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옛 기획예산처(이하 기획처)와 재정경제부(이하 재경부)를 합친 기획재정부가 출범했다. 예산 기능과 세제 거시경제정책 국고 기능이 모두 한곳으로 모였다. 금융정책국도 한 식구였던 10년 전의 ‘공룡’ 재정경제원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각 부처의 예산을 틀어쥐고 정부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명실상부 ‘수석 부처’가 될 전망이다.정원은 모두 909명으로 최종 확정됐다. 총리실에서 가져 온 복권위원회 소속 26명과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대책본부 인원 37명 등을 포함한 숫자로 기존 기획처와 재경부의 총수를 합친 것(1049명)보다 140명 줄었다. 하부조직은 1차관보 2관리관 3실(이상 1급 자리) 1본부 7국 15관 체제로 최종 결정됐다. 복권위원회사무처와 함께 FTA국내대책본부도 기획재정부 소속 기관으로 두면서 존속 기간은 올해 12월 31일까지로 못 박았다.차관보를 비롯한 1급 공무원 자리는 기존 8개에서 6개로 줄었다. 국장급은 36개가 있었는데 이번에 25개로 축소됐다. 직제에 없는데 임시로 각국에 ‘심의관’ 등의 이름을 달아 만들었던 국장급 자리 중에 꼭 필요한 것만 정식으로 만들어 남기고 대부분 없앴다. 과장급 자리는 120여 개에서 90개 내외로 줄어든다.이처럼 정원이 축소되면서 잉여 인력 처리 문제가 심각해졌다. 행정안전부로 합쳐진 중앙인사위원회는 각 부처에 잉여 인력을 명예퇴직 자진퇴직 전직 등을 통해 어떻게든 해소하라고 지침을 보내왔다. 기획재정부는 수석 경제부처라는 점을 내세워 각종 국책 과제별로 태스크포스(TF) 팀을 많이 만드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부처별 규제 개혁 상황을 점검하는 ‘규제개혁 모니터링 TF’를 비롯해 ‘예산 10% 절감 TF’ ‘성장률 제고 TF’ 등이 만들어져 잉여 인력을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각 TF 팀장에는 국장급 공무원을 임명할 계획이다.기획재정부 장관에는 강만수(63) 전 대통령직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위원이 임명됐다. 경남 합천 출생으로 서울대 법대 미 뉴욕대 대학원(경제학 석사)을 나온 강 장관은 1998년 재경원 차관에서 물러난 뒤 10년 만에 과천 정부청사로 ‘금의환향’한 케이스다. 야인(野人)으로 보내는 동안 이명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 서울시장과 대선 후보 시절 핵심 경제 브레인으로 활약했다.강 장관은 예산권을 틀어쥔 수석 경제부처 장관이다. 여기에 재무부와 재경원 요직을 두루 거친 경륜과 이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을 더한다면 정부 내에서 그의 영향력은 막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정부 임기 초반 감세(減稅)와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등 이른바 ‘우파’ 경제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것으로 보인다.장관 임명 뒤 곧바로 차관 인사도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인수위 경제1분과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최중경(52) 전 세계은행 이사가 1차관에, 배국환(51) 전 기획처 정책홍보관리실장이 2차관에 각각 뽑혔다.최 차관은 경기도 화성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 하와이대(박사) 등에서 공부하고 행정고시 22회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강 장관이 과거 현역 시절부터 아끼던 후배이자 정통 재무 관료로 금융 분야 요직을 두루 거친 금융 전문가로 분류된다. 상황 판단이 빠르고 일단 결정하면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추진력을 갖췄다는 평가다.배 차관은 전남 강진 출신으로 경복고와 성균관대 경영학과,위스콘신대 대학원을 나왔다. 행시 22회로 옛 경제기획원 기획예산위원회 기획처 등에서 재정 전략과 기획·예산부서를 두루 거쳤다. 조직 친화력이 뛰어나고 참신한 발상에 능해 관료들 사이에서는 ‘아이디어 뱅크’로 불린다. 판소리와 사물놀이 등 전통 문화에도 조예가 깊다.옛 기획처와 재경부 조직이 통폐합되면서 각 부처 출신들에게 한 자리씩 안배된 것이 기획재정부 차관 인사의 특징이다. 또 조직 안정 차원에서 1, 2차관 모두 내부에서 승진시켜 인사에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워줬다는 반응이다.기획재정부의 외청 세 곳의 수장 인선도 잇따라 이뤄졌다. 통계청장으로는 김대기 전 기획처 재정운용실장(행시 22회)이 가게 됐다. 김 청장은 예산과 기획 업무에 밝은 전통 관료로 후배들에게는 ‘일벌레’로 통하기도 한다.조달청장에는 장수만 전 인수위 경제1분과 위원이 인선됐다. 경제기획원 출신의 관료인 그는 2006년 일찌감치 관직을 떠나 이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747 공약’ 등 MB노믹스의 밑그림을 그렸다.관세청장은 허용석 전 재경부 세제실장(행시 22회)이 맡는다. 세제 전문가인 그는 사무관 시절 국제금융 분야에 잠깐 머문 것을 제외하면 조세정책과장 재산세제과장 조세정책국장 등 세제실 요직을 두루 거쳤다.차관과 외청장 인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이어질 1급 이하 국장급 후속 인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오전 7시 30분으로 예정된 대통령 업무 보고 이전까지는 인사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강 장관은 정권 교체로 인한 업무 지연을 없애고 부처 내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후속 인사를 빨리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료는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이렇게 빠른 속도의 인사는 없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출범 당시엔 50여 일이 흘러서야 1급 인사가 겨우 마무리됐다.돋보기│경제부처 청사 재배치기획재정부가 수석 경제부처의 상징인 과천 정부청사 1동 건물을 독차지하게 됐다. 기존 재정경제부는 법무부와 공간을 나눠 썼지만 서울 반포동에 있던 옛 기획예산처 인원들이 과천으로 옮기면서 1동을 함께 쓰기로 최종 조율된 것이다.부처 통폐합에 따른 공간 재배치 문제는 각 부처의 이해관계가 얽혀 난항을 겪었다. 법무부가 1동을 내줄 수 없다고 버티면서 통합 기획재정부가 여러 곳의 건물에 나눠서 입주해야 할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이 협소해 인원이 늘어나는 금융위원회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문제였다.이는 결국 청와대의 중재로 문제를 풀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갔다. 박재완 정무수석은 각 부처 관계자들을 모아 부처 청사 재배치안을 확정했다. 형식상으로는 논의였지만 교통 정리를 해 주는 사실상의 ‘강제 이주’ 조치였다. 이번 청사 재배치안은 통합 대부처들에 유리하도록 결정됐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인원이 많은 대부처들은 모두 한 건물을 단독 청사로 쓴다. 대부처들을 제외한 나머지 부처들은 두 개 건물로 분산돼 이동하는 수난을 겪게 됐다. 법무부는 과천 청사 5동으로 부서 전체가 옮겨 그나마 다행스러운 경우다.차기현·한국경제 기자 khcha@hanky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