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헌 지에스스카이 사장

“사장님, 제발 타이어를 바꾸시지요. 그렇지 않으면 주행 중에 차가 뒤집어져 목숨이 위태로울지도 모릅니다.”“아, 그래요. 잘 알겠습니다.”김태헌 지에스스카이 사장은 카센터 종업원에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만 하고 다시 2.5톤 트럭의 시동을 걸었다. 바퀴엔 실인지 철사인지 너풀너풀하게 달려 있었다. 타이어가 너무 닳아 그 속에 있는 것들이 밖으로 비어져 나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바퀴를 갈 돈조차 없었다. ‘며칠 뒤 다시 오마’라고 다짐한 뒤 꼭 필요한 점검만 받고 트럭을 몰고 카센터를 빠져나왔다.그는 주물 업체를 경영하고 있었다. 명색이 중소기업 사장이었지만 자가용도 없었다. 자신이 직접 납품할 때 사용하는 2.5톤 트럭이 그의 애마였다. 때가 덕지덕지 붙은 작업복에다 손과 손톱 밑은 노상 기름때가 묻어 있었다. 기업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뒤에야 결혼하겠다고 미루다 보니 나이도 40대 중반을 넘겼다. 자신이 모시고 있는 노모조차도 더 이상 결혼문제로 아들을 닦달하지 않았다. 이게 불과 5년 전 모습이었다.지에스스카이는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석정리에서 주물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다. 비철금속 주조를 하고 있다. 인청동 황동 알루미늄 청동 등의 비철금속을 주물 방식으로 제조해 대기업과 중견기업 및 전국의 비철금속 대리점에 납품하고 있다. 작년 매출은 130억 원. 올해 만 50세인 김 사장은 46세에 결혼도 해 이제 세 살짜리 귀여운 딸을 두고 있다.김 사장이 처음부터 중소기업 경영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충북 괴산이 고향인 그는 1985년 대학 졸업 후 봉명그룹 기획실에 입사해 평탄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집안에서 운영하던 주물 업체가 어려움에 처하자 회사를 정리할 생각으로 간여하다가 얼떨결에 떠맡게 된 것이다. 당시 이 회사는 서울 항동 부근의 임시건물 같은 허름한 시설에 입주해 있었다. 신분이 졸지에 사원에서 사장으로 상승했지만 이때부터 그의 사투는 시작됐다.“막상 문을 닫으려고 했더니 수요자들이 더 생산해 주면 안 되겠느냐며 매달렸다”고 김 사장은 설명한다. 할 수 없이 자신이 나서 하나씩 해결해 가야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갖가지 문제가 실타래같이 얽혀 있어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가장 먼저 그는 넥타이부터 풀었다. 복장을 직원과 똑같은 작업복 차림으로 바꿨다. 생산 직원과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기술과 공정을 하나씩 익혔다. 모든 부채는 자신이 떠안았다.몇 달이 지나자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회사가 어려워진 첫 번째 원인은 전근대적인 제품 생산 방식에 있었다. 해당 주물 제품에 대한 수요는 있었는데 일반적인 주조 방식으로 제조하다 보니 불량이 많았고 클레임도 잦았다. 일단 납품을 했어도 바이어들은 품질이 당초 요구한 수준에 못 미친다며 가격을 깎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런 방식으론 채산성을 도저히 맞출 수 없었다.해외 기술을 검토한 결과 연속 주조와 원심 주조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방식은 기존 주물 제품의 취약점인 내부 기포를 없앨 수 있고 동시에 표면도 매끄럽게 생산할 수 있어 부품의 제조 원가 절감과 수명 면에서 월등히 뛰어난 공법이었다. 하지만 당시는 주문받은 제품 생산마저 어려울 정도로 자금 사정이 어려웠다. 게다가 외환위기마저 닥쳐 3년가량 기술 개발을 늦출 수밖에 없었다.김 사장이 회사를 맡은 뒤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자 기업연구소를 만들어 본격적인 기술 개발에 나섰다. 서울대 공대를 나와 정년퇴직한 사람을 연구소장으로 모셔왔다. 이런 방식으로 5명의 전문가로 연구소를 만들고 주물 분야의 앞선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그로부터 얼마 뒤 연속 주조와 원심 주조 방식의 기술을 개발했다. 이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자 고객들이 감탄했다. 주문이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첨단 주조 기술을 설명하자 은행에서 대출도 해주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공장을 서울 항동에서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으로 이전했다. 현재 이 공장은 대지 6600㎡에 건평 2600㎡ 규모다.김 사장은 “종전에 일본에서 수입하던 주물 제품을 연속 주조 방식으로 생산해 트럭에 가득 싣고 전국의 대리점을 돌면서 이를 보여주며 알릴 때가 가장 즐거웠다”고 회고한다. 그는 “제품을 납품하고 서울로 돌아오면 이미 들렀던 거래처로부터 또다시 주문이 들어와 있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특히 직원들이 신규로 개척한 거래처에서 주문이 밀려 원료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건의해 올 때의 행복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이 회사는 다리 상판과 교각 사이에 들어가는 교좌장치용 포트 베어링(pot bearing)도 개발했다. 이를 개발하기 위해선 설비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현장 직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설비 투자를 했으나 초창기엔 제품이 생각만큼 잘 나오지 않아 낙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없는 실패 끝에 마침내 2004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샘플 제작에 성공하자 모든 직원들이 손뼉을 치며 환호하기도 했다. 이 제품은 산업자원부로부터 NEP(New Excellent Product: 신제품 인증)를 받았다.현재 지에스스카이가 생산하는 대표적인 품목은 청동, 인청동 등 동합금 제품과 오일리스 베어링 복합수지 베어링 등 다양하다. 생산 제품은 포스코와 심팩에도 납품한다. 지에스스카이의 제품을 취급하는 대리점도 전국에 250개소가 넘는다.김 사장은 “20여 년간 비철금속 주물 제품을 생산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동 인청동 청동 알루미늄 청동 등의 비철금속 제품을 원심 주조, 연속 주조, 사형 주조, 금형 주조 등의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며 “최근 신규 사업으로 오일리스 및 복합수지 베어링을 추가해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한편 유럽 등 외국에 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2001년부터 한국생산기술연구소와 공동으로 정밀 주조의 일종인 EPC 주조(소실모형주조) 기술도 개발해 이제는 기술을 이전받는 단계에 있다고 덧붙인다.그는 “이제 활주로 주행을 마치고 막 이륙을 할 채비를 갖춘 상태”라며 “그동안 주물 분야에서 닦은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연관 사업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한다.대표적인 게 엘리베이터와 주차 시스템이다. 김 사장은 “러시아의 내비게이터사와 합작으로 지에스스카이러시아를 설립했으며 타워 파킹 시스템 수출 및 현지 제작에 대한 논의를 마치고 러시아 국가 규격 인증 획득을 얻기 위해 진행 중”이라고 설명한다.특히 로봇 파킹 시스템은 이 분야의 앞선 기술을 보유한 (주)MP시스템과 협력해 태국 파타야 해안의 요트 파킹시스템건설을 제안해 놓은 상태다. 아울러 미국 포틀랜드의 이글랜드 프로젝트 가운데 로봇 파킹 시스템 건설 사업에도 참여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지에스스카이는 사업이 확장됨에 따라 인근에 1만3000㎡ 규모의 제2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 공장의 절반은 아웃소싱 업체들이 공동으로 입주하는 협력 단지 형태로 지어질 예정이다. 그는 주물 분야 기술 개발에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상, 경기도지사 표창, 김포시 중소기업대상 등 다양한 상을 받았다. 김 사장은 “중소기업은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하고 품질을 향상시켜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며 “앞으로도 기술 개발에 전력하는 업체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다짐한다.약력:1958년 충북 괴산 출생. 77년 보성고 졸업. 85년 한양대 경영학과 졸업 및 봉명그룹 입사. 95년 지에스스카이 창업 및 대표(현). 2007년 서울대 법대 최고지도자과정 수료. 산학정 정책과정 수료. 포상: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상, 경기도지사 표창, 김포시 중소기업대상 등. 〈 회사 개요〉본사: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인원: 60명 작년 매출: 130억 원 생산품: 연속 주조 주물 제품, 오일리스 베어링, 엘리베이터, 주차 설비 등 김낙훈 편집위원 nhkim@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