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consulting)의 사전적 의미는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이 상담 및 자문에 응하는 일’이다. 어떤 분야에 남다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이가 자신의 노하우를 전달하고 돈을 번다면 그것이 컨설팅업이다.컨설팅의 대상이 되는 분야는 아주 다양하다. 내로라하는 기업들도 컨설팅 업체의 도움을 도약의 디딤돌로 삼는다. 경영 전략, 인사, 정보기술(IT), 인수·합병(M&A), 홍보 등 기업 경영의 거의 모든 부분에 전문 컨설팅 업체가 활약하고 있다. 최근에는 웨딩, 병원, 건축 등의 분야에도 컨설팅이 접목되고 있다. 누군가의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분야라면 어김없이 컨설팅업이 둥지를 트는 추세다.재테크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부동산, 주식, 창업, 재무 설계 등의 분야에서 전문 컨설팅 업체가 활약하고 있다. 개인, 기업 등 의뢰인이 최적의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경험과 지식을 동원해 자문하는 일이 투자 컨설팅 업체의 본분이다. 고객을 ‘부자’로 만드는 게 이들의 존재 이유다.이 가운데 부동산, 주식은 가장 먼저 컨설팅 개념이 도입된 분야다. 부동산의 경우 지난 1988년 대한부동산컨설팅회사가 설립되면서 컨설팅업이 시작됐다는 게 정설이다. 이후 1997년 한국부동산컨설팅업협회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비즈니스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부동산 컨설팅업계는 지각변동을 겪는다. 부동산 개방 정책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사가 속속 상륙하고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른 리츠, 투자자문사가 생기면서 시장이 양분, 삼분되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 부동산 컨설팅사가 주축이었던 협회는 지금 감정평가법인, 디벨로퍼, 건설회사, 투자자문회사 등으로 구성이 바뀌고 이름도 한국부동산투자자문협회로 변경됐다. 최민성 협회장(델코아이닷컴 사장)은 “50개 회원사 가운데 개인 투자 컨설팅을 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이 과정에서 개인 투자 컨설팅을 하는 컨설턴트들은 독자 생존의 길을 걷게 됐다. 때마침 2000년 이후 부동산 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켜면서 3세대 컨설턴트들이 하나 둘 등장, 바통을 이어받았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도 2002년부터 활동을 시작, 부동산 경기 상승과 함께 전성기를 누렸다.현재 개인 대상 투자 자문을 하는 부동산 컨설팅 업체는 전국적으로 수백 개를 헤아린다. 이 가운데 강연과 저술을 겸하며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화하고 있는 이는 20명 안팎이다. 이들은 실전 투자에서 내공을 쌓았거나 관련 업계에서 지식과 경험을 쌓아 전업 컨설턴트로 나섰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 봉준호 닥스플랜 사장, 임달호 현도컨설팅 사장, 신영균 부동산프라자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컨설팅 업체를 방문, 컨설턴트와 상담하는 비용은 1시간 기준 10만~50만 원선이다. 하지만 의뢰 내용에 따라 자문 내용도 다르므로 일반화하긴 어렵다. 특히 고종완 대표 사건 이후엔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던 컨설턴트들이 몸을 낮추고 있어서 향후 판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박상언 대표는 “컨설팅 업계가 많이 위축됐다”면서 “공개 강연을 통해 투자자를 만나는 쪽으로 업무 비중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창업이나 재무 설계 분야도 2000년 이후 컨설팅업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분야다. 창업 컨설팅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내 사업’을 원하는 소자본 창업 희망자가 부쩍 늘어나면서 컨설턴트 수요도 많아졌다. 현재는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장 등이 업계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이 받는 컨설팅 수수료는 적게는 건당 5만~10만 원, 많게는 2000만 원에 달할 정도로 천차만별이다. 의뢰 내용, 소요 기간 등에 따라 달리 적용되기 때문이다.재무 설계는 보험설계사 중심으로 이뤄져 오던 서비스가 전문 영역으로 발전한 케이스다. 업계에선 2004년부터 본격적인 컨설팅업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의 자산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미래 지향적으로 바꿔주는 게 주된 임무다. 재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컨설팅업체는 머니트리를 비롯, 10여개사이지만 부가 서비스로 재무 설계를 제공하는 보험대리점까지 합하면 그 수는 수백 개로 늘어난다. 전문 컨설팅사에선 재무 설계 수수료로 건당 15만~20만 원을 받고 있다.하지만 이들 투자 컨설팅 회사들을 모두 ‘미다스의 손’으로 볼 수는 없다. 고객의 자산을 지키고 불리는 게 본업이지만 정반대 결과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진입 장벽이 낮거나 아예 없는 분야가 많아 경력이나 자질이 의심되는 컨설팅사도 부지기수다. 유가증권 컨설팅 분야만이 투자 자문사 설립에 자본금과 전문 인력 규정을 두고 있을 뿐, 부동산 창업 재무 설계 등의 분야에선 아무런 규제 없이 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특히 부동산, 창업 분야는 컨설턴트 공인 자격 제도조차 전무해서 사실상 누구나 컨설팅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이에 따라 부작용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가장 빈발하는 사례는 잘못된 컨설팅으로 자산 손실을 보는 것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선 부실 컨설팅으로 손해를 본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거액의 자금이 오고가는 부동산 분야에선 안전장치가 전무한 사설 펀드 투자나 사기가 횡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1세대 부동산 컨설턴트로 이름을 날리던 J씨의 경우 투자자로부터 고소를 당해 기소된 후 업계에서 자취를 감췄다.개인 투자자들은 ‘컨설팅이란 말 그대로 자문일 뿐’이란 점을 기억하는 수 밖에 없다. 컨설팅 내용대로 따라 했다가 사고가 난다고 하더라도 보상을 받을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다. 돈이 떠난 자리엔 ‘투자의 책임은 스스로에게 있다’는 경고문만이 나부낄 뿐이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