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예고한 대로 기자실을 폐쇄했다.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출입 기자들은 출근 투쟁을 계속했고 일부 기자들은 기자실 앞 로비 한쪽 바닥에 깔개를 깔고 앉아 기사를 작성했다.세종로 청사와 반대로 경제 부처가 몰려 있는 정부과천청사 기자들은 건설교통부 기자단을 제외하고 대부분 통합기자실에 순순히(?) 들어갔다.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농림부 출입 기자들은 통합기자실이 종전 과천청사 재경부 건물 1층 한쪽 끝에서 반대편으로 확장 이전했을 뿐이어서 별다른 반발이 없었다. 복지부와 노동부 등 사회 관련 부처들도 이미 복지부 건물 1층에 사회부처 통합기자실도 운영되고 있었다.결과적으로 보면 단일 부처 기자단으로 있는 건교부와 세종로청사 출입 기자들의 반발이 거센 편이다.세종로청사와 건교부 기자들이 해당 부처들과 격렬하게 부딪치자 상대적으로 과천청사 기자들과 평화롭게(?) 지내왔던 경제부처 공무원들의 입장이 난처해졌다.과천청사 기자들은 정부의 세종로청사 기자실 폐쇄 조치에 대해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브리핑을 거부하기로 했다. 세종로청사 기자들의 투쟁에 동참한다는 표현이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1일 오랜만에 정례 브리핑을 하러 왔다가 기자들이 철수하는 바람에 브리핑을 취소해야 했다.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정부나 기자들이나 너무 감정적으로 가고 있다”며 “서로 어느 정도 선에서 명분을 주면서 뒤로 빠질 수 있게 해야 하는데 벼랑 끝으로 몰고 가듯이 소모적인 싸움을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취재 선진화 방안 중 기자들이 독소조항으로 지적했던 ‘홍보관리관실 사전경유’나 면담 장소 제한 등을 정부가 철회한 만큼 기자들도 한발 물러서 줘야 하지 않느냐는 볼멘소리다.이 관계자에게 “통합기자실로 들어가면 출입처와 거리가 떨어지고 자연히 언론의 감시도 소홀해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 지적에 대해 “그런 주장을 백 번 이해하더라도 현실에서는 타협하고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순간이 있다”며 “취재지원선진화방안 중 그나마 남아있는 게 통합기자실인데 그것마저 철회하는 것은 정부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완전 백지화’해 예전 그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과천청사 기자들 사이에서도 행동 방향과 관련해 일부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브리핑 거부’에는 모두 동의한 상태지만 ‘브리핑 거부’가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 방법이냐는 것이다. 상징적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정부로서는 브리핑을 하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에 별 부담도 없다. 효과 있는 행동을 하려면 기자들이 전부 과천 통합기자실을 떠나 버리는 정도가 돼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일부는 “정부 브리핑에 참가하되 세종로청사 기자실 사태에 대한 질문만 퍼붓자”, “항의 표시로 브리핑에 머리띠를 두르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일단은 ‘브리핑 거부’를 계속 유지하면서 사태 추이를 지켜본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한겨레신문과 외신들은 기자단의 브리핑 거부에 동참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지난 16일 있었던 재경부 대변인 브리핑에도 한겨레 블룸버그 로이터 등은 참석했다. 한겨레 15일자에 따르면, 한겨레는 지난달 28일 편집회의에서 1시간여 동안 논의한 끝에 “정부의 취재선진화방안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 관점에서 (정부 취재통제 발상과 취재 접근권 축소에 대한) 작은 불만보다 ‘대의(국민의 알 권리)’를 선택하자”고 입장을 정했다.한편 이번 기자실 문제에 대해 권 부총리는 개인적으로 다른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권 부총리는 사석에서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오히려 통합기자실을 양보하더라도 기자들이 사무실에 무단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하지 않았나 싶다”며 “아시아 지역 다른 어느 나라를 가 봐도 기자들이 사전에 약속하고 (사무실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만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하는 권 부총리다운 발언이었다. 정재형·한국경제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