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에서 대부분 사람들은 필자의 첫인상이 통이 크고 남자다워 보인다고 말한다. 그러나 조금 알고 나면 사람들이 놀라는 버릇이 하나 있다. 바로 정리 정돈 습관이다. 깨끗하게 정리된 책상과 책꽂이, 짜임새 있게 가구들이 배치돼 있는 사무실, 늘 말끔하게 정돈된 자동차 등이 나의 첫 이미지와 대조된다는 것이다.정리 정돈 습관은 아버지에게서 배운 것이다. 어릴 적 내 기억 속에서 아버지는 언제나 주변을 가지런하게 유지하는 분이었다. 방안을 쓸고 닦고, 사용했던 물건들은 항상 제자리로 옮기고, 흐트러진 물건들을 정리하는 데 아버지는 유난히 공을 들이셨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돌아보면 아버지가 물려주신 가장 소중한 재산은 바로 이 정리 정돈하는 습관이라고 생각한다.“주변 정리 정돈을 잘해야 반듯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늘 강조하시던 아버지의 말씀은 어린 나에게 귀찮은 잔소리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어릴 적 내 기억 한 귀퉁이에 스트레스로 기억됐던 아버지의 ‘깔끔한’ 삶의 자세는 지금 나에게 큰 거름이 되고 있다.한옥이었던 우리 집은 요즘에는 흔치 않은 넓은 흙 마당을 가지고 있었다. 쓸고 쓸어도 하얀 바닥이 나올 리 없건만 아버지는 항상 흙으로 된 마당을 정성들여 비질하셨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아버지의 비질은 멈추지 않았다.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함께 빗자루를 쥐고 마당을 쓸며 나는 항상 불평을 했던 기억이 난다.“어차피 금방 지저분해질 것을 뭣 하러 그렇게 열심히 치우세요, 나중에 한꺼번에 해도 되잖아요.”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정리 정돈은 단지 주위를 깨끗하게 하는 것만이 아니다. 너의 생각과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는 것이란다”고 가르치셨다. 그렇지만 어린 필자가 아버지의 말씀을 마음 깊이 새겼을 리 만무하다.되돌아보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초년병 시절에도,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지금에도 정리 정돈이라는 삶의 자세는 내 삶의 추진력이요, 일종의 에너지라는 생각이 든다.책상처럼 당장 눈앞에 보이는 주변을 정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 나의 정리 정돈 습관은 신변 정리, 정신적인 사고의 정리 등 유무형의 성공적인 결과물을 가져다주었으니 말이다. 더불어 사고의 정리는 사소한 일이든, 큰일이든 간에 계획을 세우고 계획대로 일을 진행할 수 있는 ‘생각 정리의 기술’을 가다듬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이를 통해 나는 ‘군더더기 없는 일처리 패턴’을 배웠고, 이는 업무 시간을 줄이고 효율은 높이는 아주 고마운 힘이 되었다.정리 정돈은 인간관계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누군가는 이러한 습관이 감성적으로 무미건조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필자는 정리 정돈의 미학은 ‘세련된 일 처리’ ‘세련된 인간관계’를 낳는다고 대꾸한다. 업무의 대소경중을 즉시 판단하고,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의 구분에 이르기까지 세련되고 절제된 인간관계를 다져준다는 설명도 덧붙인다.얼마 전 국어사전에서 ‘정리 정돈’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다. 사전에서 정리는 흐트러진 것을 질서 있게 하거나 필요 없는 것을 없애는 일이고, 정돈은 지저분한 것을 치우고 남는 것을 가지런히 하는 일이라고 정의돼 있었다. 아버지가 내게 가르치려던 ‘정리 정돈’은 사전적인 의미 이상이었음을 이제는 필자도 잘 알고 있다. 아버지는 사전적인 정리 정돈의 뜻에 인간 내적인, 생각의 정리 정돈을 강조하시고 싶으셨던 것이다.어느새 정리 정돈의 예찬론자가 된 자신을 볼 때면 ‘아버지도 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이런 가르침을 받으셨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된다. 필자 역시 자식들에게 이 가르침을 물려 줄 것이다.좋은 습관은 몸에 익히기는 어렵지만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나쁜 습관은 나쁜 생활 태도를 낳아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정리 정돈이라는 습관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지만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흐트러진 물건을 향해 손을 내밀어 제자리로 놓으려는 의식적인 노력과 부지런함의 대가를 아버지께서는 이미 알고 계셨으리라.1964년생.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의 프랭클린 피어스 로스쿨에서 JD 학위(학사)를 받았다. 서울대 공대에서 AIP 과정을 수료했다.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 2001년 콘텐츠웨어 전문 업체인 아이오셀을 창업했다.강병석·아이오셀 대표이사 bskang@iocel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