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신형 C클래스 시승기

지난해 말 메르세데스벤츠가 선보인 신형 C클래스는 느낌부터 새롭다. 처음 보는 순간 ‘이 차가 벤츠 맞아’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튀어나올 정도다. 중후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벤츠의 이미지에 익숙한 기존 고객들에게는 당혹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날렵하고 세련된 외관은 스포츠 세단을 연상시킨다. 상대적으로 약세인 젊은층 시장을 겨냥해 7년 만에 C클래스의 풀 체인지(전면 교체)를 단행한 벤츠의 야심을 잘 읽을 수 있다.이번에 나온 것은 C클래스의 4세대 모델에 해당한다. C클래스의 뿌리는 1982년 등장한 벤츠 190이다. 프리미엄 자동차만 생산하던 벤츠가 내놓은 첫 소형차인 이 모델은 연간 14만 대씩 팔려나가는 대성공을 거뒀다. 벤츠를 대표하는 럭셔리 세단 S클래스나 E클래스를 동경하지만 선뜻 살 엄두를 내지 못하던 많은 사람들이 190에 열광했다. 그 후 이 모델은 1993년 2세대에 와서 C클래스로 이름을 바꾸었고 2000년 땅콩 껍데기 모양의 독특한 헤드램프가 특징적인 3세대 모델로 진화했다.하지만 프리미엄 이미지를 고집스럽게 지키고 있는 벤츠 입장에서 C클래스는 만만치 않은 고민거리를 던진다. C클래스는 여전히 판매 대수 기준으로는 벤츠 제품 가운데 가장 많이 팔려나가는 모델이다. 3세대 C클래스는 출시 후 3년 만에 100만 대 이상 판매되는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이는 경쟁 모델인 BMW 3시리즈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적이다. 아우디 A4, 렉서스 IS 등 다른 프리미엄 콤팩트 세단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미래의 ‘충성고객’인 젊은층을 잡으려면 뭔가 획기적인 변화가 절실한 시점인 것이다.C클래스는 초기 모델부터 ‘베이비 S클래스’라는 닉네임으로 불려왔다. 벤츠의 최고급 럭셔리 세단인 S클래스의 이미지를 충실하게 재현해 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C클래스만의 정체성이 없다는 뜻도 된다. 4세대 신형 C클래스는 이런 고정관념에 대한 과감한 도전이다. 한눈에 봐도 콤팩트하고 스포티한 모습이 두드러진다. C클래스가 비로소 S클래스의 그늘에서 벗어나 고유의 디자인 정체성을 찾았다는 평가를 받을만하다.신형 C클래스는 아방가르드(Avantgard)와 엘레강스(Elegance)라는 두 가지 라인업을 선보였다. 각각은 디자인과 기본 사양이 전혀 다르다. 아방가르드는 스포티함을 강조한 반면 엘레강스는 전통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벤츠에서 처음 시도한 ‘클래스 인 클래스’ 전략이다. 국내에는 아방가르드는 C200K, C230, C220 CDI(디젤) 등 3개 모델, 엘레강스는 C200K, C220 CDI(디젤) 등 2개 모델이 출시됐다. 전체적으로 고급 사양을 적용한 아방가르드의 가격이 엘레강스에 비해 다소 높게 책정됐다.시승차는 C200K 아방가르드다. 배기량 1796cc 콤프레서(Kompresser) 엔진을 장착한 모델이다. 콤프레서 엔진은 전기 모터의 힘으로 연료를 압축해 집어 넣기 때문에 배기량에 비해 높은 출력을 낸다. C200K 아방가르드도 최고 출력 184마력을 자랑한다.아방가르드 모델의 강한 개성은 확 바뀐 전면 디자인에서 뿜어져 나온다. 은색의 세줄 라인으로 장식된 라디에이터 그릴 한가운데 커다란 벤츠의 세 꼭지 별 엠블럼이 자리해 있다. 멀리서도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압도적이다. 벤츠가 SL, SLK, CLK 등 고성능 쿠페(천장의 높이가 뒷자리로 갈수록 낮은 2인승 자동차)나 로드스터(2인승 오픈 스포츠카)에만 적용했던 디자인이다. 스포츠 세단으로서의 성격을 강조하려는 벤츠의 의도가 잘 나타나 있다. 반면 엘레강스는 전통적인 V자형 프런트 그릴을 그래도 얹어 점잖은 분위기를 풍긴다. 엠블럼도 보닛 끝부분에 솟아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방가르드와 엘레강스 모두 벤츠의 고성능 세단 브랜드인 AMG의 스포츠 액세서리 패키지가 기본으로 달려 있다. 앞뒤 범퍼에 고성능을 상징하는 강렬한 디자인 터치가 더해지고, 양옆에 두툼한 사이드 스커트가 붙어 한결 단단한 인상을 준다.실내 디자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깔끔하게 디자인된 대시보드와 팝업식 모니터다. 각종 버튼의 위치가 일목요연하고 사용하기 편리하다. 에어컨 컨트롤 패널도 네 개의 다이얼을 두 개로 통합해 단순화를 추구하고 있다. 대시보드 맨 윗부분에는 팝업형 7인치 모니터가 숨겨져 있는데 버튼을 누르면 스르륵 올라온다. 기어 레버 뒤쪽 컨트롤 다이얼로 한국어를 지원하는 커맨드 시스템, DVD 체인저, 내비게이션 등 갖가지 기능을 선택할 수 있다.기계판 속도계 중앙에도 각종 정보를 표시하는 LCD 디스플레이가 자리 잡고 있다. 특이한 것은 속도계의 바늘이다. 속도계 서클 바깥 부분에서 속도 눈금 부분만 나타내고 있어 가운데 디스플레이의 내용을 더 쉽게 볼 수 있다. 스티어링 휠에는 오디오 조절과 휴대폰을 걸거나 받는 버튼이 달려 있다. 휴대폰 연결은 블루투스를 이용하는데, 마침 갖고 있는 휴대폰이 블루투스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 실제 통화는 시도해 보지 못했다.가장 아쉬운 부분은 내비게이션이다. 터치스크린 기능이 없어 목적지를 설정하려면 별도의 리모컨을 써야 한다. 안전 운전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터치스크린에 익숙한 때문인지 불편하게 느껴진다. 유저 인터페이스의 편리성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처음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생각만큼 차가 잘 나가지 않는 느낌에 당황하게 된다. 그러나 일단 회전수가 치솟으면 강한 파워를 쏟아낸다. 매끄럽게 상승하는 회전감이 일품이다. 제원표상 최대 토크(회전축을 회전시키는 힘)는 2800~5000rpm에서 25.5kg·m, 출발에서 시속 100km 도달 타임은 8.8초다. 핸들링이나 브레이크 성능은 정확하고 빠르게 반응했다. 스티어링 휠은 마치 솜털처럼 가볍게 움직인다.급한 커브 길을 빠르게 달려도 차체가 좌우로 기울어지는 롤링 현상이 크지 않아 안정적인 컨트롤이 가능하다. 과속방지턱이나 울퉁불퉁한 길을 달릴 때도 승차감이 부드럽다. 신형 C클래스에 적용된 신기술 ‘어질리티 컨트롤(Agility Control, 민첩성 제어장치)’에 그 비밀이 숨어 있다. 어질리티 컨트롤 시스템은 주행 상황에 맞춰 쇼크업소버(충격흡수장치)의 강도를 조정해 댐핑(damping) 압력을 변화시킴으로써 승차감과 민첩성을 모두 만족시켜 준다. 다이내믹한 주행을 즐길 경우에는 댐핑 압력을 최대로 올려 차체를 효과적으로 안정시킨다.탑승자 보호를 최우선에 두는 벤츠의 철저한 안전 철학은 신형 C클래스도 예외가 아니다. 차체의 70%가 고강도와 초고강도 스틸로 제작돼 내구성과 안전성이 향상됐다. 기존 모델에 비해 충돌 시 완충 역할을 하는 변형 구역(Deformation Zone)을 더 늘렸고 독특한 프런트 엔드 구조를 적용해 충동 충격이 승객실을 지나면서 넓게 퍼지도록 설계됐다.신형 C클래스는 확실히 매력적이다. 젊고 세련된 디자인, 부드럽고 경쾌한 주행 성능 모두 만족스럽다. 새로운 C클래스의 탄생을 기다려온 젊은층의 반응이 벌써부터 심상치 않다.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