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 보고 뽕도 따고…수익 ‘대단해요’

미술품경매시장 1000억 원… ‘옐로칩 작가’ 관심지난 3월 7일 K옥션 경매에서 국내 경매 최고가인 25억 원에 팔린 박수근의 <시장의 사람들>은 1965년 주한 미군이었던 로널드 존스 씨(66)가 다른 소품(변형2호)과 함께 320달러에 구입한 후 40년간 소장하다 2005년 한국인 컬렉터 김모 씨에게 12억 원에 팔았고 지난해 또 다른 컬렉터 최모 씨가 19억 원에 사들인 작품이다. 이 작품에 투자한 컬렉터는 1년 사이에 각각 7억 원, 6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화랑 주인이 미술품 가치 투자로 ‘대박’을 잡은 경우도 있다. 미술계의 ‘큰손’으로 불리는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의 김창일 회장(56)은 지난 2001년부터 영국 출신 마크 퀸의 설치 작품 <셀프>를 비롯, yBa(Young British Artists: 영국 젊은작가들)의 대표 주자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찬가>와 <채리티> 등 3점에 투자해 현재 120억 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올린 상태다.‘임도 보고 뽕도 따고….’ 튼튼한 성장성과 수익성을 기초로 저평가된 가치 주도형 작품들을 사들여 실컷 감상하고 고수익도 올렸으니 일거양득인 셈이다. 투자를 잘 하려면 잘 고르는 눈과 사들인 작품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현숙 한국화랑협회장은 “미술 투자도 시장의 흐름을 잘 파악하면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분야”라며 “미술에도 미래의 현금흐름과 경제적 가치 등 이것저것 꼼꼼히 따지는 워런 버핏형 가치 투자만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요즘 주식시장에서 가치 투자가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미술품 경매야말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신 가치 투자의 ‘블루오션’이다. 최근에 미술품 경매시장에 뭉칫돈이 몰리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경매회사 서울옥션과 K옥션이 3월 7, 9일 잇따라 실시한 올 첫 경매에 무려 216억 원이 유입됐다. 이는 2006년 한 해 서울옥션과 K옥션의 낙찰 총액을 더한 금액 564억1000만 원의 38%를 넘어서는 규모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 한해 경매시장에 유입될 돈은 1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최근 미술 시장의 활기가 이어지면서 ‘개미’ 투자자들의 관심은 장래 유망한 ‘옐로칩 작가’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 고영훈 이왈종 손상기 강요배 오치균 이강소 이승조 황주리 사석원 등 작가 작품에 매기가 확산되면서 작품 값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매에는 고영훈 이왈종 등 13명의 중견 작가 작품 70여 점이 출품됐으며 이 가운데 총 54점이 낙찰됐다. 작품 가격도 고영훈 씨가 100%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고 이왈종(70%) 배병우 오치균 강요배 황영성(50~30%) 등도 상승률이 높았다. 작년에 이들 작품을 매입한 컬렉터들은 이미 30~100%의 수익을 실현한 상태다.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는 ‘블루칩’ 작가 박수근 천경자 장욱진 이우환 최영림 윤중식 김종학 김창열 등도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가격 상승률에서는 이우환의 작품이 117%나 오르며 최고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최영림(94%) 윤중식(57%) 김종학(55%) 이만익(54%) 이대원(47%) 순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올 들어서는 오지호의 작품 가격이 23%나 올라 최고를 기록했다.뉴욕 소더비·홍콩크리스티 등 경매 시장과 해외 아트페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의 젊은 작가는 김동유를 비롯해 배준성 최소영 안성하 지용호 유승호 등 20~30명에 이른다. 이들의 작품은 지난해 해외 경매 시장에서 17억7600만 달러어치(약 17억 원. 이하 낙찰 수수료 포함)가 팔려 작년 전체 매출(7억7100만 달러)의 2.5배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5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선 김동유의 유화 ‘마릴린먼로·마오주석’이 3억2300만 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작품성과 함께 특이한 소재와 참신한 제작 기법이 해외 컬렉터들의 관심을 끄는 요인이다.이 밖에 재미교포 2세 작가 데비 한을 비롯해 김성진 김강용 김유선 이윤진 오형근 김도균 이동재 성낙희 등도 해외 시장에서 주목받는 작가군에 속한다. 조각 분야에서는 김선구를 비롯해 이용덕 박성태 함진 안성하 등이 참신한 소재로 국내보다 해외서 더 인기를 끌고 있다상업 화랑들이 발굴해 키우는 ‘CEO 효과 작가’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김창실 선화랑 대표는 “젊은 작가는 아직 검증이 안 된 상태이기 때문에 작품을 구입할 때 신중해야 한다”며 김재학 전명자 김선구 등 검증된 중견 작가에게 투자할 것을 권했다. 갤러리 현대의 도형태 대표는 회화의 다양한 존재 양식을 보여주는 젊은 작가 강석호 김성진 민성식 등을 지목했다. 또 이화익 갤러리의 이화익 대표는 국내외 시장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작가로 김동유 배준성 김덕용 이정웅 최영걸 등을 꼽았고, 노화랑의 노승진 대표는 이수동 황주리 등 중견 작가 작품이 장기적으로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박영덕화랑의 박영덕 대표는 시장에서 아직 저평가된 싸리나무 작가 심수구를 비롯해 김창영 박성민 등의 작품을 추천했다.미술품을 구입하거나 투자하는 것은 상업 화랑 전시를 비롯해 경매 아트펀드 등 3가지 경로를 통해 이루어진다. 먼저 화랑. 화상(畵商)이 경영하는 상업 화랑은 화단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화랑은 작가를 발굴하고 전시를 기획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1차 미술 시장이다. 관람객이 전시장을 직접 방문해 작가의 작품을 사고 팔 수 있다.미술품 경매장을 찾아도 유익한 투자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국내외 미술품 경매에 직접 참여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미리 회원 가입을 하는 절차가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고 참관만 원하는 경우에는 경매가 열리는 시간 경매장을 찾기만 하면 된다.경매를 통해 작품을 팔고자 하는 경우 소장자는 홈페이지의 위탁 신청이나 전화 문의를 통해 담당 스페셜리스트와 만나 작품의 위탁 가능 여부를 우선 문의해야 한다. 위탁 작품이 낙찰되는 경우 일정 수수료(10~15%)가 붙으며 경매에 위탁되는 작품에는 작품 낙찰 여부와 관계없이 별도의 출품료(점당 10만 원)와 보험료(작품가액의 약 0.2%)가 요구된다.골동품증가세 뚜렷…‘골부인’ 부쩍 늘어골동품(고미술품)은 보통 사람에겐 쉽지 않은 재테크 대상이다. 가치를 측정하는 안목이나 전문 지식을 쌓기가 쉽지 않은 데다 환금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이도 많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있다. 여유가 생길 때마다 골동품을 하나씩 사 모으는 직장인이 늘어나는가 하면, 온·오프라인 경매장도 전에 없이 인기를 얻고 있다. ‘모셔 두는 소장품’에서 ‘가치 투자의 대상’으로 골동품의 위상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전문가들은 “골동품이야말로 진정한 가치 투자 상품”이라고 입을 모은다. 잘만 고르면 무한한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세 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어 절세 상품으로서도 매력적이다. 거래시장 활성화에 따라 환금성 또한 크게 높아졌다.특히 전 세계적으로 골동품 시장이 상승기를 맞고 있어 요즘이 투자 적기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KBS1 TV ‘진품명품’ 감정위원이자 고미술품 전문 ‘명품옥션’을 운영하는 이상문 대표는 “2005년부터 조짐이 일기 시작하더니 지난해부터 상승세가 뚜렷하다”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붐이 적어도 10년 정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이 대표에 따르면 지금의 상승세는 1980년대 초에 이어 20여 년 만에 찾아온 것이다. 중국의 경우 2004년 약 100억 위안(1조3000억 원) 수준이었던 골동품 시장이 앞으로 1000억 위안(13조 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부동산에 관심을 두었던 30~40대 젊은 부자들이 골동품으로 눈을 돌리고 외국인 투자자까지 합세해 시장 규모가 급팽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국내 시장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동산 붐에 이어 골동품 시장이 달아오른 양상이 중국과 비슷한 것은 물론 1980년대 초의 국내 상황과도 유사하다. 당시 강남을 누비던 ‘복부인’들은 5공화국의 부동산 규제가 시작되자 자금을 골동품으로 이동, ‘골부인’으로 변신한 바 있다. 최근 크리스티, 소더비 경매에서 우리 도자기가 고액에 낙찰되고 있는 것도 호조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3월 20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18세기 조선백자 ‘달항아리’가 127만2000달러에 낙찰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현재 골동품 시장엔 외환위기 이후 출시된 상품들이 많이 나와 있다. 북한에서 중국을 통해 반입되는 골동품도 제법 많았다. 이 때 가격이 하락한 상태로 지난해 초까지 이어지다 최근 들어 본격 상승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저평가된 우량 상품에 투자, 미래 가치를 노리는 가치 투자의 관점에서 봐도 지금이 ‘살 때’라는 게 골동품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골동품 투자의 관건은 가치 측정에 있다. 검증된 ‘명품’을 고르는 게 가장 안전한 투자임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조차 감쪽같이 속이는 ‘진짜 같은 가짜’가 적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투자자 스스로 지식과 안목을 기르는 수밖에 없다”면서 “능력이 없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안전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암거래는 거의 사라졌다고 봐도 된다”면서 “경매장을 이용하면 다양한 가격대의 골동품을 믿고 살 수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매월 첫째 주 일요일에 열리는 명품옥션 정기 경매에는 수십~수천만 원의 상품이 나오는데 낙찰률이 90%에 달할 정도로 거래가 잘되고 있다.골동품의 가치 투자 비법을 묻는 질문에 그는 “골동품 가치와 연대는 큰 관계가 없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말했다. 무조건 오래된 물건이면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12~13세기 고려청자의 가격이 170년 된 조선 백자 가격을 밑도는 경우가 많다. 그는 “고려청자의 모양과 색감 등이 뒤떨어진다면 조선 백자보다 가치가 낮다”면서 “시대를 대표하는 명품을 고르는 게 골동품 가치 투자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기타 동산분재·수석 대표적…‘희소성’이 첫째 조건이른바 ‘컬렉션 재테크’라고도 불리는 동산 재테크는 주식, 부동산과 달리 취미·흥미의 요소가 강한 게 특징이다. 대상을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이 즐겁고 소장과 관리의 재미가 쏠쏠한 데다 향후 시세 차익 기대까지 충족시켜주니 그 매력이 대단하다.동산 재테크를 가치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려면 우선 ‘희소성’에 주목해야 한다. 다이아몬드 등 보석, 한정판 명품, 유명 작가의 가구, 최고급 와인과 위스키, 우표나 화폐, 분재, 수석 등이 이에 해당된다. 모두 소장에 대한 자부심을 높여줘 내면의 만족감을 높여주는 것들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애호가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나마 비교적 거래가 빈번하고 애호가가 많아 접근이 쉬운 편인 품목이 분재, 우표나 화폐, 수석 등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대박’을 터뜨릴 명품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가치 투자를 위해선 전문 지식과 경험, 안목이 필요하다는 것도 공통점이다.분재의 경우 집 안에서 자연의 수려함을 감상하려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중국에서 시작돼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전파됐다. 현재는 일본이 독보적인 기술과 재능을 자랑하면서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다.전국의 분재원은 대략 200여 군데로 추정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분재는 종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주로 애호가 사이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정확한 가격대를 산출하기가 어렵지만 보통 수십만~수백만 원의 가격대를 형성한다. 최근엔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해 10만 원 미만의 보급형 작품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분재는 자연 상태에서 자란 나무를 인공적으로 다듬어 만드는 것인 만큼 수종과 수령, 예술적 가치 등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가장 선호하는 수종은 소나무, 단풍나무, 모과나무 등이다. 인천 석담분재에 따르면 국내에서 거래된 가장 비싼 분재는 7억 원선이었다. 간혹 억대 상품이 애호가 사이에서 거래되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반면 일본에선 수십억대의 분재 매매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그만큼 거래시장 규모나 애호가 층이 두텁다는 이야기다.분재는 일반 나무처럼 관리만 잘하면 수천년 동안 수명을 이어가기 때문에 가치 투자 상품으로 손색이 없다. 대를 이을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가격도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물론 뿌리를 관리하고 모양을 잡아주는 등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kkk10@hankyung.com / sjpark@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