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까지 세계 경제는 유례없는 동반 성장을 구가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큰 폭의 성장을 이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저가 상품으로 물가는 안정됐고 글로벌 자산시장은 ‘폭발’이라고 해도 좋은 대호황을 누렸다.하지만 2008년은 사정이 사뭇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이 불러온 금융시장의 불안, 중국의 긴축 정책이 촉발할 세계 경제 위축의 우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국제 유가 등 우리 경제의 앞을 가로막는 악재를 넘어야 할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글로벌 경제 환경이 악화되고 있지만 2008년 한국 경제는 올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경제연구소들은 2008년 경제성장률을 4%대였던 올해보다 높은 5%로 내다보고 있다.2007년까지 경제를 떠받치던 수출 산업이 고유가와 환율 하락, 세계 경제 성장 둔화 등으로 다소 위축되겠지만 내수 경기가 회복되면서 전체적으로 상승세를 탈 전망이다. 특히 2007년 지극히 부진했던 건설 경기가 살아나면서 고용과 소비 모두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2008년은 새 정부의 대규모 개발 사업이 본격화되는 해가 될 전망이다.수출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환율 하락은 2008년에도 지속될 것이다. 달러화의 가치가 높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른 통화에 비해 유독 원화의 가치가 치솟아 경쟁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릴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2007년 원화의 달러 대비 절상률은 42%에 달해 주요 경쟁국인 중국의 10.4%, 일본의 11.3%에 비해 크게 높았다. 환율 하락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물가 측면에서 보면 환율 하락은 오히려 ‘약’이 될 전망이다. 최근 우려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소비 경기의 회복, 중국의 소득 증대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많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물가는 2008년 내내 주목해야 할 중요한 변수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어려운 여건이지만 기업들의 이익 개선은 2008년에도 계속될 전망이어서 안도감을 준다. 예상 영업이익률이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든 2007년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유가증권시장은 상승세를 유지, 코스피지수는 2500에 도달하고 체질 개선에 성공한 코스닥시장도 높은 탄력성을 보이며 2007년보다 높은 성장세를 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모든 업종이 유망한 것은 물론 아니다. 2007년 초강세를 보였던 조선 해운 철강 화학이 2008년에도 여전히 강력한 성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최근 몇 년간 주춤했던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업종의 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수급의 균형을 찾지 못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은 2008년에도 부진을 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가장 극심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관측되는 산업은 금융이다.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의 시행을 앞두고 저마다의 생존 전략을 다지는 한 해가 될 것이다.전통의 강자인 은행이 뒤로 밀리는 대신 투자은행 전략을 앞세운 대형 증권사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다. 2007년 본격화된 ‘저축에서 투자’로의 자금 이동은 2008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경제 외적인 변수들도 2008년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007년의 대선과 2008년의 총선 결과에 따라 정책의 방향과 우선순위가 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어느 후보,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경제 회복에 무게중심을 둘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업 규제의 완화, 건설 경기의 진작 등이 대표적이다.극심한 재정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각종 연금제도의 개혁 방향도 변화된 정치 지형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의 큰 물줄기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의 경우 여당이 재집권한다면 현재의 규제 정책을 유지하겠지만 야당이 승리한다면 큰 틀은 유지한 채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남북 관계는 2008년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성실히 추진한다면 냉전의 구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 문제에 대한 국제 사회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남북 관계는 또다시 미궁 속으로 빠질 우려도 있다. 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