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별 대해부 - 주식
“요즘 자산가들은 투자 자문사를 쇼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에 조금, 저기에 조금 넣어 두었다가 일정 기간 성과를 살펴본 후 수익률이 좋은 자문사 위주로 자산 비중을 재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시선투자자문의 정재학 대표는 자산가들은 요즘 에이전트를 찾아다니는 게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말한다. 재테크 스페셜리스트를 찾아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특히 주식시장이 호황세를 누리면서 투자 자문사를 찾는 자산가들이 크게 늘고 있다.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임형 투자 자문사의 개인 고객 수는 2004년 746명에서 2006년 1314명으로 갑절 정도 불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9월 말 현재 1740명에 이르렀다. 계약된 자산액도 2004년 4조2340억 원에서 2007년 9월 말에는 45조8069억 원으로 1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투자 자문사는 고객에게 투자와 관련한 자문을 해 주거나 고객의 돈을 맡아 대신 운용해 주는 업체들을 가리킨다. 투자 자문사는 다시 업태에 따라 종목과 매매 시기 등에 대한 자문만 해줄 수 있는 단순 투자 자문사와 고객의 자산을 직접 운용할 수 있는 일임형 자문사로 구분된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투자 자문사(전업 기준)는 단순 자문사가 21개사, 일임형 자문사는 55개 사로 일임형 자문사가 월등히 많다. 이 외에도 자산운용사나 증권사들이 투자자문업을 겸업하고 있다.투자 자문사가 투자할 수 있는 대상은 유가증권으로 제한된다. 주식 펀드 예금 파생상품 등 각종 금융자산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부동산의 경우 직접 투자는 할 수 없고 리츠나 부동산 펀드 등을 통해 투자할 수 있다. 투자 대상이 다양하기는 하지만 대개의 경우 주식 투자를 주로 하고 있다.투자 자문사의 고객은 크게 2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기관투자가들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의 자산을 운용해 주는 것이다. 특히 국민연금은 업계 최대의 ‘큰손’으로 꼽힌다. 운용 자금이 막대한 데다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연금의 자산은 증가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위탁받을 수 있는 자금 규모가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국민연금과 거래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리서치 조직이나 전문 인력, 시스템 등 국민연금에서 요구하는 자격을 충족하는 업체는 많지 않다. 국민연금과 거래하고 있다면 일단은 운용 능력이 검증됐다고 볼 수 있는 이유다.기관 영업을 주로 하고 있는 IMM투자자문의 황성택 대표는 “자문사로는 흔치 않은 큰 규모의 리서치 조직을 운영하는 등 일관된 투자 철학을 유지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한 시스템을 갖춰 놓고 있다”고 말했다.개인 고객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일정액 이상의 투자금을 납입해야 하기 때문에 부유층이나 전문직 종사자, 고소득 자영업자 등이 고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업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개 3억 원 이상을 납입해야 투자 자문사와 계약할 수 있다.그렇다면 기관투자가와 자산가들이 투자 자문사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맞춤형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가 판매하는 공모 펀드는 투자자의 성향을 일일이 맞춰줄 수 없다. 한 펀드의 자금은 정해진 투자 철학과 프로세스에 따라 투자가 진행된다. 1억 원을 투자한 A의 자금과 100만 원을 투자한 B의 자금이 아무런 차이 없이 ‘굴러다니는’ 셈이다.투자 자문사는 이와 정반대다. 고객 하나하나의 계좌를 따로 관리한다. 만약 10억 원을 투자했다면 직접 투자할 때와 마찬가지로 그 10억 원이 어느 주식에 얼마나 투자됐는지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공모 펀드에 투자했을 때의 ‘답답함’이 사라지는 셈이다.맞춤식 투자도 가능하다. 공모 펀드의 경우 어느 주식에 투자할지를 고객이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투자 자문사의 경우 첫 계약 시에 어떤 종목에 투자해 달라는 주문을 할 수 있다. 물론 고객의 모든 요청을 들어줄 수는 없다. 투자 자문사들은 선택 가능한 몇 가지의 상품을 운용한다. 이 상품들은 투자자문사의 투자 철학에 근거해 개발된 것들로 투자 대상이 유니버스 형태로 구성돼 있다. 고객들은 이 범위 안에서 최대한 자신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다. 비록 제한적이긴 하지만 독자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셈이다.결국 투자의 성패는 수익률로 결정이 된다. 아무리 좋은 운용철학과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수익률이 저조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런 면에서도 투자 자문사는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상위의 투자 자문사들은 대개 시장 대비 초과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사실 개인 고객을 주고객으로 하는 경우 초과 수익을 내지 못하면 현상 유지를 하기도 쉽지 않다. 이는 투자 자문사의 수익 구조 때문이다. 투자 자문사의 주수익원은 수수료다. 개인 고객은 총 투자액의 1~1.5% 남짓을 수수료로 지불한다. 5억 원을 투자했다면 수익률과 상관없이 매년 500만 원 가량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물론 적지 않은 액수다. 하지만 투자 자문사들은 매년 10~15% 정도의 절대수익률(시황과 상관없이 내는 수익률)을 추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싸다고 할 수 없다. 문제는 투자 자문사 입장에서 보면 수수료 1%는 턱없이 낮다는 점이다. 100억 원을 유치해 봐야 1년 매출은 고작 1억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고객 개개인의 계좌를 일일이 관리하기 때문에 고객 수를 무턱대고 늘릴 수도 없다. 서비스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선 인력을 확충해야 하는데 기대할 수 있는 매출이 적기 때문에 그러기도 어렵다. 하지만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초과 수익이 해결책이다. 목표한 것보다 수익률이 높게 나오면 초과 수익의 15~20%를 성과급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지난해 상반기 65억 원의 세전당기순이익을 내 이 부문 업계 3위를 차지한 VIP투자자문의 최준철 대표는 “성과급은 재계약시 받기 때문에 지난해 상반기의 실적은 사실상 전년도의 성과에 기인한 결과”라며 “지난해 상반기 실적 개선은 주고객인 개인 고객에게서 받은 성과급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주식 투자의 도우미가 꼭 자문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ARS전화 등을 통해 주식 정보를 제공하는 곳도 부지기수다. 흔히 유사 투자 자문사로 불리는 곳들이다. 팍스넷, 모닝스타, 제로인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불특정 다수에게 동일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다.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투자 자문사로 등록돼 있지 않은 업체나 개인이 일대일로 맞춤 투자를 해준다거나 몇 %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은 불법이다. 고액의 수수료를 요구하기도 해서 피해자도 적지 않다. ‘대박이 날 종목을 찍어주겠다’는 식으로 광고를 하는 경우에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대부분 과장 광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