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렵사리 신제품을 발매한 Y테크의 선병규 해외판매팀장(38)과 팀원들은 구매 협상 차 방한한 미주 지역 파트너와의 미팅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인다. 오늘 협상 결과에 따라 신제품의 미주 지역 조기 진출이 가시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내 회의실에서 마주앉아 구매 협상을 진행하면서 선 팀장은 자신이 거듭 범한 ‘국적 불명 콩글리시 3인방’의 위력에 식은땀을 흠씬 흘리게 된다.먼저, 발주 물량 확보를 위해 최 팀장이 가격 할인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첫 번째 해프닝이 벌어진다.Mr. Seon : Of course, we can give a special DC for your first order. (물론, 우리는 첫 주문분에 대해 특별 DC를 드릴 수 있습니다. [선 팀장의 원래 의도 - 초도 주문 시 특별 할인 혜택을 드릴 수 있습니다.])Mr. Collins : Special Dish? (특별 요리라니요?)Mr. Seon : Oh, sorry. I mean a special discount. (아, 죄송합니다. 특별 할인이라는 뜻이었습니다.)그렇다. 할인을 뜻하는 ‘디스카운트(discount)’를 DC라는 국적 불명의 약자로 통칭하는 언어 습관이 최 팀장에게 일격을 가한 것이다. 그것도 DC를 ‘디씌’가 아니라 ‘디시’처럼 발음해서 상대방이 ‘접시’나 ‘요리’를 뜻하는 디시(dish)로 혼동하게 만든 것이다.그러나 이어지는 대화 과정에서 또 다른 3인방이 공세의 고삐를 죔으로써 최 팀장의 얼굴은 한층 상기되고 만다.Mr. Collins : Keep going! (계속 말씀하지요.)Mr. Seon : How about a 10 pro discount? (10 프로 할인이면 어떨지요?)Mr. Collins : 10 pro? (10 프로가 무슨 뜻이죠?)Mr. Seon : Ah, 10 protage disco-unt! (아, 10 프로티지 할인이요!)Mr. Collins : 10 protage?(10 프로티지는 또 무슨 뜻이죠?)Mr. Seon : Sorry again. I mean a 10 percent discount. (거듭 죄송하군요. 10 퍼센트 할인을 말씀 드린 겁니다.)이번에는 ‘퍼센트(percent)’를 ‘프로(pro)’나 ‘프로티지(protage)’라는 콩글리시로 표현한 데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참고로, 원어민의 입장에서 ‘프로(pro)’라는 단어는 직업적인 운동선수, 즉 ‘프로페셔널(professional)’을 떠올리게 될 뿐이니 선 팀장의 대화 내용이 얼마나 생뚱맞게 들렸을지는 가히 짐작이 되고 남는다.이후부터는 다행히도 큰 사고(?) 없이 대화가 이어져 구매 물량별 가격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나 했더니, 콜린스 씨가 신제품의 단조로운 디자인을 약점으로 지적한 데 대한 답변 과정에서 선 팀장은 다시 한 번 위기를 맞게 된다.Mr. Seon : Don’t worry. We will camplach its design soon. (걱정 마십시오. 우리가 신제품 디자인을 곧 캄플라치하겠습니다.)Mr. Collins : Come again?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Mr. Seon : I think we can camplach the design soon. (우리가 신제품 디자인을 곧바로 캄플라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Mr. Collins : ????콜린스 씨의 얼굴이 난감함으로 얼룩지는 순간 어학 연수파 김 대리가 순발력을 발휘, ‘디자인을 보완하겠다(make up for the design)’는 선 팀장의 입장을 부연 설명함으로써 간신히 위기를 넘긴다. 그렇다면 ‘캄플라치’라는 콩글리시는 대체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이는 ‘위장하다’는 뜻의 ‘캐머플라지(camouflage)’를 일본 사람들이 자기네 식으로 발음을 마음껏 뜯어고쳐 사용한 걸 그대로 받아들인 데서 유래한다.이처럼 우리 주변에서 난무하는 콩글리시를 어떻게 해야 퇴치할 수 있을까. 그 답은 어쩌면 ‘찾아내야만 간직할 수 있다(Finding is keeping!)’는 속담에서 찾아질 수도 있다. 라이팅 머신(Writing Machine, www.ibt-writing.com) 같은 업무 지원용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잘못된 표현을 정확히 가려내고 올바른 표현으로 대체하려는 자그마한 노력과 정성이 절실한 때다.염인호· ㈜TG연구소 대표연구원 www.ibt-writ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