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올라 '탈'ㆍㆍㆍ실적호전주 ㆍ경기민감주 등 주목할 때
주가지수의 신기록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순 사상 최초로 1800대를 돌파한 직후 같은 달 말 1700 초중반까지 밀릴 때만 해도 주가가 드디어 본격적인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진단이 대세를 이뤘다. 7월 내내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졌다.하지만 시장은 전문가들의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6월 29일 1743이던 주가지수가 4영업일 만인 7월 5일 1847까지 치솟았다. 나흘 만에 무려 100포인트 이상 올라버린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증시는 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1000조 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시가총액 1000조 원 돌파는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 증시의 구조적 변화를 재확인할 수 있는 계기라는 설명이다. 건강한 장기 상승을 점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시가총액 1000조 원 돌파에 따라 한국 주식시장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비중은 111.5% 수준으로 상향됐다. 미국(136.7%) 프랑스(118.8%) 일본(114.6%) 등 선진국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올해의 강력한 주가 상승은 전문가들조차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당초 예상이 모두 엇나가고 있는 것이다. 상승장이라는 전제 하에 연초에 발표했던 목표 주가에 벌써 도달했다. 이에 따라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하는 증권사가 속출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주가지수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지난 7월 5일 12개월 목표 주가를 1820에서 2170으로 높였다.이쯤 되면 휴가철을 전후해 주가가 치고 올라가는 ‘서머 랠리’의 가능성도 점쳐 볼 수 있다. 업계에선 올 여름 장세를 고전적인 의미의 ‘서머 랠리’로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대세 상승할 것이란 데엔 이견이 없다.재상승의 가장 큰 이유는 증시로 자금 유입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6월 매도세였던 외국인도 7월 들어 매수세로 전환했다.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 자금은 갈수록 불어나고 있는 추세다. 수급 측면에서 장기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여건이 확고하게 마련된 셈이다.문기훈 굿모닝신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시장 동향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수급 요인인데 국내외적으로 자금이 밀려들고 있다”며 “신용 거래 제한으로 개인들의 직접 투자가 줄어들겠지만 시가총액이 1000조 원을 넘어선 상태에서 개인들의 신용 잔액 6조 원은 큰 의미가 없다”고 분석했다.현재 시황이 수급 요인에 의한 강세장이라면 결국 중요한 것은 외국인이나 기관의 매수 여력이 얼마나 남았느냐다. 지난 6월 외국인들은 사상 최대의 매도세를 보이면서 주가 하락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런 외국인들이 다시 돌아왔다. 이런 추세는 당분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6월 외국인의 매도세는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이 나빠져서라기보다 단기적인 차익 실현 물량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국내 증시는 외국인, 기관, 개인 등 어느 한 수급 주체가 전체 장세를 흔드는 시대를 넘어선 상태”라며 “외국인 매수세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지만 설사 매도로 돌아선다 해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기관의 실탄 여력은 넉넉한 편이다. 주식 투자를 하지 않던 개인들이 펀드로 자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 거래를 제한해 개인들의 직접 투자가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리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펀드를 통한 자금 유입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의 상승세는 한동안 유지될 공산이 크다.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한국 증시의 장기 상승 추세를 예견하고 있다. 단기적인 조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틀림없는 상승 국면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단기적인 조정의 징후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먼저 지나치게 가파르게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조정을 받을 것이란 예상을 가능하게 한다. 급하게 오른 만큼 어느 정도의 뒷걸음질은 각오해야 한다는 얘기다.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수가 적정 수준을 웃도는 시점에 접어들어 상승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히 많아진 상황”이라며 “여기서 더 오르면 그만큼 조정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가수익률(PER)이 이미 이머징마켓의 수준을 넘어서 선진국 수준에 육박한 만큼 기대수익률을 지나치게 높게 잡으면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증시의 움직임도 국내 주식시장에 암초가 될 우려가 있다. 지난 7월 5일 중국 증시가 폭락하면서 국내 시장이 급격하게 둔화세로 돌아섰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과거처럼 미국 시장의 동향에 따라 주가지수가 극단적으로 좌지우지되는 일은 없겠지만 글로벌 증시가 연동화되는 만큼 한 시장의 급락에 따른 영향은 피하기 어렵다.위험 요인이 없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다만 단기적으로 보면 기대수익률을 다소 낮추고 다시 올 수도 있는 조정장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조 부장은 “3분기가 시작되자마자 주가지수가 6% 가까이 올랐지만 3분기 전체적으로 보면 상승률이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며 “순조로운 상승세를 타다가 느닷없이 1주일씩 주가가 내려앉는 일이 반복되면서 전체적으로 5% 정도의 상승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상반기 고공 행진이 재연될 공산은 적은 데다 언제 조정을 받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장기적으로는 분명한 상승장이니만큼 주가가 다소 조정을 받더라도 오랫동안 시장에 남아 있는 것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전문가들은 자산 배분 전략을 수정할 필요는 없지만 3분기 이후 장을 주도할 수 있는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7월 장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하반기 내내 들고 갈 수 있는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라는 것이다.1차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종목은 ‘덜 오른’ 종목이다. 특히 차익 실현을 노린 외국인들의 매물 공세가 나올 확률이 적은 종목을 고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홍 센터장은 “시장이 다소 과열 상태를 보이면서 상반기에 갑절 이상 오른 종목이 적지 않아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적었던 정보기술(IT) 종목은 아직도 힘이 느껴지지 않지만 경기 회복의 수혜를 볼 경기 민감주는 유망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홍 센터장은 “세계 경제의 장기적 회복 국면을 감안하면 IT주와 자동차주에 대한 관심도 지속할 필요가 있다”며 “주식시장의 활황을 염두에 둔다면 증권주도 유망하다”고 덧붙였다.실적호전주를 노리라는 조언도 다수다. 상반기에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조선, 기계, 해운 업종은 하반기에도 주도주가 될 확률이 높다. 실적 모멘텀이 좋기 때문이다. 조 부장은 “상반기 실적이 발표되는 7월 중순을 포트폴리오 조정 시점으로 보고 실적이 좋아지는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며 “7월의 경우 덜 오른 데다 실적도 괜찮은 은행주가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문 센터장은 업종 대표주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라고 제안했다. 문 센터장은 “국내 증시가 기관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에 기관들이 선호하는 종목을 매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하반기부터 경기 회복, 설비 투자, 내수 경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독주하던 조선과 기계 외에도 국내 소비주와 금융 관련주에 관심을 두라”고 주문했다.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