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건 중소기업연구원장
최홍건 전 산업기술대 총장(64)이 지난 9월 3일 중소기업연구원장에 취임했다. 최 원장은 1996년 중소기업청 개청 당시 초대 차장을 맡아 중소기업 정책의 입안과 실행을 진두지휘했고 이후 산업자원부 차관, 대통령 직속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장관급), 산업기술대 총장을 거치면서 중소기업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맺어 왔다.여의도에 있는 중소기업연구원은 석·박사급 연구원 50여 명을 두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중소기업 싱크탱크다. 전임 김인호 원장이 연구원 6명에 불과했던 미니 조직을 확대해 발전의 기틀을 다졌다면 최 원장은 연구원을 도약시킬 임무를 띠고 있는 셈이다. 서울대 법대와 하버드 케네디스쿨 석사, 한양대 경제학박사 출신인 최 원장은 정부 수립 후 초대 심계원장(지금의 감사원장과 비슷한 직책)을 지낸 고 최하영 씨의 아들이다.그동안 정부 쪽에 있을 땐 ‘마음으로’ 중소기업 정책을 펴 왔습니다. 산업기술대 총장 재직 시절에는 중소기업의 ‘손과 발’이 돼서 기술 개발을 지원했지요. 이제는 ‘머리’로 중소기업 정책을 개발하라는 뜻으로 알고 매크로보다는 마이크로한 정책 개발에 치중해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산기대는 시화산업단지 안에 있습니다. 인근에 반월과 남동산업단지도 있지요. 국내 중소기업들 수천 개가 모여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총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무엇보다 실질적인 산학 협력에 주력했습니다. 대학교수나 연구원들이 기업을 대상으로 단순한 컨설팅이나 페이퍼 작업만 하면 중소기업에 도움을 줄 수 없습니다. 이들이 꼭 필요로 하는 기술,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수천 개 기업들과 ‘가족회사’ 관계를 맺었습니다. 돈 벌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주력한 셈이지요. 그러다 보니 많은 기업들이 대학을 찾아왔고 이게 성공적인 산학 협동을 일궈냈습니다. 지금은 이런 협력이 전국 대학으로 확산되고 있지요.먼저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살펴봅시다. 최근 유가 상승, 원화 가치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 및 금리 상승과 더불어 대외적으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쇼크 등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는 당초 기대보다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작년 5.0%에 이어 금년 상반기에는 내수가 회복되는 가운데 4.5%를 나타냈습니다. 수출도 19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지요. 전체 제조업 평균 가동률 수준은 작년 81.1%에서 금년 2분기에는 83%까지 높아져 13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낸 바 있습니다.반면에 중소기업 경기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개선되고 있어 체감 경기가 아직 본격적으로 되살아나지 않는 모습입니다. 중소기업 경영난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 경쟁 격화입니다. 수출 시장은 물론 내수 시장에서도 외국 기업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 체제의 여파지요. 둘째, 유가 원화가치 금리 등 3고 현상의 지속입니다. 셋째, 글로벌 경쟁 체제 노출로 대기업과의 협력업체는 협력업체들대로 압박을 받고 독립형 중소기업은 이들 기업대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한·미 FTA는 지속적으로 추진될 EU 중국 인도 일본 등 거대경제권과의 FTA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중소기업 경영 환경에 많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기본적으로 FTA는 우리 중소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입을 촉진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경쟁이 심해지는 것 역시 피할 수 없지요.따라서 연구원은 FTA 체결 대상국별로 우리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정확히 검토한 뒤 대상국별, 기업 규모별 세부 대책 연구에 주력할 생각입니다.중소기업 스스로도 글로벌 시장에 적극 진출하겠다는 기업가 정신이 중요합니다. 특히 한·미 FTA의 경우 우리 중소기업의 적극적인 의지가 있을 때 미국 기업과 얼마든지 윈-윈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수출 중소기업 중 50% 이상이 종업원 50인 미만의 기업이기 때문에 한국으로 수출할 경우 사후 관리에 문제점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 중소기업이 이런 틈새시장을 활용할 경우 FTA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중소기업 문제는 중소기업인 자체의 문제, 그리고 중소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 변화 문제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인 자체 문제의 경우, 정부 의존적 경영에서 탈피해 자기 기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자구적 독립 경영을 하려는 기업가 정신이 매우 중요합니다. 중소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 변화 문제로는 글로벌화 심화, 지식기반 경제로의 전환, 국내 기업 관련 법규의 대내외적인 차별적 요인, 대·중소기업 동반 협력 및 상생 문제 등을 들 수 있지요. 이 가운데 현재 대기업에 비해 내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앞으로 점차 협소해지고 있는 내수 시장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국제화를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가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봅니다.기본적으로 대·중소기업 간 격차는 경쟁력 차이에서 오며 경쟁력 차이는 핵심 역량 차이에 기인합니다. 이를 위해 해외 유수 기업들이 거래 중소기업들과 어떤 관계 설정을 토대로 동반 성장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향후 중소기업 정책 방향도 정책 대상의 특성에 맞게 고려돼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해외의 우수한 정책 사례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저는 평소 연구원은 연구 성과로 모든 것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진심으로 중소기업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땀이 배어 있는 연구를 할 때, 우리 연구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입니다. 따라서 연구원은 중소기업들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연구, 정책의 품질을 제고할 수 있는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연구원의 얼굴은 연구원에서 만든 보고서이기 때문에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에도 관심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우수한 보고서를 많이 만들어야 우리를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재정적인 안정도 도모할 수 있습니다.다음으로 연구원의 외연을 확대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연구원의 주고객은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청 중기특별위원회 산업자원부 등 기존 중소기업 정책 관련 부처는 물론 개별 중소기업과 중소기업 업무를 취급하고 있는 모든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연구 수요가 있는 기관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해 연구원의 고객이 늘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작년부터 한국산악회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산기대 대학 총장 시절에는 방학을 이용해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를 비롯, 유럽의 최고봉인 엘브루스 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 일본의 북알프스 캐나다 로키산맥 등을 올랐지요. 지금도 주말에는 서울 근교의 산을 오릅니다. 등산은 모험심과 도전 정신을 일깨워 주는 측면에서 아주 좋은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약력: 1943년 경기도 이천 생. 61년 경복고 졸업. 66년 서울대 법대 졸업. 83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행정학 석사). 93년 한양대 경제학박사. 96년 중소기업청 차장. 97년 특허청장. 98년 산업자원부 차관. 99년 산업기술대 총장. 2004년 대통령 직속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장관급). 포상: 2003년 황조근정훈장.김낙훈 편집위원 nhkim@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