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강한 소신이다. 실제로 새 정부의 덩치는 이전에 비해 홀쭉해졌다. 18부 4처이던 것이 15부 2처로 줄었다. 애초에는 이보다도 더 작은 13부 2처를 구상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무산됐다.부처의 수는 줄었지만 새로 탄생한 부서의 힘은 강해졌다. 특히 경제 관련 부처는 ‘공룡’이 됐다. 겹치는 조직을 기능 중심으로 재편해 기능과 조직을 ‘광역화’한 결과다. 이른바 ‘대부대국(大部大局)제를 도입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정책 결정 과정이 간소화돼 보다 빠르게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쓸데없이 낭비되는 재원을 줄일 수도 있다. 한마디로 보다 효율적이고 유능한 정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대부대국’이라는 조직 개편 원칙이 가장 확실하게 적용된 조직이 경제 부처들이다. 다른 부들은 참여정부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았다. 하지만 경제부처들은 싹 바뀌었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합쳐져 기획재정부가 태어났고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는 지식경제부로 거듭났다. 또 건설교통부와 해양수산부는 국토해양부로 통합됐고 농림부와 해양수산부 일부를 뭉쳐 농림수산식품부를 출범시켰다.기획재정부는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누어져 있던 세제와 예산, 거시경제정책을 통합 관할한다. 여기에 금융 감독 역할까지 맡았던 김영삼 대통령 시절의 재정경제원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돈’에 관한 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 건전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에도 이전에 비해 효과적일 것이라는 기대도 할 수 있다. 금융 정책은 금융감독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금융위원회가 관할하게 된다.국토해양부는 이름 그대로 국토, 바다와 관련한 정책을 추진한다. 건설교통부와 해양수산부가 합친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건설, 교통, 해양이 주요 관리 대상이다. 국토와 물류의 통합 관리를 통해 국토의 이용 가치를 높여 경제 발전을 뒷받침하는 것이 주요 과제다. 부동산 정책과 한반도 대운하 등 국가 프로젝트도 진행하게 된다.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는 지식경제부로 통합됐다. 산업의 종류로 부서를 나눠 정책이 일관적이지 않은 데다 미래 전략을 추진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를 받아들인 결정이다. 사실 정보통신부는 정보기술(IT) 산업 초기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더 이상 독립 부서로 있을 이유가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더욱이 서로 다른 산업이 급격히 융합되는 추세여서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가 통폐합돼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었다.농림수산식품부는 식품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식품의 종류에 따라 농림부와 해양수산부가 각각 맡고 있던 식품 산업 부분을 하나로 뭉쳤다. 이를 통해 농업과 수산업의 시너지 효과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자유무역협정(FTA) 등 식품 시장 개방에 맞설 수 있는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경제 관련 정부 조직이 완료돼 747정책(매년 7% 경제 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실현을 향한 첫 단추는 꿰어진 셈이다. 초대 장관들도 의욕적이고 ‘일하는 정부’를 보여주겠다는 이 대통령의 결의도 단단해 보인다. 하지만 개편된 정부 조직이 제 힘을 발휘하고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산적해 있다.먼저 따로 떨어져 있던 부서와 부처가 한 지붕 아래 모인 만큼 통합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한 식구가 됐지만 ‘출신’에 따라 조직이 쪼개지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특히 통합 후 공무원 수 감축이 예정돼 있어 조직 내부의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주문하듯이 ‘화학적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득보다 실이 큰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개성과 소신이 강한 장관들 사이의 의견 충돌이 예상보다 심각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장관과 청와대 수석들이 학자, 관료, 기업인 등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어서 의견 조율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령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 주도의 경제관이 강한 반면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민간 기업 출신답게 시장의 자율을 강조한다. 정부에선 각 부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기 때문에 갈등의 소지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글로벌 경제 상황의 악화도 ‘747’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촉발된 세계 자산시장의 불안과 이로 인한 경기 침체, 성장률 하락, 고용시장 위축에 맞설 묘안이 절실하다. 정부도 글로벌 경제 악화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7%가 아닌 6%로 하향 조정할 정도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돌파구는 결국 내수시장에서 찾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 시장을 활성화해 소득 증가와 일자리 창출을 모두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내수 활성화는 지나치게 높은 경제의 대외 의존도도 낮출 수 있어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묘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내수 경기 활성화 역시 어려운 길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물가 잡기와 경기 진작이라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입장인 것이다.많은 어려움과 문제에 당면해 있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실용정부가 경제 성장에 성공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68%의 기업들이 새 정부가 경제 성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볼 수 있다. 실용정부가 국민들의 높은 기대를 얼마큼 채워줄 수 있을지 여부는 이번 정부 조직 개편이 얼마나 빨리 자리를 잡고 제 역할을 하는지에 달려 있다.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