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 분석
그렇다면 기업을 가장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전문가들은 이번 수사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국 경제와 삼성에 미치는 영향, 새정부의 경제 살리기와의 상관관계, 삼성이 해야 할 일 등에 대해 한경비즈니스가 2월 27일과 28일 양일에 걸쳐 글로벌리서치와 공동으로 긴급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조사는 e메일을 통해 설문서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이뤄졌고, 이코노미스트 애널리스트 경영학자 언론인 등 경제 전문가 115명이 참여했다.먼저 ‘삼성 비자금 수사 이후 삼성의 기업 활동은 어느 정도 타격을 받았다고 보는가’에 대해 물었다. 결과는 크든 작든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무려 67.9%에 달했다. 구체적으로는 ‘조금 받았다(43.5%)’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크게 받았다’는 답변도 24.4%나 됐다. 이에 비해 ‘별로 받지 않았다(13.9%)’, ‘전혀 받지 않았다(7.8%)’ 등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의견은 21.7%에 불과했다.한발 더 나아가 ‘삼성 비자금 수사가 앞으로 한국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삼성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익히 알려져 있다. 가히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출액만 해도 국내총생산(GDP)의 15%를 넘는다.가장 많은 표를 받은 것은 ‘다소 악영향을 미친다’는 항목이었다. 38.3%로 나타났다. ‘매우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은 8.7%로 조사됐다. ‘악영향을 미친다’는 답이 47.0%로 절반에 육박하는 셈이다. 반면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답변은 34.7%로 나타났다.‘악영향을 받는다고 보는 경우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에 문제가 생길지’를 추가 질문으로 던졌다. 이에 대한 응답자들의 답변을 보면 지금 한국 경제가 겪고 있는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최근 외국의 바이어나 투자자들 사이에 돌고 있는 삼성 불안감이 적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구체적인 답변을 보면 먼저 ‘대외 신인도’가 44.2%로 가장 많았다. 절반 가까운 답변자들이 삼성의 대외 신인도가 크게 떨어진 것을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두 번째로 많은 답변은 ‘수출’이다. 25.1%의 응답자들이 여기에 표를 던졌다. 여기에는 최근의 경상수지 악화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17.6%) 문제를 거론한 응답자들도 적지 않다. 이 밖에 내수(5.8%), 고용(2.9%)을 거론한 경우도 있었다.‘이명박 정부의 경제 살리기에 삼성 비자금 수사가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란 질문도 던졌다.일단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40.0%)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답변(25.2%)을 압도한다. 특별히 자신의 입장을 나타내지 않은 ‘그저 그렇다’는 응답은 30.4%로 나타났다. 수사 착수 이후 한때 삼성은 고위 임원들의 출국 금지 조치에 크게 당황했다. 중요한 상담이 무산되는 등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특검은 수사상 꼭 필요하다며 상당수 삼성의 고위 임원들을 출금 금지했다.이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의 시각은 어떨까. ‘삼성의 고위 임원들에 대한 출국 금지 조치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가장 많은 표가 몰린 것은 ‘필요하지만 출국 금지 대상이 너무 많다’는 항목이었다. 43.5%라는 많은 표가 나왔다. 또 ‘불필요하다’는 응답도 14.8%를 차지했다. 결국 특검의 출국 금지에 문제를 제기한 의견이 58.3%에 달했다. 이에 비해 ‘매우 필요하다’는 응답은 33.9%였다.삼성 특검은 3월 9일이면 시한이 끝난다. 하지만 법적으로 45일간 연장이 가능하다. 지금으로서는 수사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건희 회장까지 소환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이에 ‘어느 정도 더 수사가 계속돼야 한다고 보는가’란 질문을 던졌다. 결과를 보면 ‘가능하면 조속히 끝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40.8%)이 다른 항목을 크게 웃돌았다. ‘기간에 관계없이 수사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란 의견(23.4%)도 약 4분의 1에 달했으나 조기 마무리론에는 크게 못 미쳤다.비자금은 국내 기업들에 아킬레스건이나 다름없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기업 없을 것’이라는 말이 널리 퍼져 있을 정도다. 상당수 기업이 그동안 이런저런 비자금 문제로 수사를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이와 관련된 질문으로 ‘기업들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면 궁극적인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보는가’를 물었다. 답변 내용을 크게 기업과 비기업(정치권, 정부)으로 나누면 비기업(35.7%)이 기업(32.1%)보다 높았다.특정 주체가 아닌 모두의 문제라는 지적도 28.8%나 됐다.시간이 지나면 삼성 특검은 끝난다. 수사 기간을 최대한 연장하더라도 4월 하순에는 마무리된다. 수사 결과 발표와 함께 기소 등 책임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법적 책임과는 별도로 투명 경영과 경제 살리기에 대한 삼성의 역할론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크게 보면 새정부의 경제 운용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주문인 셈이다. 이런 차원에서 ‘비자금 수사 이후 삼성이 우선적으로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는가’라고 물었다. 당장은 특검 수사 때문에 어렵겠지만 수사 종료 후 경영 활동의 우선순위를 질문한 것이다.가장 많은 답변이 나온 것은 ‘투명한 기업 경영’이었다. 무려 63.5%를 차지했다. 이는 어찌 보면 삼성을 포함한 국내 기업들에 대한 당부의 성격이 짙다. 투명 경영이 정착됐을 때 기업의 경쟁력도 극대화될 수 있다는 것을 주문하고 있는 셈이다.‘지배 구조 재정비(19.1%)’가 그 뒤를 이었다. 이번 수사 과정에서 삼성의 지배 구조 문제가 불거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대외 신인도 제고(10.4%), 투자 늘리기(6.1%), 적극적 고용 창출(0.9%)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삼성에 대한 특검 수사를 보는 시각은 제각각이다. 이번 설문조사결과에서도 이런 부분은 분명이 나타났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와 삼성이 받는 악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수사는 불가피하지만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할 것으로 풀이된다.김상헌 기자 ksh1231@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