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상하이엑스포 현장을 가다

중국 최대 경제 도시 상하이를 가로지르는 황푸강의 루푸대교. 난푸대교와의 사이 강 양쪽에 대형 크레인들의 바쁜 움직임이 한눈에 들어온다. 2010년 열릴 상하이엑스포의 건설 현장이다. 부지만 5.28㎢. 여의도의 60% 크기다. 황푸강 하류 쪽으로 눈을 돌리면 둥팡밍주로 상징되는 마천루 밀집 지역이 보인다. 갈대밭이었던 곳이 개발 10여년 만인 2000년대 초 빌딩 숲으로 변한 이 지역을 보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천지개벽했다’고 했다. 하지만 상하이의 야망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상하이에서 가장 오래되고 낙후된 공단과 무허가 주거촌이 엑스포를 통해 대형 시민센터로 거듭나는 것이다. 엑스포 지역뿐만 아니다. 이를 계기로 상하이 전체가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다. 황젠즈 엑스포 사무협조국 부국장은 “상하이가 2030년에야 가질 수 있는 인프라를 엑스포 덕분에 20년 앞당겨 구축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주융레이 엑스포 사무협조국 부국장은 “엑스포를 도심 속에서 개최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엑스포가 아니면 재개발 엄두도 내지 못할 지역을 택했다”고 말했다. 황푸강 중류 서쪽에 있는 장난조선소. 1850년에 세워진 이 조선소는 인근 충밍다오로 이전했고 기존 터에는 엑스포 기업관과 수상공원 등을 설치하기 위해 크레인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섬유 철강 공장 등은 물론 1만8000여 저소득 가구도 이전을 끝냈다. 섬유공장은 지금 엑스포 사무협조국 식당으로 쓰이고 있다. 2002년 엑스포를 유치한 상하이가 이전 작업을 시작한 건 2004년. 불과 4년여 만에 모두 밀어버린 것이다. 공장들은 이전하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장난조선소는 부지가 1㎢에서 12㎢로 확대돼 더 큰 배를 만들 수 있게 됐고, 바오산철강 계열의 철강 공장은 바오산구로 옮기면서 오염 배출을 줄이고 품질 수준은 끌어올렸다.공장과 무허가 주거촌이 떠난 자리에는 1만5000명을 수용할 콘서트홀과 14만㎡ 규모의 대형 컨벤션센터가 들어선다. 우즈창 엑스포 사무협조국 총기획설계담당은 “상하이엔 대형 공연장이 없어 외국의 유명 가수가 오면 체육관을 이용해야 했다”며 “엑스포에는 상하이에 필요한 인프라를 갖추기 때문에 사후 재활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엑스포 지역을 문화 관광 회의 기능을 갖춘 대형 시민센터로 거듭나게 한다는 설명이다. 도심 속 낙후지역을 택한 것이나 오염 지대를 선정한 것, 그리고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시설을 세우는 것에서 중국 특유의 실용주의를 엿볼 수 있다.상하이의 지하는 지금 대형 공사판으로 바뀌었다. 건설이 진행 중인 지하철역만 해도 100여 개에 이르고 공사 중인 지하철 연장 길이만 해도 100km에 달한다. 8개 지하철 노선 229km가 엑스포 전까지 12개 노선 400km로 확충된다. 황 부국장은 “엑스포 기간에 매일 40만∼80만 명의 소도시 규모의 인구가 이동하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실험이 이뤄진다”며 “이를 위해 세계에서 가장 긴 지하철 노선을 갖추기로 하는 등 교통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의 현재 상주인구는 1800만 명이다.상하이 2개 공항 여객 수용 능력도 연간 6500만 명에서 8000만 명 이상으로 확충되고 베이징과 난징을 잇는 고속철도 건설 등으로 철도 노선의 연간 수용 인원도 3000만 명에서 엑스포 전까지 8200만 명으로 늘어난다. 상하이와 주변 도시를 잇는 고속도로도 지금의 두 배인 80여 개로 늘어난다.훙차오 공항을 중심으로 버스, 철도와 연계한 아시아 최대의 교통 허브도 만들어진다. 올해 연간 1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국제해운여객센터도 황푸강변에 세워져 내년에 가동에 들어간다. 엑스포 관람을 위해 도강할 수 있는 배도 띄우고 이를 위해 3개의 수문도 만든다. 이 중 2개는 영구 사용된다. 엑스포 부지 외에도 영구적으로 사용할 6개의 수문을 만들어 황푸강의 기능을 단순 물류에서 교통 수단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육·해·공·지하 전방위적으로 교통 인프라가 깔리고 있는 것이다.상하이엑스포는 녹색엑스포를 지향한다. 엑스포 부지의 56% 이상을 녹지로 조성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엑스포 전시관은 풍속과 풍향까지 고려한 건물 설계로 난방비를 줄이는 친환경 개념으로 지어진다. 또 태양 빛의 세기를 시뮬레이션해 시간대별로 그림자 면적을 파악해 건물별로 차양막 설계를 달리할 계획이다.엑스포 부지에 있는 난시화력발전소는 지열 풍력 태양광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친환경 발전소로 다시 태어나고 신에너지 전시관으로도 활용된다. 엑스포 전시장 배기가스 제로를 목표로 세운 조직위는 수소자동차와 전기자동차를 투입하기로 하고 이미 상하이자동차 등이 개발을 마쳤다고 전했다. 수소 충전소와 태양광 가로등도 상하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설치를 시작했다. 주 부국장은 “엑스포 이후 공공버스부터 대체에너지를 사용하는 식으로 친환경 교통 수단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의 환경 기준에 준하는 오염 배출 기준을 적용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차량은 폐차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푸강변에는 아이들이 물놀이를 할 수 있을 만큼 정화된 물이 흐르는 습지공원도 조성된다.쉬웨이 상하이엑스포 사무협조국 신문선전부장은 “상하이엑스포가 6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국 국내총생산(GDP)을 2∼7%포인트 더 높일 것으로 점치는 중국 학자들까지 있다”며 “그러나 지속 성장의 최대 장애물인 환경과 에너지 문제의 해법을 제시한 미래형 도시를 중국 전역에 보급할 학습의 장을 마련한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엑스포 주제는 ‘더 나은 도시, 더 나은 생활(Better city, Better life)’이다.오광진·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