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산에 사는 정모(57) 씨. 작년에 남편과 사별하고 대학생인 막내아들과 생활하고 있는 정 씨는 살아갈 일이 막막하다. 규모는 작았지만 제법 벌이가 좋았던 남편의 사업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맞아 기울기 시작했고, 다시 사업을 일으키려 고군분투하던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남편의 사업을 정리한 결과 미수금 1억5000여만 원에 부채 4억여 원. 사정 끝에 받은 일부 미수금과 예금, 남편 명의의 보험금 등으로 부채의 일부를 상환했다. 다행히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아왔고 부채 규모도 가장 컸던 업체 사장의 도움으로 부족한 금액은 탕감받을 수 있었다.남은 자산은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가 전부다. 수입은 20만 원이 채 안 되는 유족연금과 결혼한 두 딸이 가끔씩 보내오는 용돈, 휴학한 아들이 아르바이트로 버는 80여만 원이 전부. 그나마 아들이 군에 입대하면 각종 공과금과 의료보험료, 관리비 내기도 빠듯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드렛일이라도 해서 돈을 벌고 싶지만 허리 통증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역모기지를 이용하려고 해도 자격 기준인 65세까지는 8년을 기다려야 하고, 8년 후 아파트 가격이 6억 원 이하로 유지될지도 미지수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큰딸 내외가 운영하던 식당이 어려워지자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도와달라는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결혼 후 전업주부로 살아온 내가 이 나이에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눈물짓던 정 씨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근래 들어 노인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2004년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03년 61세 이상 노인 자살자 수는 3653명으로 2000년 대비 56.8%나 늘었다. 매일 10명의 노인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개인파산 신청자 중 60대 이상의 고령자 비중 역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2004년 전체 개인파산 신청자의 6.3%였던 60세 이상 파산 신청 비율이 2006년 8월에는 11.5%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우리나라는 앞으로 18년 후면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의 노인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추세라면 2050년에는 65세 이상의 노인이 전체 인구의 38.2%를 차지하는 세계 최고령 국가가 되고 국민연금과 의료보험 등의 사회적 비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반면 출산율은 1.18명 수준이다. 외동아들과 외동딸이 결혼해 양가 부모를 부양해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부모가 경제적 능력이 없다면 자녀들 또한 자신과 비슷한 노후를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반면에 전혀 다른 양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현상도 있다. 보건복지부의 노인 생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의 비율은 1998년 53.2%에서 2004년 43.5%로 줄었다. 대도시 지역만을 대상으로 조사한다면 이 비율은 훨씬 낮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불효를 탓할 일만은 아닌 듯하다. 노후에 자녀와 함께 살고 싶어 하는 부모가 감소하고 있다. 맞벌이로 자녀 양육이 어려워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늘고 있지만 오히려 부모 쪽에서 거절한다는 것이다.보통 30~40대 부부가 원하는 노후 생활비 수준은 월 150만 원에서 200만 원 정도다. 연봉 3500만 원인 30대 후반 가장이 60세에 은퇴 후 현재 가치로 월 200만 원 정도의 생활비가 필요하다고 하자. 소득이 꾸준히 늘고 은퇴 시점까지 국민연금을 납입한다면 대략 월 100만 원 정도를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하지만 월 100만 원 정도의 생활비로는 부족하다. 평균 수명은 현재보다 길어질 것이고 여성의 평균 수명이 남성보다 길기 때문에 배우자 혼자 생활해야 하는 기간도 고려해야 한다. 평균 수명이 10% 정도 길어지고 배우자 여명기의 생활비는 부부가 함께 생활할 때의 60%가 필요하다는 가정 하에 부족한 자금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은퇴 시점까지 7억 원 정도를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 수익률 8%를 올릴 수 있다면 월 88만 원을, 10% 수익률이라면 월 65만 원을 적어도 20년간 꾸준히 투자해야 준비할 수 있는 금액이다.자신을 위해서도, 자녀를 위해서도 미리미리 노후에 대비하는 것이 필수인 시점이다. 그렇다면 하루라도 빨리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02)312-6076이재욱·머니트리 공인재무설계사 ulala@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