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
지식경제부(이하 지경부)는 산업 정책 전체를 총괄하는 거대 부처가 된 데다 현장 중심 정책으로 기업을 고객으로 섬기자는 민간 출신 장관이 취임하면서 대대적인 혁신이 예고되고 있다.지경부는 산업자원부를 중심으로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재정경제부 일부가 통합됐다. 정통부에서는 정보통신산업국·과 소프트웨어 관련 과·우정사업본부가, 과기부에서는 연구개발특구지원단이, 재경부에서는 경제자유구역기획단과 지역특화발전특구 기획단이 들어왔다. 당초에는 산자부 정통부 과기부가 완전 통합하는 빅뱅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었으나 정통부와 과기부의 산업 관련 부서만 이동했다. 지경부는 기존 본부-국 단위 조직을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대국 대과(大局 大課)’ 체제로 탈바꿈시켰다.새 조직도에서 눈여겨볼 만한 부서는 각 산업을 분야별로 담당하는 ‘성장동력실’이다. 기존 미래산업본부가 신산업정책국으로, 기간제조산업본부가 주력산업정책국으로 전환됐는데 특히 달라진 점은 예전에는 직제 순위가 기간제조산업본부-미래생활본부 순서였지만, 이번 성장동력실 내 순위는 신산업정책국-정보통신산업정책국, 주력산업정책국 순으로 바뀌었다. 기존 제조업 중심 정책보다는 신성장 동력 산업을 중점 육성하고 제조업과 정보기술(IT) 산업의 융합 등을 추진하기 위한 포석이다.이윤호 지경부 장관도 3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지식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지식경제부를 왜 만들었나 생각해 보니 중요한 임무가 있다”며 “제조업 위주 산업이 아니라 지식, 혁신, IT와 비IT의 접목 등 융·복합화로 성장 동력을 육성하고 그래서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소득을 올리는, 시대적 소명을 다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신산업정책국에는 소프트웨어산업과와 소프트웨어진흥과가 포함돼 소프트웨어 산업이 큰 비중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주력산업정책국에서는 철강화학팀이 재료산업과로 바뀌어 부가가치가 높은 소재 산업을 강화하고, 섬유생활과는 미래생활섬유과로 바뀌어 첨단 섬유·의류산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산업경제실에서는 산업경제정책 산하에 규제 개혁을 담당할 ‘기업환경개선팀’이 신설됐다. 또 산업경제정책국은 서비스산업을 총괄하는 임무를 맡아 기존 지식서비스팀 이외에 미래생활산업본부의 유통물류팀이 추가됐다. 상생협력팀은 기업협력과로 이름이 바뀌었다. 산업기술정책국에서는 산업기술인력팀이 산업기술기반팀으로 바뀐 것 말고는 변화가 없다. 지역경제정책국에는 ‘균형’이라는 단어가 과 이름에서 빠졌고 지방기업종합지원팀이 신설됐다.무역투자실은 무역 업무와 투자 업무를 구분해 무역정책국과 투자정책국을 따로 둔 것이 특징이다. 무역 관련 과에서는 국제무역전략팀을 무역진흥과로 이름을 바꿔 달아 무역 ‘진흥’ 업무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투자정책국에서는 해외투자과가 신설됐다. 작년부터 해외 투자와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촉진해 온 분위기를 이어서 해외 투자 업무를 아예 과 하나로 독립시켰다. 남북산업자원총괄팀과 경협전략팀은 투자정책국 산하의 남북경협정책과로 통합·축소됐다. 남북 경협을 대북 투자 차원에서만 접근해 우리 측에도 수익이 되는 사업만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상대적으로 에너지 관련 조직에는 큰 변화가 없다. 에너지자원정책본부에 ‘기후변화’라는 단어를 넣어 기후변화에너지정책국으로 바꾼 정도다. 과 단위에서는 에너지환경팀이 기후변화정책팀으로 바뀌었고, 에너지자원정책본부 산하의 에너지안전팀이 에너지산업정책국으로 이동했고 에너지산업본부의 석탄산업팀은 자원개발정책국으로 이동했다.이윤호 지경부 장관은 민간 출신답게 현장 중심의 정책을 추진하고 기업적인 방식의 일처리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취임 때부터 현장 중심의 정책을 강조하며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취임 직후인 지난 3월 2일에는 인천에 있는 현대제철과 서울 방화동의 방신시장을 방문한 데 이어 5일에는 중소기업인 신성엔지니어링과 거양을 방문했다. 6일에는 대전 대덕단지 기계연구원에서 생산기술연구원 전자통신연구원 등 10개 출연 연구원 원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7일에는 경제5단체장을 만났다.이 장관은 또 취임사에서 “1973년 경제기획원에 들어와 1976년에 유학 갔으니까 32년 만의 공직 복귀”라며 “공직에 들어와 기업적인 시각에서 보니까 이런 것은 이렇게 하는 게 낫겠다 싶은 게 많다”고 밝혀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했다. 특히 “공직사회가 권위주의적”이라며 “기업은 고객이 왕이기 때문에 무한 경쟁 시대에 고객을 대하는 게 다르다. 국민을 중요한 고객으로 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규제 완화를 사례로 들어달라는 요구에는 “공장을 설립할 때 많은 것은 풀어도 단 하나를 안 하면 규제 완화가 안된 것”이라며 “호텔을 예로 들면 짐꾼이 짐을 받을 때부터 고객이 퇴실할 때까지 수많은 과정이 있는데 단 한 가지만 기분 나쁘면 서비스가 나쁜 호텔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정부의 관계도 고객-호텔의 관계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임채민 제1차관은 행시 24회로 차관으로 거론되던 행시 23회의 김용근 산업정책본부장과 홍석우 무역투자정책본부장을 앞질러 ‘발탁 인사’로 평가된다. 정계 관계 재계를 폭넓게 아우르는 친분 관계로 산업자원부에서는 ‘마당발’로 통했다. 재벌 2, 3세 중에도 친하게 지내는 이가 많다는 후문이어서 이번 차관 발탁도 기업과의 네트워크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미 대사관 참사관을 지내다 지난해 5월 귀국해 중소기업특위 정책조정실장을 지내왔기 때문에 중소기업 정책에서 LG경제연구원장을 오래 지낸 이 장관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이재훈 제2차관은 신 구조화와 업무 연속성을 위해 유임됐다.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자원 외교를 강력히 추진한다는 측면도 고려됐다.정재형·한국경제 기자 jjh@hanky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