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준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한국국제교류재단은 해외 한국학과 설치 및 한국학 연구 지원, 외국인 대상 한국어 연수 펠로십 운영 등에 초점을 맞춰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높이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새로운 시대의 국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소프트 파워’를 담당하는 민간 문화 외교의 첨병인 셈이다.“이제 국력은 군사력이나 경제력 같은 기존의 ‘하드 파워’만을 뜻하지 않아요. 한 나라가 갖고 있는 문화적 역량, 매력 포인트를 갖고도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지요. 우리나라의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에 올라섰지만 거기에 걸맞은 소프트 파워를 갖추지 못하고 있어요. 국가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 여전히 낮은 평가를 받고 있지요.”임성준(59)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은 소프트 파워를 강조하며 몇 년 전 주 캐나다 대사로 있을 때 경험을 들려줬다. 당시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캐나다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품질만 따지면 한국 차는 일본 차의 95% 수준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차값은 일본 차의 80~85%밖에 받지 못했다. 바로 일본과 우리나라의 국가 브랜드 가치 차이 때문이었다.“국가 브랜드 가치를 올려야 기업들이 제값을 받고 수출할 수 있어요. 이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들에 더 중요한 문제지요. 중소기업의 절반이 자기 상표, 자기 브랜드를 달지 못하고 현지 브랜드로 물건을 팔아요. 세계 소비자들에게 ‘코리아’라는 브랜드가 어필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이런 사정은 이탈리아와 비교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이를테면, 이탈리아 넥타이를 살 때 대기업 제품인지, 중소기업 제품인지 따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메이드 인 이탈리아’를 보고 사는 것이다.재단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해외 한국학 및 한국어 진흥 사업이다. 더 많은 해외 대학들이 한국 관련학과를 설치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2005년 기준으로 세계 62개국에 735개의 한국 관련 학과가 설치돼 있다. 이는 32개국 151개학과에 불과하던 1990년과 비교해 국가 수는 2배, 학과 수는 5배 늘어난 것이다.“한국어와 한국학에 대한 중국 쪽의 수요가 폭발하고 있어요. 한·중 교류가 양적, 질적으로 확대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요. 한국으로 유학을 오는 중국 학생도 급증하고 있고 한국 관련 학과를 설치하고 싶어 하는 중국 대학들의 지원 요청도 크게 늘어나고 있어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지요.”재단의 활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세계 주요국 인사를 초청하는 인적 교류 사업도 활발하다. 초청 대상에는 기존 주요 정치인, 학자, 언론인은 물론 차세대 지도자들도 포함돼 있다.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EU) 등 주요국과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양국 간 포럼도 열고 있다.2005년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 1층에 문을 연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는 자체 문화원을 두지 못한 상당수 한국 주재 대사관들의 문화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문화센터에서는 각종 문화 교류 행사가 연중 열리고 있으며 한국어 강좌, 한국 문화 체험 코너 등도 마련돼 있다.“현재 재단의 기금 규모는 비슷한 활동을 하는 일본국제교류기금의 10분의 1에 불과해요. 영국의 브리티시 카운슬이나 독일의 괴테 인스티튜트와는 비교조차 어렵지요. 소프트 파워 강화에 대한 기업과 국민들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해요.”약력:1948년 서울 출생. 71년 서울대 외교학교 졸업. 74년 외무고시 합격(4회). 2001년 외무부 차관보. 2002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2004년 주 캐나다 대사. 2007년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현).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