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로 덩치 키워…수익모델 ‘심봤다’

5조 또는 10조 또는 50조 원?’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매출 규모를 산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눈에 보이는 제품은 1만 개 팔면 얼마, 1억 개 팔면 얼마 등 확실한 매출액이 나오겠지만 연예 비즈니스는 다르다. 무형의 콘텐츠 산업이 주를 이루고, 부가 시장까지 존재하기 때문에 규모를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 아울러 최근 몇 년 사이에 우회상장 등을 통해 증권시장에 이름을 올린 기업이 많지만 아직까지 상장기업만으로 산업의 규모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다.또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범위를 어디까지 제한하느냐에 따라 규모가 확연히 달라진다. 이런 이유로 5조 원부터 이보다 10배 큰 50조 원까지 각기 다른 기준에 따라 편차가 크다.한국은행은 지난 2004년 영화·연예산업의 연 매출액이 5조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한류 열풍이 최고점에 달했던 즈음이다. 당시 한국은행은 영화·연예 부문의 매출액은 4조8349억 원으로 4년 전인 1999년 2조4916억 원에 비해 두 배 늘었다고 분석했다. 영화산업 매출액은 1998년 1조5455억 원에서 2000년 2조879억 원으로 2조 원대에 올라선 뒤 2002년에는 3조 원을 넘어섰다. 연예산업의 매출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전보다 줄어드는 등 침체 기미를 보였지만 그 후에는 해마다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나타냈다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2007년 현재 산업 규모라는 외형만 놓고 보면 2004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50조 원은 엔터테인먼트를 ‘소비자를 즐겁게 해주는 산업’으로 포괄적으로 봤을 때 나오는 금액이다.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4월 발행한 ‘2005 문화산업백서’에 따르면 출판 만화 음악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방송 광고 캐릭터 디지털 교육 및 정보산업 등 10개 문화산업의 총매출 규모는 50조601억 원이었다. 전년 대비 13.3% 성장한 결과다.이 가운데 ‘연예’ 산업이라는 일반적인 의미에 충실히 해서 방송과 영화, 애니메이션, 음악 등 4개 산업만 뽑아낸다면 약 13조 원에 이른다. ‘2005 문화산업백서’에 따르면 방송이 7조7728억 원, 영화 3조224억 원, 애니메이션 2650억 원, 음악산업이 2조1332억 원 규모다.이렇듯 집계 기관, 전문가마다 분석한 수치가 다르다. 산업 규모를 명확히 밝힐 수 없다는 것 자체가 연예 산업의 현 상황을 말해준다. 산업화되고 있는 과도기라는 얘기다.산업화의 첫출발을 증권시장 상장으로 보는 전문가가 대다수다. 이렇게 놓고 보면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본격적인 역사는 2000년 시작된다. SM엔터테인먼트가 IPO(기업공개)로 증시에 얼굴을 내민 게 2000년이다.적자행진에서 흑자전환 ‘예상’김창권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엔터테인먼트 업종은 2001년부터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했다”면서 “2004년 한류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되기도 했지만 순이익은 부실 선급금 상각으로 적자폭이 확대됐다”고 했다. 그는 이어 “엔터테인먼트 업종의 대차대조표를 살펴보면 증자를 통한 자본잉여금 증가가 기업 생존의 근원이었다”며 “2005년 한류 시장 퇴조와 기대했던 온라인 음원 시장 형성이 부진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업종은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에도 부진한 성적을 면치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상장 기업들이 돈벌이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애널리스트는 “2007년 선두 기업을 중심으로 엔터테인먼트 업종은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면서 “100% 외주 제작을 표방하고 있는 경인방송 출범과 예정된 IPTV(인터넷TV) 서비스 시작으로 제작편수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에는 수익성 개선 또한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케이블 VOD 서비스, IPTV 등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성장이 수익 구조를 안정화시킬 것으로 전망돼서다.흑자 전환 시기와 더불어 인수·합병(M&A)과 제휴를 통한 ‘대형화’ 또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화두다. 2005년 SK텔레콤이 IHQ를, KT가 싸이더스FNH를 인수한 데 그치지 않았다. 2006년에도 CJ그룹의 엠넷미디어, KT의 올리브나인 등 대기업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인수가 꼬리를 이었다.올해에는 엔터테인먼트 기업끼리의 합병이 이슈가 됐다. 각 분야로 특화돼 있던 회사끼리의 통합이 급물살을 탔다. 퍼즐을 맞추듯이 각기 다른 부문으로 조각나 있던 회사들이 재조합하는 상황이다. 하나의 분야로서는 안정적 수익을 내기 어려워서다. 드라마, 영화, 음악, 연예인 매니지먼트 등 고른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대표적인 기업은 팬텀엔터테인먼트그룹(이하 팬텀)이다. 지난해 도너츠미디어(옛 팝콘필름), 올해 DY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며 ‘MC 천하통일’을 이뤘다. 팬텀은 이미 강호동 신정환 박경림 MC몽 등 대어 MC를 대거 확보하고 있었다. 여기에 신동엽 유재석 김용만 노홍철 강수정 이혁재 송은이 등이 소속된 DY까지 ‘먹은’ 것이다. 최근 팬텀은 MBC의 스타 아나운서 김성주까지 영입하면서 ‘예능 프로그램의 매머드’로 떠올랐다.지상파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MC를 싹쓸이했을 정도다. 〈야심만만〉 〈진실게임〉 〈황금어장〉 〈해피투게더 프렌즈〉 〈헤이헤이헤이2〉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섹션 TV 연예통신〉 〈무한도전〉 〈스타 골든벨〉 〈연예가중계〉 〈X맨 일요일이 좋다〉 〈일요일 일요일밤에〉 등에서 팬텀의 MC들은 맹활약하고 있다. 김호영 팬텀엔터테인먼트그룹 전략기획실 이사는 “팬텀의 계열사는 현재 13개”라면서 “〈X맨 일요일이 좋다〉 등이 일본에서 방영돼 배우와 가수에 이어 MC 부문에도 한류 열풍이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최영석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독립된 미디어 플랫폼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면서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이어 “개성이 강한 소형 엔터테인먼트 사업자들끼리 뭉쳤을 때 조화를 이루는 게 관건”이라면서 “소형사끼리 의기투합해 대형사를 만들거나 대형 사업자와 제휴해야 장기 사업성을 갖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외형은 성장한 데 반해 인적 자원은 아직까지 따라오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 학계에서는 엔터테인먼트 관련 학과를 개설, 운영 중이다. 동아방송예술대는 2006년 연예산업경영과를 개설했다. 아울러 장안대 엔터테인먼트학과와 추계예술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학과에서도 연예 산업의 인재를 키워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