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로 재현한 지구·우주 탐험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만든 뒤 하늘은 인간의 새로운 영역이 되었고 1969년에는 미국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해 지구 밖의 행성에도 인간의 발길이 미치게 됐다. 이렇게 미지의 세계를 향한 인간의 도전은 끊임없이 계속돼 왔다.새로운 세계로의 탐험은 그 분야 지식을 갖추고 오랜 기간 훈련을 받은 전문가들 몫이었다. 에베레스트 등반, 북극점 도달 등 그동안 인간이 가지 못한 곳에 도전하면서 수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계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켜 줬다.하지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일반인에게 새로운 경험과 탐험을 제공해 주는 서비스가 하나의 사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의 이용으로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했던 과정이 생략돼 단순히 마우스 클릭만으로도 우주와 세계 곳곳을 탐험할 수 있다.이런 사업에 뛰어든 대표적 기업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다. 이 두 글로벌 기업은 지구와 우주를 PC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고 경쟁하고 있다. 현재는 구글이 더 앞서나가는 모습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두 업체의 대결 구도로 우주뿐만 아니라 PC로 심해를 탐사하거나 1000년 전 지구를 살펴볼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구글이 제공하는 ‘구글스카이’ 기능을 활용하면 우주에 있는 1억 개의 별들을 고해상도 이미지로 확인할 수 있다. 어릴 때 가지고 싶었던 천체망원경 없이도 날씨와 낮, 밤 상관없이 육안으로 들여다보는 것처럼 또렷한 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단순히 별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달의 변화 주기, 향후 2개월간 행성들의 이동 경로를 사용자가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마치 우주에 있는 것처럼 별들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이런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구글이 허블망원경으로 찍은 100만 장 이상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저장해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별자리를 볼 수도 있고 별과 은하계 정보도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에 교육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SF영화에서만 보던 안드로메다와 몇 백 광년 떨어진 성운도 천천히 살펴볼 수 있다.또 다른 천체 관측 소프트웨어인 셀레스티아(celestia)는 구글스카이와 달리 입체적으로 별을 보여준다. 구글스카이가 2차원적인 별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반해 셀레스티아는 3차원으로 별을 감상할 수 있다. 별들을 축소, 확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행성의 공전궤도를 파악할 수도 있다.마이크로소프트도 올해부터 구글스카이와 비슷한 ‘월드와이드텔레스코프(Worldwide Telescope)’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어서 자신의 취향에 맞게 우주여행을 골라서 할 수 있게 됐다.또한 구글어스(Google Earth)는 인터넷으로 세계 곳곳을 들여다볼 수 있는 서비스다. 구글어스는 세계 최초 위성 영상 지도 서비스로 지난 2005년 6월 28일부터 제공되기 시작했다. 지도, 지형 및 건물 등 정보를 제공하며 사용자들은 GPS 단말기 등을 이용해 자신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구글어스는 기본적으로 ‘어스셋(Earthsat)’사의 위성사진을 이용하고 있다. 북미 일부에서는 공공위성으로 찍은 사진을 이용하며 각 지역에 따라 개인 위성 및 항공사진 등을 조합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www. wikipedia.org)와 연동해 더 많은 정보를 원하면 구글어스 내에 있는 ‘위키 아이콘’을 클릭해 해당 지역에 대한 자료를 웹브라우저 실행 없이 볼 수 있다. 카메라 아이콘을 클릭하면 사용자들이 올린 그 지역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페루의 마추픽추, 영국의 스톤헨지를 비롯해 남극, 북극 등 가기 힘든 곳까지 마우스 움직임 몇 번으로 갈 수 있다. 해외여행을 가기 전에 구글어스로 위치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마이크로소프트도 구글어스와 비슷한 ‘버추얼어스(Virtual Earth)’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버추얼어스는 온라인 지도와 지역 검색 서비스를 더한 것이다. 구글어스가 하늘에서 내려다 본 지도 서비스라면 버추얼어스는 보다 섬세한 3차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존 지도 서비스와 달리 3차원 시점을 제공하기 위해 비행기에 카메라를 달아 저공비행으로 수많은 사진을 찍어 데이터베이스화했다. 이 때문에 사용자들은 보다 사실적으로 자신이 가보지 못한 곳을 경험할 수 있다.하지만 자신이 가보고 싶은 도시를 버추얼어스로 확인하다 보면 너무 많은 광고판에 질릴 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버추얼어스에 가상 광고판을 적용하는 새로운 기법을 사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실제 건물에 있는 옥외광고판과 같이 버추얼어스에 있는 건물 또는 지형에 가상 광고판을 올려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광고판이 노출될 수 있게 한다는 전략이다. 소비자들을 귀찮게 만드는 전략이지만 다운로드 없이 바로 고해상도의 지도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감수해야하는 부분이다.현재 버추얼어스는 샌프란시스코 새너제이 시애틀 보스턴 등 미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3차원화했으며 그 범위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검색 서비스에 버추얼어스를 포함할 예정이며 이를 바탕으로 검색 광고에 새로운 시도를 할 계획이다.PC와 인터넷을 통해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을 쉽게 체험할 수 있게 됐지만 탐험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은 포기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느낌’까지 실제와 비슷하게 느낄 수 있는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미국에 있는 민간 업체 제로G(www. gozerog.com)는 일반인들 대상으로 무중력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993년 설립된 제로G 그룹은 NASA(미국항공우주국)가 지난 45년 동안 우주인을 훈련했던 방법과 동일한 ‘포물선 비행(Parabolic flight)’으로 무중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포물선 비행은 개조된 보잉727 비행기를 이용해 2만4000피트와 3만2000피트 사이에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면서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무중력 현상을 만들어 낸다. 3만2000피트까지 올라간 뒤에 급강하면 30초간 무중력 상태가 되며 이때 탑승객들은 우주인들이 느낄 수 있는 무중력을 체험할 수 있다.탑승객들은 무중력 상태에서 사람을 던질 수도 있고 공중에 멈춰 있는 물을 마실 수도 있다. 현재까지 전 세계 4000여 명이 무중력 상태를 경험했으며 세계적인 과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 등도 제로G 프로그램을 이용해 무중력 상태를 경험했다. q돋보기│구글어스가 불러온 논란구글어스나 버추얼어스 등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편하게 우주와 지구를 탐험할 수 있게 됐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지명과 국토 문제에 민감한 한국의 경우 1962년 북한과 중국이 체결한 북·중 국경조약에 따라 백두산 천지 54.5%는 북한, 45.5%는 중국 영토로 국경선을 정했지만 구글어스에서는 백두산 천지가 모두 중국 영토로 국경선이 그어져 있다. 동해와 독도도 일본해와 리앙쿠르트암초(1849년 프랑스 리앙쿠르트호가 독도를 발견해 영어권 일부에서는 독도를 리앙쿠르트 암초라고 부르기도 함)로 표기해 누리꾼들이 반발하고 있다. 동해는 일본해와 병행 표기돼 있다. 또 우리나라 산 등 지명을 일본식(예: 한라산→카마산)으로 표기해 이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국가 안보 및 기밀 때문에 문제가 되기도 한다. 각국 군사 시설의 세세한 부분까지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 보안 담당 부서에서는 구글어스를 통해 테러리스트들이 목표물을 정찰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며 구글에 항의하고 있다.인도는 보안 관련 시설에 대해 저해상도로 처리해 달라고 구글에 요청했으며 바레인은 구글어스를 통해 왕족들 거처 및 호화 생활이 알려지자 지난 2006년 구글어스를 차단했다. 한국에서도 대기업 회장 주택 등이 구글어스를 통해 알려져 이슈가 되기도 했다.이형근·디지털타임스 기자 brupr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