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지난 연말, 국내의 한 중견 채용 전문 기업이 실시한 직장인 대상 설문 조사 결과는 우리나라 직장인의 ‘삶의 단면’과 그 ‘애환’을 아낌없이 웅변하고 있다. 2008년 새해의 소망을 묻는 설문에 직장인 20%가 ‘외국어 능력 향상’을 꼽은 것이다. 그것도 ‘연봉 인상(16%)’과 ‘재테크(13%)’라는 뿌리치기 어려운 소망을 훌쩍 뛰어넘어 차지한 자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그러나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외국어 능력 향상’이 성취하기 어려운 ‘소망’이라는 뜻이 된다. 사실,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을 기본으로 하는 다중 업무 체계만으로도 대부분의 직장인은 빡빡한 일상을 반복해야 한다. 게다가 나날이 고도화되는 고과 평가 시스템 또한 스트레스와 함께 정체성 위기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외국어 능력 향상’으로 대표되는 ‘자기 능력 개발’은 결국 ‘작심삼일(作心三日)’의 덫에서 헤어나기 어려운 법이다.그렇다면 ‘나 홀로 외국어 정복’의 길은 정말 요원하기만 한 것일까. 일상생활 속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는 것만으로 오랜 숙원을 이루는 길은 과연 없는 것일까. 다행히도, 그 답은 결코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특히 직장인 절대 다수가 정보기술(IT) 강국의 강력한 인프라 환경의 혜택을 받고 있기에 더욱 긍정적이다. 대신, 분명한 단서 조항이 있다. ‘나 홀로 외국어 정복’을 위해 제시된 다음의 5계명을 1주일에 3일 정도는 최소한 실천하라는 점이다.그야말로 실천하기 너무 쉬운 계명이다. 현재 네이버, 야후, 구글 등 주요 포털 사이트는 브라우저상에서 실시간 가동되는 툴팁 영어 사전 서비스를 기존의 툴바에 포함해 무료 제공하고 있다.이 중 마음에 드는 걸 하나 골라 지금 당장 설치하기 바란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가 사는 굴에서 나오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인터넷을 통해 마음껏 영어를 접할 수 있는 환경 속에 살면서도 단어와 구문에 막혀 끝내 다른 페이지로 빠져나오는 예가 비일비재하다. 이럴 때 슬그머니 빠져나오는 대신 해당 단어 위에 마우스 포인터를 갖다 대라. 그 순간 왼쪽 아래 그림처럼 그 뜻이 시원하게 제시되기 때문에 호랑이 굴속에서 일단 용감하게 버틸 수 있는 힘과 용기를 갖추게 된다.이때 그냥 뜻만 확인하지 말고 발음도 함께 익히면 자신감이 배가된다. 오른쪽 마우스 버튼을 클릭해 사전 서비스에 들어가 표제어 옆의 ‘발음 듣기’ 버튼을 눌러 발음을 듣고 따라하는 연습을 서너 차례 반복하면 학습 효과는 크게 높아진다.이번에는 구체적인 실천을 위한 첫 단계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평소 애용하는 인터넷 신문이 한두 개는 있게 마련이다. 그중 영어판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느 한 곳을 자유롭게 선택하라. 그리고 자신이 큰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의 페이지를 찾아 과감히 즐겨찾기에 꽂아라.예컨대, 본인이 한국경제신문 애독자이고 관심 영역이 경제(Business)라면 해당 페이지를 즐겨찾기에 꽂아두고 점심 또는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아래 그림처럼 제일 관심이 가는 기사를 골라 일독하라.이 훈련은 남다른 장점을 지니고 있다. 자신이 잘 아는 분야의 국내 현안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현재의 영어 실력과는 상관없이 전체 기사 내용이 거짓말처럼 쏙쏙 들어오는 즐거움과 자신감을 동시에 만끽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때 모르는 단어는 툴팁 사전으로 확인하고 발음도 익히는 노력을 수반하면 그 효과는 요원의 불길마냥 활활 타오르게 된다.이런 과정을 한두 달쯤 거쳐 즐거움과 자신감이 충만되면 이제 세 번째 계명을 실천할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이번에는 집중적인 청취 능력과 발음 훈련을 거쳐 회화 능력까지 100% 무료로 키우는 데 그 목적이 있다.우선, 1주일에 3회 이상 온라인뉴스(www.pbs.org/newshour/)에 접속하라. 그 다음 아래 그림처럼 본인이 관심이 가는 뉴스를 선택하고 하단의 다운로드 버튼을 클릭, 원어민 앵커와 출연진의 음성 파일(MP3 포맷)을 미리 만들어둔 폴더에 저장한다. 그리고 해당 뉴스의 제목을 클릭해 뉴스 스크립트(Script) 페이지에 들어간 후 MP3 파일을 실행한다.처음에는 스크립트를 보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MP3 파일을 청취한다. 두 번째는 스크립트만을 보면서 모르는 단어와 구문을 툴팁 사전으로 확실히 해결한다. 그 다음 스크립트를 보면서 한 번, 스크립트 없이 한 번 MP3 파일을 청취한다. 이 과정을 거치다 보면 자신의 귀가 조금씩 뚫리는 느낌을 누구나 체험하게 된다. 이렇게 1주 3회 이상, 한 달만 훈련을 쌓으면 청취력이 놀랍게 신장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그 다음은 확장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MP3 파일을 들으면서 원어민의 문장을 최대한 그림자처럼 따라 말하는 이른바 섀도잉(Shadowing) 훈련으로 요약된다.다시 말해, 우선 눈으로 스크립트를 보면서 MP3 파일에 따라 가급적 동일한 억양과 속도로 따라 읽고 어느 정도 자신이 붙으면 스크립트 없이 그림자처럼 따라하는 훈련에 집중하는 심화 단계다. 이 훈련은 짧은 시간 내에 원어민에 가까운 발음 능력과 회화 능력을 동시에 길러주는 것으로 널리 입증된 최고의 비책이다. 특히, 앵커와 출연진이 주고받는 품격 높은 다양한 대화문이 머리와 입속에 차곡차곡 쌓이게 돼 어느새 실전 회화에서 엄청난 위력을 내뿜게 된다.이번에는 해외 업무에 필수적인 비즈니스 영작문 및 관련 문법 학습 단계다. 이 또한 앞에서 소개한 다른 훈련과 병행하면 더욱 효과적이다.당연한 얘기지만, 영작문을 눈이나 귀로 훈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직접 써보는 실전 연습이 필수적이다. 또한, 작문 결과에 대한 정확한 교정 및 평가를 통해 취약점을 피드백(Feedback)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그렇기 때문에 라이팅 머신(www.ibt-writing.com)과 같은 실시간 영작문 교정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1주에 최소 영문 e메일 한 통 이상을 작성해 교정 서비스를 받으면 투자 시간 대비 고효율의 성과를 분명 얻을 수 있다.특히 본인이 작성한 작문 내용에 대한 철자상의 오류나 콩글리시 사용 오류에 대한 수정은 물론, 왼쪽 아래 그림처럼 문법상의 오류에 대한 교정과 함께 그 이유에 대한 친절한 해설까지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 써 활용하면 영작문과 문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다.벌써 마지막 계명에 이르렀다. 앞의 네 가지가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라면 이번 계명은 마음가짐과 자세에 관한 것이다.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외국 자본과 기업이 몰려오면서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자기 명함에 영어 이름을 새기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심지어 유치원에서조차 코흘리개 아이들에게 영어 이름부터 붙여주고 있다고 한다. 그래야 영어권과 친숙해진다는 이유에서다.그러나 이는 전혀 근거 없는 ‘영어 사대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본인이 영어권 국가에서 태어나 모국어처럼 영어를 구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당당히 한국식 이름 그대로를 명함에 새겨라(영어에 능통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철저히 한국식으로 표기된 영어 명함을 사용한다).그래야만 원어민들도 우리에게 비원어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 의사소통을 시도하게 된다. 반면, 영어에 능통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식 이름을 명함이나 e메일에서 쓰면 그들은 원어민과 동일한 차원에서 의사소통을 시도하게 될 뿐만 아니라 그에 못 미치는 영어 실력을 확인한 후에는 우월감과 경멸감을 바탕에 깔고 나오게 된다. 그렇다 한들 우리 스스로 자초한 일인데 누구를 탓하겠는가. 요컨대 ‘무늬만 원어민’으로 취급 받기보다는 ‘비원어민으로서 높은 영어 구사력’을 갖춘 세계 시민으로 당당하게 무대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이런 마음가짐만 갖춘다면 새해의 소망을 한갓 ‘꿈’으로 묻고 마는 악순환의 고리를 마침내 끊어내는 계기가 올해에는 ‘꼭’ 마련되지 않을까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염인호·TG S&S 대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