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의 ‘국민이 뽑는 대한민국 영화연기대상’ 집행위원장

‘국민이 뽑는 대한민국 영화연기대상’. 다소 긴 이름의 새로운 영화제의 제1회 시상식이 10월 19일 경주엑스포 행사장에서 열렸다. 영화제를 이끈 김갑의(67) 집행위원장은 ‘국민이 뽑는’이라는 말을 꼭 붙여 줄 것을 만나는 기자들에게 당부하고 있었다. 이름이 길어진 것도 그 때문이다.“국내에는 이미 대종상영화대상 등 굵직한 영화제가 있지만, 심사위원 대신 관객들이 직접 수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치러지는 규모를 갖춘 영화제는 최초입니다. 예술적으로 좋은 영화라도 관객이 외면하면 대중의 영화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관객이 선택하는 영화가 바로 이 시대와 호흡하는 명작이라고 할 수 있지요.”이 영화제는 출품 신청 여부와 관계없이 1년 동안 국내에서 상영된 모든 영화를 놓고, 네티즌이 직접 홈페이지를 방문해 각 부문별 영화를 투표하는 방식을 택한 일종의 실험적 영화제다.“기존의 영화제는 출품 신청을 한 작품에 한해, 전문가 집단이 선정합니다. 해외 영화제에서 호응을 얻은 한국 영화가 일부러 국내 영화제에 출품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심사에서 빠지기도 하고, 영화계에 관여하고 있는 심사위원의 편견이 완전히 배제되기 힘들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습니다.”동국대 영상대학원 겸임교수를 맡고 있는 김 위원장은 2003년 대종상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아 일반인 심사위원단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번 영화제의 총책임자를 맡은 것을 보면 우연만은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이 영화제는 영어로 ‘피플스 초이스 코리아 무비 스타 어워즈(People’s Choice Korea Movie Star Awards)’다. 미국에서 10대들이 직접 가수왕을 뽑는 ‘틴 초이스(teen choice)’에서 영감을 얻어 ‘피플스 초이스(people’s choice)’라고 정했다. 원래는 영화뿐 아니라 스포츠, 연예 등의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스타(tip-top star)를 뽑는 ‘피플스 초이스 팁톱 스타 페스타(people’s choice tip-top star festa)’를 기획했다. 한류 붐을 살리기 위해 중국 일본 베트남 태국 필리핀에서도 인터넷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었지만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일단은 한국에서만 투표를 실시한 것이다.첫회임에도 불구하고 68만 표가 집계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1인 1일 1표’ 방식 때문에 특정 팬들이 표 몰아주기 논란이 게시판을 달구기도 했다. 또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이들만이 참여한 것도 지적됐다. 그렇지만 김 위원장은 그런 논란도 관심의 일종이라며 반겼다. “영화제가 알려지면, 그런 논란도 점차 줄어들 것입니다. 투표 인원이 많아지면 1인 1표로 바꿀 수도 있겠지요.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곧 영화의 주 관객층과 동일하기 때문에 두 번째 우려는 걱정할 필요가 없죠.”김 위원장은 동국대 연극과 2기 출신으로 연극 연출을 전공하고 국립영화제작소에서 수십 편의 문화 영화를 만든 바 있다. 이후 영화잡지 편집장을 지내기도 했고 태창, 우성사, 신필림 등의 영화사에서 수많은 영화를 기획·제작했다. 그에게 한국 영화는 분신과도 같은 존재다.그래서인지 김 위원장은 지난해 ‘충무로 영화의 거리 추진협의회’ 회장(부회장은 이두용 감독과 배우 안성기)을 맡아 충무로를 한류 관광의 일번지로 만들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금은 영화사들이 강남으로 옮겨 갔지만, 한국 영화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은 이곳을 이대로 묻어 둘 수는 없었습니다”라는 것이 중책을 맡은 이유다. 김 위원장은 할리우드 영화의 거리처럼 영화팬들이 설렘을 갖고 찾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장소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을 차곡차곡 현실로 옮기고 있다.약력: 1940년 함경도 영흥군 출생. 63년 동국대 연극과 졸업. 국립영화제작소 입사. 65년 ‘순교자’ ‘장군의 수염’ 등 조감독. 89년 한미영상기획 대표. 2001년 동국대 영상대학원 겸임교수(현).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