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별 대해부 - 부동산

부동산 컨설팅은 개인을 대상으로 한 투자 컨설팅 영역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분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문 방송에서 부동산 컨설턴트의 코멘트를 자주 들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길거리에서조차 ‘부동산 컨설팅’이라는 간판을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설 기관에서 일정 교육 후 배출되는 ‘부동산 컨설턴트’도 수천 명을 헤아리는 만큼 부동산 거래를 하는 이들은 직간접적으로 컨설팅을 받고 있는 셈이다.하지만 자타 공인 ‘전문가’로 불리며 컨설팅 활동을 전업으로 하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들은 주로 자신의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면서 강연, 저술, 고객과 일대일 투자 자문, 기업 용역 수주 등을 주업무로 삼는다.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시장 동향에 대한 견해를 밝히면서 이름을 알리는 것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컨설턴트의 이름과 회사명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 게 요즘 추세다.유명 컨설턴트들이라고 해서 반드시 부동산학을 전공하고 관련 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들인 것은 아니다. 평범한 샐러리맨, 부동산 정보 업체 직원, 학원 강사, 기자 등 전직이 다양하다. 대통령직 인수위 경제2분과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다 거액 상담 수수료 구설수로 중도 하차한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LG 한국통신 등에서 근무하다 퇴직 후 부동산 컨설턴트로 나선 경우다.부동산 컨설팅의 영역은 부동산 투자 전반에 걸쳐 있다. 흔히 인용되는 미국 부동산 카운슬러협회(ASRE: American Society of Real Estate Counselor)의 정의에 따르면 “부동산 컨설팅이란 부동산의 매매, 임대차, 관리, 기획, 재무, 감정평가, 법정 진술 등과 같은 광범위한 부동산 업무에 관련되는 제반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지도 및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편견 없는 조언을 제공하는 것”이다. 즉, 의뢰인이 요구하는 전반적인 부동산 정보를 조언 또는 권고의 형식으로 제공하는 게 부동산 컨설팅이라는 의미다.국내에 부동산 컨설팅 개념이 도입된 것은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이지만 저변이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후반부터다. 1997년 감정평가사와 부동산 컨설팅사가 주축이 된 한국부동산컨설팅업협회(현 한국부동산투자자문협회)가 발족하면서 양화석 강경래 정광영 권진영 등 이름을 내건 컨설턴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는 아파트, 재개발, 토지, 해외 부동산, 경매 등 각 분야별로 대표적인 컨설턴트 이름이 거론될 정도로 세분화되고 그만큼 뉴 페이스도 많아졌다.부동산 컨설팅사의 주력 상품은 말 그대로 ‘자문’이다. 부동산 중개와 달리 거래에 따른 계약 체결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따라서 중개업법이 정하는 보수 규정의 적용도 받지 않는 특성이 있다.5억 원의 여유 자금을 부동산에 투자하고 싶어 A 컨설팅사 B 사장을 찾은 K 씨의 사례를 통해 부동산 컨설팅의 범위를 가늠해 보자. K 씨는 “강남권 부동산에 투자하고 싶은데 판단이 서지 않는다”며 B 사장과 상담을 시작했다. B 사장은 K 씨의 직장, 자산 상황, 향후 계획 등을 두루 묻고 매달 고정 수입이 예상되는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제시된 투자 대상은 월세 임대가 가능한 중소형 오피스텔과 아파트. 후보지역과 후보 매물 정보도 주어졌다. 대출을 받아 자금 규모를 키울 경우 투자가 가능한 부동산의 종류와 향후 미래 가치 예상, 부동산 시장의 흐름 등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B 사장은 “봄 이사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매입하는 게 좋겠다”며 매수 타이밍을 제안하면서 “고려할 만한 투자 대상과 이에 대한 현장 분석을 담은 보고서를 1주일 내로 주겠다”고 말했다.K 씨의 사례는 부동산 컨설팅의 일반적인 형태다. 1시간 남짓한 대면 상담과 함께 현장 분석 보고서를 제공받는 방식이다. 이 경우 컨설팅 수수료는 대개 10만~50만 원선.부동산 경매의 경우는 내용이 좀 다르다. 법무법인이나 경매 전문 컨설팅사에 의뢰를 하면 물건 검색에서부터 권리 분석, 현장 조사, 미래 가치 평가, 낙찰 예정가 산정 등의 전 과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강은현 법무법인 산하 부동산부 실장은 “건물 열쇠를 넘겨줄 때까지 전문 컨설턴트가 따라붙는다”고 밝혔다. 경매 컨설팅의 수수료는 ‘성공 보수’의 성격을 띠는데 낙찰가 기준 1~2% 수준이다.부동산 컨설팅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는 여유 자금을 효과적으로 투자하려는 수요자가 대부분이다. 직장 생활로 모은 쌈짓돈으로 내 집 마련을 하려는 20~30대부터 빵빵한 자금력을 갖춘 고액 자산가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거래가 줄면서 고객 수가 크게 줄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전언이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전문 분야로 삼고 있는 임달호 현도컨설팅 사장은 “교육과 투자 목적으로 강남권 진입을 검토하는 실수요자들이 대부분”이라면서 “거래 침체에 따라 상담 요청 고객이 많이 줄었다”고 밝혔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도 “경제성 등의 이유로 개인 대상 컨설팅 비중을 줄였다”면서 “주로 공개 강연회를 통해 투자자들을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한편 부동산 컨설팅 업체가 난립하면서 적지 않은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회사 설립이나 컨설턴트 활동에 별다른 규제가 없는 탓에 자질이 부족한 이들이 피해자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다. 사설펀드 모집 등 유사 수신 행위나 사기죄로 형사 처벌을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한때 신문 방송에서 부동산 컨설턴트로 이름을 날린 J 씨는 투자자로부터 고소를 당한 후 업계에서 자취를 감췄다.건설업계와 밀접한 관계 때문에 그들의 대변자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을 통해 비영리 투자 자문을 하고 있는 ‘아기곰’은 “언론 매체를 통해 미분양 아파트가 유망하다는 둥 자신의 사업을 위해 실제 상황과 거리가 있는 투자 정보를 제시하는 컨설턴트가 여럿 있다”고 지적했다. 돋보기│인기 컨설턴트는 누구강남 재건축 아파트와 토지 투자에 조예가 깊은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2001년부터 부동산 포털 사이트에서 활동하며 ‘사이버 고수’로 이름을 날리다 2004년 컨설팅 회사를 차렸다. 원래 직업은 입시학원 수학 강사였다. 그는 “쉬운 투자의 길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체험하고 컨설팅 시장에 뛰어들었다”면서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동산을 즐기기 위해 컨설팅을 한다”고 밝혔다.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내집마련정보사 재테크 팀장으로 일하며 현장 감각을 익히고 부동산학 석·박사 과정을 통해 전문 지식을 갖췄다. 그는 “부동산 컨설팅은 고객의 인생 계획을 함께 짜주는 것”이라면서 “어디가 오른다는 식의 단답형 컨설팅으로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강연회에서 시간당 100만~200만 원을 받는 인기 강사이기도 하다.경매시장에선 강은현 법무법인 산하 부동산부 실장이 유명하다. 10년 넘게 한 길을 걷고 있는 그는 “인터넷 경매 정보가 넘쳐나면서 예전에 비해 컨설팅 의뢰 수가 많이 줄었다”고 털어놓았다. 권리 관계가 간단한 경매 물건은 수요자가 직접 낙찰과 명도까지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입지가 많이 좁아졌다는 것이다. 강 실장은 “시간 여유가 없는 직장인이나 권리 관계가 복잡한 물건은 컨설턴트에게 맡기면 편리하다”면서 “법무법인에선 만약 있을지 모를 송사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은행과 증권사에는 우량 고객만을 상대하는 컨설턴트가 있다. 부동산 전문 PB들이다. 우리은행 안명숙 팀장, 신한은행 고준석 팀장, 국민은행 박합수 팀장, 우리투자증권 양해근 팀장 등이 유명하다. 안명숙 팀장은 “고객의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부터 특정 부동산 물건에 대한 투자 분석까지 수행한다”면서 “책상머리가 아닌 현장을 뛰는 PB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봉준호 닥스플랜 사장(아파트, 상가 전문), 이승익 루티즈코리아 사장(해외 부동산 전문), 신영균 부동산프라자 사장(재개발),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아파트 전문), 권순형 J&K부동산투자연소장(재개발 전문) 등이 ‘팬’을 거느린 컨설턴트로 손꼽힌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