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오츠카의 힘

동아오츠카의 저력이 음료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음료 시장은 전년 대비 1~2% 정도로 소폭 신장한 반면, 동아오츠카의 매출 실적은 1950억 원을 달성하며 음료 업계에서 유일하게 전년 대비 10.5%라는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이다.과거 음료 업계는 강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사랑 받은 제품과 매년 새로 내놓은 신제품을 중심으로 안정된 성장세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웰빙 열풍이 불면서 음료 업계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탄산음료 시장이 위축됐다. 대신 새로 창출된 차음료 시장이 음료 업계를 주도하고 있지만 차음료는 기타음료에 비해 타 업종의 진입장벽이 낮아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 졌다. 과도한 마케팅 활동이 오히려 음료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떨어뜨렸다. 또 소비 성향의 변화로 인해 인기 제품의 수명이 짧아지고 세계적 원자재 가격 급등도 부담이다.이 때문에 업계 터줏대감이나 다름없는 동아오츠카의 두 자릿수 성장은 더욱 눈에 띈다. 동아오츠카는 1971년 동아제약 식품사업부에서 개발한 ‘오란씨’로 출발해 1979년 동아식품으로 분사한 기업이다. 이후 1987년 포카리스웨트를 생산하는 일본의 오츠카제약과 자본과 기술을 합작하며 현재의 사명으로 이름을 바꾼 ‘중년’이다.동아오츠카가 어려운 시장 상황을 헤치고 높은 실적을 거둔 가장 큰 요인은 대표 제품인 ‘포카리스웨트’가 선전했기 때문이다. 포카리스웨트는 2000억 원 정도로 파악되는 스포츠음료 부문 시장 규모의 6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1등 제품’이다. 작년 포카리스웨트는 전년 대비 15.3% 신장을 기록하며 112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회사 전체 실적의 절반을 단일제품이 이끌어 낸 것이다.출시된 지 10여 년이 지나며 이제 소비자들에게 ‘알려질 만큼 알려진’ 포라리스웨트가 다시금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뭘까. 바로 제품이 가지고 있던 ‘웰빙’적인 요소가 재평가 받기 시작해서다.포카리스웨트의 별칭은 ‘마시는 링거’다. 실제로 오츠카제약 개발팀은 이 제품을 탈수증이 있을 때 병원에서 맞는 링거를 마실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오츠카제약은 링거 부문에 있어 탁월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제약 기업이다. 이들이 개발한 포카리스웨트 같은 ‘이온음료’는 체액과 거의 같은 이온 균형을 갖추고 있다. 그 결과 물보다 흡수가 3배 정도 빠르다. 또 무탄산 음료로 자극성이 없고 칼로리도 탄산음료의 3분의 1에 불과하다.이 때문에 땀으로 배출한 수분을 최대한 빨리 몸속까지 보충해 주는 것은 물론 여름에 발생하기 쉬운 열사병 예방이나 설사병 등에도 큰 도움을 준다. 또 잘 모르게 일어나는 탈수, 즉 사무실이나 도서관 등의 건조한 환경에서 일어나는 탈수증상에 대한 수분 보급에도 적합하다. 특히 어린이의 감기, 고령자의 수분 보급, 성인의 음주 전후 숙취에 효과가 높다.동아오츠카 마케팅팀은 여태껏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 같은 효능을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경쟁 음료들이 남성과 스포츠에만 집중적인 마케팅을 펼치는데 비해 포카리스웨트는 스포츠는 물론 여성과 일상생활에까지 파고든 ‘생활음료’의 콘셉트로 맞섰던 것이다. 그 결과가 정체기를 맞은 음료 시장에서 이뤄낸 ‘두 자릿수 성장’이다.이와 함께 2006년 새롭게 선보인 검은콩 차음료 ‘블랙빈테라티’와 녹차음료 ‘두번째 우려낸 녹차만 담았다(이하 두번째 녹차)’ 등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06년 4월 블랙 푸드 열풍을 주도했던 ‘블랙빈테라티’는 ‘인공향’을 첨가하지 않고 검은콩 본래의 맛과 효능을 그대로 살렸다. 가격이 다른 검은콩 차음료에 비해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출시 후 월 1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 2007년에만 1000만 병이 넘게 팔리는 등 포카리스웨트의 뒤를 잇는 차세대 음료로 주목을 받고 있다.‘두번째 녹차’는 두 번째 우려낸 찻물이 녹차 고유의 맛과 유효 영양 성분을 가장 잘 담고 있다는 데서 착안한 제품이다. 제품 제작 과정에 있어서 첫 번째 우린 물은 모두 버리고 두 번째 우려낸 녹차만 담아 부드럽고 깊은 맛과 향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제품 출시 당시 업계에서 ‘원가 부담이 높아져 힘들다’며 검증을 요구하기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사실 동아오츠카는 지난 몇 년간 음료 업계의 과열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2006년 11월 취임 이후 강력한 리더십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는 강정석 대표는 기업 경영 혁신과 내부 개혁을 통해 동아오츠카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경영 혁신’이라고 이름 붙어 있지만 그 방법은 어려운 게 아니다. 다름 아닌 ‘직원 기 살려 주기’다. 동아오츠카 관계자는 “직원 개개인을 절대적으로 믿고 지원해 주는 게 강 대표의 스타일”이라고 귀띔했다. 강 대표가 취임 후 목표로 내세웠던 것도 “우수한 제품에 대한 지속적인 개발·제공”과 함께 “고객과 ‘종업원’의 기업 선호도 1위 달성”이었다. 많은 경영자들이 놓치고 지나가는 ‘내 사람’에 대한 애정을 나타낸 대목이다.블랙빈테라티, 두번째 녹차는 물론 건강미인차, 허니레몬 등 작년 새로 런칭한 제품들이 잇달아 좋은 성적을 냈던 것도 포카리스웨트의 성장과 더불어 ‘건강음료전문기업’을 표방하는 동아오츠카의 입지를 단단하게 했다.그 결과 최근 한국생산성본부가 선정한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 음료 업계 최다(4회)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의 ‘2007 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KCSI) 스포츠·탄산음료부문’ 1위(5년 연속), ‘고객이 가장 추천하는 기업(KNPS) 스포츠 탄산음료 부문’ 1위 등에 선정되는 등 건강 음료 리딩 업체로 인정받고 있다. 인터뷰│김명남 동아오츠카 영업본부장경쟁 음료와는 달리 ‘생활음료’의 콘셉트로 여성과 일상에 파고든 게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특히 이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생활 필수 포카리스웨트’ 기능성 캠페인을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펼쳐오고 있다. 또 2001년에 이어 손예진을 모델로 재기용해 목욕 후, 숙취 해소, 감기나 배탈 등 수분과 전해질이 필요한 ‘모든 생활 속에 포카리스웨트’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이미 음료 시장은 ‘웰빙 및 프리미엄’이라는 트렌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차 음료 시장의 주요 타깃인 20~30대 여성들은 건강뿐만 아니라 미용과 다이어트 등에도 관심이 크다.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한 신개념 제품 ‘블랙빈테라티’를 포카리스웨트를 이을 차세대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이효리와 성유리를 모델로 기용해 ‘가방속의 필수품’이라는 콘셉트를 강조해 여성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슬림한 제품 용기와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소비자 편의 역시 최대한 고려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했다.2006년 11월 강정석 대표이사 취임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돼 온 적극적인 제품 개발과 마케팅 진행, 기업 경영 혁신 및 내부 개혁의 결과와 더불어 건강 지향적인 웰빙 신제품의 잇따른 발매가 힘이 됐다. 또 기존의 노후 설비 교체 및 재투자 등도 좋은 평가를 받은 듯 싶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회사가 ‘건강음료 전문기업’이라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실제로 동아오츠카는 음료 업계 4위권의 기업임에도 시장점유율이 높은 음료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콜라’ ‘주스’ ‘생수’ 제품군을 가지고 있지 않다.음료 시장 전반의 성장 정체가 가장 큰 고민이다. 또 탄산음료 시장 위축과 원자재 가격 상승은 지속적인 불황이 될 수 있는 요인이다. 결국 품질 개선과 생산성 향상이 답일 것이다. 이와 함께 타사와 차별화된 신개념 제품 개발에 투자를 더 늘릴 계획이다. 특히 안정적이고 건전한 가격 정책을 유지해 음료 시장의 안정화를 꾀할 계획이다.이홍표 기자 haw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