표적 브랜드이기는 하지만 가격적인 부담이 간다면 국내 브랜드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내셔널 브랜드 중에서는 유러피언 스타일의 유쾌한 느낌의 ‘엠폴햄’을 들 수 있는데 팝 아트적인 이미지가 프린팅 된 4만 원대의 티셔츠들은 당신을 다섯 살 이상 젊게 해주는 일등공신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마음가짐도 함께 어려져야 한다는 것. 좀 더 유연한 생각과 모험심을 가지고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자체를 즐기려는 마음가짐이 당신을 다섯 살 어리게 만들어 주는 큰 무기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말라.나이트 라이프를 ‘훈남’으로서 제대로 즐기기 위한 두 번째 방법은 평범함에서 탈피,평소보다 과장된 스타일을 시도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고수하던 지루했던 스타일은 잠시 잊자. 밤 시간에 낮 동안보다도 더 멋진 모습으로 튀는 남자가 되고 싶다면 장르가 확실한 캐릭터를 설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긴장감 있는 스타일을 지닌 남자가 되거나 아니면, 완전히 자유분방한 보헤미안이 되거나 등 자신만의 명확한 스타일링 장르 구축이 필요하다.우선 평소보다 긴장감 있는 스타일로 연출하고자 한다면 근무할 때 입는 슈트보다도 조금 더 타이트하게 피트된 슈트가 적격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슈트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셔츠와 타이, 슈즈, 벨트 등 이 모든 아이템들이 완벽한 조화를 이뤄야만 긴장감 있는 진정한 멋이 살아난다. 슈트의 생명은 어깨이므로 어깨 라인의 피팅은 반드시 맞추고 바지 길이는 발목 부분에 주름이 생기면 슈트 특유의 날렵한 멋을 방해하니 구두를 살짝 덮는 길이에 맞추자. 이런 명확한 실루엣은 디테일이 잘 보이지 않는 밤에 더 중요하다. 타이의 경우 낮보다 주목성 있는 타이를 매는 것이 좋고 슬림한 타이보다는 볼륨감 있는 풍성한 타이를 매는 것이 좋다. 낮엔 오버라고 느껴질 법하지만 밤엔 로맨틱한 분위기를 살려 줄 것이다.이탈리아의 남성 디자이너 듀오인 ‘돌체 앤 가바나’는 긴장감 넘치는 슈트를 가장 잘 구현한 브랜드 중 하나다. 이들의 슈트는 남자만이 가질 수 있는 섹시함을 한껏 표현한다. 떠오르는 디자이너 ‘브라이언 앳우드’가 진두지휘하는 ‘발리’의 경우 지나치게 화려한 스타일은 자제하는 동시에 너무 단정한 이미지를 피하면서 절제된 섹시함을 표현하는 브랜드다. 어쩌면 ‘발리’는 낮과 밤에 똑같이 입어도 시간에 따라 달라 보이는 멀티 콘셉트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어떤 면에서 본다면 남자가 밤에 긴장감만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반대로 느슨하게 입어 흐트러진 섹시함을 표현하는 스타일도 효과가 있다. 이 경우엔 확실하게 느슨한 실루엣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밑위가 짧은 낡은 듯한 청바지를 살짝 내려 입고 빈티지한 느낌의 티셔츠를 매치한 남자는 언제나 봐도 성적 매력이 있고 멋스럽다. 헤어스타일도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너무 많은 헤어 제품을 발라 꼿꼿하게 굳어버린 인위적인 스타일링은 이제 한물갔다. 적당히 짧은 길이에 자연스럽게 흐트러진 머리가 올봄에는 대세이니 참고하도록.밤에 느슨한 스타일의 대표적인 브랜드는 캐나다 출신의 형제 디자이너 ‘딘 앤 댄’이 이끄는 ‘디스퀘어드2’이다. ‘디스퀘어드2’는 자유분방한 느낌의 스타일로 이미 국내에도 많은 젊은 팬을 가지고 있는데 최근에는 30대 초반의 남성들이 어려 보이고 싶을 때 대리만족으로 입는 캐주얼로도 입소문이 자자하다. 국내 내셔널 브랜드 중 프리미엄 진을 지향하는 ‘드레스 투 킬’이나 감성 캐주얼 패션을 지향하는 ‘엘록’에서 5만~10만 원대의 ‘착한’ 가격으로 나이트 웨어 스타일을 접할 수 있다.완성도 높은 나이트 웨어를 연출하는 마지막 방법은 자신의 모습을 오감으로 어필하는 전략이다. 밤에는 시각적인 부분이 낮에 비해 제한되기 때문에 후각 촉각 미각 등에 더욱 민감해지지 않을까. 이러한 사항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상대방에게 보다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 오감으로 어필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후각을 자극하는 향수다. 특히 이성을 유혹하는 향으로 알려져 있는 페로몬 계열의 향이 좋은데 ‘꼼므 데 가르송’의 향수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색다른 소재의 아이템으로 자신의 스타일에 다양한 질감을 첨가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차가운 금속성 느낌의 스터드(징) 장식이 있는 티셔츠나 데님, 평소 입지 못했던 광택 있는 실크나 새틴 소재의 셔츠나 타이 등은 저녁 때 빛을 발하는 아이템이니 한번쯤 시도해 보자. 기본적인 시계나 안경 등은 평소 착용하던 것들보다 화려한 디자인으로 선택하도록 하고 특히 선글라스는 낮에만 쓴다는 인식을 버리고 스타일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켜 주는 중요한 액세서리임을 인식하도록 하자.밤에 변신할 줄 아는 훈남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교과서적인 스타일 연출법보다 과감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패션에 있어서 용기는 남들과의 차별화를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자신감을 주는 훌륭한 도구다. 이러한 용기를 가지고 데이 웨어와 확연히 구분된 나이트 웨어를 연출 할 수만 있다면 당신도 일할 때는 열심히 일하고 놀 때는 제대로 놀 줄 아는 세련된 남자의 이미지로 많은 여성들의 관심을 잡아내는 훈남이 될 수 있다.황의건·오피스에이치 대표이사 h@office-h.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