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종 투자 전략
2007년 주식시장 대세 상승의 주도주 역할을 했던 조선 업종의 주가는 지난 1월 말 현재 2007년 11월 고점 대비 무려 평균 50% 넘게 하락했다. 대표 업체인 현대중공업이 48% 하락했고 현대미포조선은 무려 58% 내렸으며 STX조선도 65.3%나 빠졌다. 최고의 중국 수혜주로 2007년 주식시장 상승의 주도주 역할을 하던 조선주는 지난 수개월간의 코스피지수 하락 조정과 더불어 폭락세를 나타낸 것이다.그렇다면 이번 조선주 주가 하락의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히 정리해 보면 크게 3가지 정도의 우려감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수주 감소에 대한 우려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의 위축이 선박금융시장에까지 영향을 주게 되고, 향후 선박 수주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지면서 조선 경기의 하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둘째, 선박 수주 가격의 하락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수주가 감소하면 조선 경기가 하강하고, 이는 곧 조선 산업 펀더멘털의 훼손에 대한 신호가 될 것이라는 견해다. 마지막으로 후판 가격 상승으로 예상보다 실적 개선이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3가지 우려는 모두 조선 산업의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판단된다.실제 주가 하락의 이유는 유동성 부족으로 주식 매도에 나선 외국인 투자가들이 상대적인 주가 상승에 따라 차익 실현이 가능한 종목으로 조선업을 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속적인 조선주 주가 상승으로 포트폴리오 내 비중 증가에 따른 매도도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게다가 최근에는 로스 컷(loss cut) 물량과 주가 하락에 따른 무차별적인 투매까지 이어져 과매도 국면에 접어들었던 것으로 판단된다.하지만 실제 신조선가와 수주량, 그리고 조선 업체들의 실적은 우려와 달리 전혀 훼손이 없었으며 더욱이 50% 이상의 주가 폭락이 나올만한 변화 요인은 없었다. 신조선가는 오히려 꾸준한 상승 추세를 보여 왔고 수주량도 좋은 실적을 냈다. 지난 1월 수주량은 지난 5년간의 같은 기간 수주량보다 수주 척수 기준으로 32%, CGT(보정총톤수) 기준으로 54% 상회했다. 따라서 현재의 주가 하락은 펀더멘털적인 요인보다는 주식시장 참여 주체의 수급 악화에 따른 결과였다고 분석된다.주요 조선 업체들이 1월 말 기준으로 1년 수주 목표의 10% 이상을 달성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수주 감소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그렇다면 과연 2008년 연간 조선업 전망은 과연 회의적인가. 중국의 공업화 과정과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의 산업화 과정이 맞물린 이번 세계 경기 호황기에 구조적인 물동량 증가를 바탕으로 한 이번 조선 호황기는 중국과 이머징 경제의 공업화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상 물동량 증가와 필요 선박의 규모로 볼 때 1970년대의 일본과 미국의 경제 성장기에 견주거나 그 이상인 시기로 볼 수 있다. 이번 조선 호황 사이클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수요와 공급을 바탕으로 수급을 추정해 보면 2008년은 수요와 공급 모두 최고의 시기로 판단된다.우선 단기적으로 2008년 상반기는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감에 따라 탱커(원유 운반선)와 원유시추선(해양 플랜트) 호황이 지속될 것이며, 2010년 이후의 단일선체 해체 의무화 영향 역시 탱커 발주 수요를 더욱 확산시킬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40년간의 통계를 살펴보면 탱커 시황은 유가와 가장 관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고유가 상황에서는 산유국들이 명분상으로는 유가 안정을 위해, 그리고 실리 측면에서는 고유가에 판매하기 앞 다퉈 증산하게 마련이다. 이에 따라 결국 원유 시추 설비인 해양 플랜트와 원유 수송선인 탱커의 발주량이 늘어나고 선박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연초 수주한 선박의 70%는 탱커와 해양 플랜트이며 이러한 점으로 미뤄 봤을 때 상반기 국내 조선소의 수주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탱커와 더불어 벌커 호황도 유지될 전망이다. 최근 벌크선 운임지수(BDI)가 철광석 가격 협상 타결 이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벌크 시황의 단기적인 하락은 실질적인 수요 감소 때문이 아니라 협상 지연에 의한 단기적인 현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철광석과 석탄에 대한 장기적인 수요를 고려하면 벌크선 호황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하반기 이후 세계적인 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컨테이너선 발주 확대가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조선 수주는 주요 선종의 수요가 강세를 이어가면서 올해에도 호황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현재 조선 업체들의 수주 잔량의 구성을 보면 2004년 하반기 수주 물량은 대부분 건조돼 70척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이며, 2008년 상반기 건조 예정 물량은 2005년 수주 물량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즉, 2004년 물량을 주로 건조했던 2007년 실적보다 건조 선박의 평균 가격이 약 15% 이상 상승해 2008년 상반기의 실적 개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하반기에도 이 추세가 지속돼 건조 실적과 수주 실적 면에서 모두 비교적 맑은 기상도를 보일 전망이다.결론적으로 지난 11월 이후 조선 업종의 주가는 펀더멘털의 변화 없이 50% 가까운 하락세를 나타냈고 그중 현대미포조선과 같은 일부 업체는 보유현금성자산(1조7000억 원)과 유가증권가치(2조50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가총액을 나타낼 정도로 하락했다고 볼 수 있다. 2008년 예상 주가수익률(PER)이 9배 미만으로 절대적인 저평가 국면이다. 조선 수주 호황 국면 지속과 실적 개선 추세를 감안하면 현재 조선 업종의 주가 조정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우량 조선주의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대형주 중에서는 이러한 저평가 상태에 있는 조선주로 현대중공업을 들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대 조선 업체이며 세계 최고 수준의 중공업 업체로 2008년 예상되는 조선과 중공업부문 호황에서 최대의 수혜가 예상된다. 조선부문은 2008년 10번째 독(dock) 증설에 따른 물량까지 감안하면 사상 최대 수주가 예상되며 엔진 공장 증설 효과 등을 고려하면 장기 성장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또 고유가로 해양 플랜트와 발전 설비 부문 역시 고성장 추세가 유지될 전망이다.현대중공업의 2008년 영업이익은 약 2조8000억 원이 예상된다. 우선 조선부문에서 2005년 일감이 본격 건조돼 수익성이 최고에 이르고 엔진부문 역시 단가 상승과 매출 증가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해양, 플랜트, 발전 설비 등의 성장도 지속돼 이익의 안정성도 상대적으로 돋보일 것이며 2008년 상반기는 이익 증가 폭에 있어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부문의 최고의 경쟁력과 안정적인 이익 구조, 그리고 최대 엔진 업체로서의 매력을 감안해 현대중공업을 조선 업종 2008년 최선호주(Top Pick)로 추천한다.세컨드 티어(second tier) 업체 중에서는 현대미포조선을 추천한다. 2008년 현대미포조선의 가장 큰 펀더멘털의 변화는 자회사인 베트남 비나신조선소의 신조선 전환이다. 비나신조선소의 2독은 VLCC까지 건조할 수 있는데, 신조선 전환으로 연간 최대 7000억 원의 매출 증가가 기대되며 2009년 납기로 수익성도 매우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총수주 금액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수입과 기자재 납품, 그리고 지분법 이익 등을 감안하면 2009년부터 실제로 현대미포조선의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이다.4조 원에 달하는 보유 유가증권 가치와 현대미포조선의 약점이었던 성장성 한계를 비나신조선소의 신조선 전환으로 해소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저평가 상태인 현대미포조선 역시 2008년 조선 업종 최선호주로 추천한다.조용준·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cho.youn-jun@shinyo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