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 향상 소프트웨어 인기… 신개념 커뮤니티 사이트 ‘휴토리’ 선보여

지난 2004년 초, 경기도 안산 한국디지털미디어고 3학년에 갓 올라간 이강일 메가브레인 대표(21)에게 ‘기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정부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하나로 교육방송(EBS) 강의 내용을 일정 비율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출제한다는 방침을 내놓은 직후였다. 현실적으로 시간에 쫓기는 고3 수험생들이 EBS TV 강의를 빼놓지 않고 제 시간에 챙겨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당연히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강의로 학생들이 몰릴 게 뻔했다. 그런데 문제는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으면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 몇 분만 들어도 금방 피곤해지고 졸음이 쏟아진다. 온라인 강의의 집중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이 대표는 개학과 함께 친구들을 모아 벤처동아리 ‘메가브레인’을 결성하고 집중적인 연구를 거듭했다. 외국 사이트와 문헌을 뒤진 끝에 특정 비트음이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알파(α)파를 끌어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원리 자체는 이미 해외 학회 등에서 공개된 것이었지만 이를 프로그램으로 구현해 내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하루 5~6시간씩 강행군 끝에 8월께 프로그램 개발을 끝내고 특허 출원까지 마쳤다.이렇게 탄생한 세계 최초의 e러닝 집중력 향상 소프트웨어 ‘알파브레인’은 현재 메가스터디, EBSi, 두산에듀클럽, 서울디지털대 등 유명 온라인 교육 업체에서 채택해 서비스 중이다. 이 대표가 2005년 아주대 경영학과에 진학한 뒤 본격적인 상품화에 나서 불과 3년 만에 거둔 성과다. 처음 알파브레인에 관심을 보인 곳은 두산 에듀클럽이다. 첫 계약금으로 1000만 원을 받았다. 그 후 큰 계약이 연이어 터졌다.하지만 알파브레인의 성공은 이제 막 시작일 뿐이다. 이 대표는 10월 말 알파브레인이 탑재된 휴대형 멀티미디어 기기(PMP) 출시를 앞두고 있다.“알파브레인은 컴퓨터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 형태라 들고 다닐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지요. 알파브레인 탑재 PMP가 나오면 이런 문제가 깨끗이 해결돼요. 요즘 중고생들 사이에 PMP가 유행이라 알파브레인의 시장 규모도 몰라보게 커질 걸로 봐요.”2년 전 19세 나이로, 고등학교 시절 창업 동아리 이름을 그대로 딴 메가브레인을 설립했을 때만 해도 성공은 멀게만 느껴졌다. 사업자 등록을 하고 마련한 첫 사무실은 창문이 하나도 없어 화분을 갖다 놓으면 이튿날 죽고 마는 골방이었다. 첫 계약을 따낸 두산 에듀클럽에도 무턱대고 찾아갔다.“서울대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원이 만든 것도 아니고 고등학생들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쳐다보기나 할까 두렵기도 했지요. 미국에서는 학생들이 뭘 만들면 우선 인정해줍니다. ‘또 뭔가 터지겠구나’ 하지요. 하지만 우리 현실은 너무 달라요. 무엇보다 제품 성능에는 자신이 있었고 편견을 하나하나 넘어섰지요. 신분이 학생일 뿐이지 직업이 학생인 건 아니잖아요.”이 대표의 남다른 추진력에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다. 20대 초반인 이 대표의 사업 이력은 웬만한 사업가를 훨씬 앞지른다. 그가 처음 벌인 사업은 중학교 2학년 때 시작한 홈페이지 구축 대행이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당시 돈으로 200만 원을 주고 ‘그린 컴퓨터’를 집에 들여놓은 게 계기가 돼 일찍부터 컴퓨터에 친숙했고 중학교 때는 전국 홈페이지 경연대회에 나가 상을 탈 만큼 실력도 탄탄했다. 규모가 영세한 부동산 중개업소를 주 타깃으로 20만~30만 원의 저렴한 비용을 내세우는 사업 전략도 나름대로 짰다. 10여 군데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성과도 거뒀지만 상처도 남았다. 이 대표의 저가 전략을 공격하는 노골적인 비난 글들이 게시판에 올라왔는데 어린 그에게는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하지만 그의 열정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한국디지털미디어고 1학년 때 두 번째 사업 아이템을 찾아냈다. 바로 10대 전용 아바타 의류 쇼핑몰이다. 자신의 얼굴과 체형을 닮은 아바타를 만든 뒤 아바타에 맞게 제작된 각종 패션 의류를 입혀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 아이디어로 ‘2002 대한민국벤처창업대전’에 참여했고 2000만 원의 투자금도 유치했다. 하지만 애초 구상을 실현하기에는 개발비가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투자금을 돌려주고 사업을 접었지만 값진 교훈도 얻었다. ‘사업은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끝까지 해내는 끈기가 훨씬 더 중요하다.’“컴퓨터를 하다 보니 어릴 때부터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를 만드는 게 꿈이었어요. 가능하면 가족이나 다른 부담이 없고 순수하게 연구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는 어린 시절에 도전하는 게 그런 회사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요. 부모님도 이런 제 꿈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셨어요.”지난 7월 선보인 메가브레인의 새로운 서비스 ‘휴토리(www.hutory.net)’가 성공한다면 이 대표의 꿈은 더 빨리 현실화할지도 모른다. ‘휴먼스토리’를 뜻하는 휴토리는 싸이월드보다 한 차원 높은 새로운 개념의 ‘인맥 관리(SNS: Social Network Service)’를 위한 커뮤니티 사이트다. 20대 초반의 대학생 최고경영자(CEO)가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 가운데 한 곳인 싸이월드에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싸이월드는 ‘일촌’이라는 개념을 통해 개인과 개인 간의 네트워크를 강조하지요. 반면, 휴토리닷넷은 개인과 사회의 연결을 지향합니다. 싸이월드보다 훨씬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서비스지요.”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휴토리닷넷에 가입해 자신의 정보를 입력하면 그에 따라 다양한 네트워크가 ‘한꺼번에 저절로’ 연결된다. 주로 타고 다니는 버스의 번호를 입력하면 그 버스를 타고 다니는 다른 가입자들이 바로 연결된다. 취미나 특기, 지역, 종교, 출신 학교 등도 마찬가지다. 휴토리를 통해 같은 지역에 살면서도 서로 모르고 지나치던 주민들 간의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다. 번거롭게 일일이 일촌을 맺을 필요도 없다. 휴토리 2.0에서는 이러한 방대한 네트워크 안에 각종 생활 정보 콘텐츠를 결합해 넣을 계획이다.오픈 3개월 만에 휴토리 가입자는 이미 5000명을 넘어섰다. 이 대표는 “휴토리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말한다.“현대 사회는 이웃의 얼굴도 모를 만큼 소외와 단절이 심각하지요. 휴토리를 통해 새로운 소통의 시대를 열고 싶어요.”변화의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현재 휴토리 회원 중 500여 명이 아주대 학생들이다. 이들 사이에서 같은 버스를 타면서 서로를 알아보는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휴토리 안에서 서로 친숙해진 것이다.메가브레인의 직원은 이 대표를 포함해 4명으로 늘어났다. 휴토리를 오픈하면서 웹디자이너와 웹프로그래머를 추가로 뽑고 있다. 이 대표는 항상 “돈이 아니라 재미와 즐거움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만드는 사람들이 재미있어야 사용자들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주변에서 한때 주목받다 사라진 ‘젊은’ 벤처 기업가들을 보며 얻은 교훈도 있다. 항상 정직해야 하고 회사를 자신의 액세서리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주대 산학협력원에 있는 메가브레인 사무실은 소박하다 못해 썰렁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 흔한 파티션도 없다. 에어컨도 몇 번의 고심 끝에 마련했다.창업을 꿈꾸는 10대들에게 주는 이 대표의 조언은 틈새 전략이다. 남들이 다 하는 쇼핑몰이나 비즈 공예로는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무엇을 할까 생각하지 말고 내게 필요한 게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하라고 권한다. 알파브레인이나 휴토리 모두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는 작은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