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물가·영어 3박자 ‘딱’…코리안 러시

지난해 필리핀으로 은퇴 이민을 떠난 60대의 Q 씨 부부. 방 5개가 있는 3억 원짜리 집을 현지에서 부동산 담보 대출을 받아 자금의 80%를 해결했다. 방 4개를 이용해 한국의 조기유학생 8명을 유치해 하숙을 하고 있다. 매달 이들로부터 받는 숙식비는 1인당 200만 원. 월급 5만 원씩을 주는 가정부 3명이 집안의 모든 일을 다 하고 있고, 운전사의 월급은 10만 원이다. Q 씨 부부는 300만 원짜리 골프회원권을 이용해 매일 골프를 즐기고 있다. Q 씨의 열 살 된 손자는 시간당 3000원을 받는 필리핀 최고 명문 대학생이 하루 4시간씩 1 대 1로 영어 레슨을 해주고 있다.필리핀 은퇴 이민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다. 최근 필리핀과 말레이시아가 은퇴 이민 대상지로 각광받고 있는 데는 한국에서의 생활비만 들이면 호화로운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동남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영어권 국가로 대부분의 지역에서 중학교 수준의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비슷한 자연환경, 경제적 여건을 가진 태국과 같은 주변 국가는 언어 소통이 불가능해 포함되지 않고 있다.필리핀과 말레이시아는 원칙적으로 한국인의 이민을 받지 않고 있다. 한국이 이들 국가의 이민을 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상호평등주의에 의해 이민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해외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특별 은퇴 비자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편의상 은퇴 ‘이민’으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필리핀의 SRRV(은퇴비자: Special Resident Retiree’s Visa)는 말 그대로 특별히 제공되는 비이민 비자로 필리핀 내에서 무제한으로 체류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함과 동시에 복수 출입국이 허용되는 영주권 개념의 비자다. 은퇴 비자 혜택은 1명의 신청인과 2명의 동반자에게 주어진다. 취업이나 사업은 불가능하지만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만 35세 이상으로 구청에서 발급하는 신원조회 서류에 하자가 없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50세 미만은 미화 5만 달러, 50세 이상은 2만 달러의 투자금을 은퇴청 지정은행에 예치해야 하는데, 30일이 지난 뒤에는 예치금을 콘도미니엄(한국의 ‘아파트’에 해당) 주식 골프회원권 매입이나 토지 장기 임대에 사용할 수 있다.은퇴 비자로는 취업이 불가능하지만 대부분의 현지 한국인들이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홈스테이를 통해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다. 필리핀은 외국인의 주택 소유에 까다로워 콘도미니엄만 소유할 수 있다. 주택의 경우 외국인이 소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현지인의 이름을 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필리핀은 은퇴 이민과 조기 유학 수요로 이미 한국인들의 ‘러시’가 시작된 곳으로 숫자가 점점 증가해 지난해 2000명이던 은퇴 비자 발급자 수는 올해 총 50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필리핀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공식 집계로 6만8500명이지만 실제로는 이의 3배로 추정되고 있다. 대부분은 주로 마닐라, 바기오 한인 타운에 있으며 최근 앙겔레스가 새로운 은퇴 빌리지로 부상하고 있다.다만 한국인 범죄자의 도피처로 필리핀이 많이 이용되는 데다 한국인에게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현지 치안도 불안해 총을 든 가드가 지키는 빌리지에서만 살아야 한다는 점, 한국인이 증가하면서 현지인과의 갈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등의 현지 사정을 꼭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문의: 필리핀 은퇴청 한국 사무소 (02)777-0839 www.prvisa.co.kr)현지 정부, 적극적 유치 나서말레이시아는 2003년부터 세컨드홈(MM2H: Malaysia My 2nd Home)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10년간 유효한 사회적 방문 패스(Social Visit Pass)와 복수입국 비자(Multiple Entry Visa)를 제공한다.필리핀과 달리 나이 제한이 없어 35세 미만도 취득 가능하다. 50세 미만은 30만 링깃(약 8000만 원), 50세 이상은 15만 링깃(약 4000만 원)의 예치금을 지정 은행 계좌에 예치하면 된다. 또는 국내에서 고정 수입 270만 원 이상에 대한 증빙을 할 경우 예치금이 필요 없다.예치금은 1년이 지난 후 1500만 원을 남기고 현지에서 주택, 차량, 주식 매입 등에 사용할 수 있다. 10년 만기가 지난 뒤 지정은행에 1500만 원만 유지하고 있으면 다시 10년 연장이 가능하다.세컨드홈 제도는 의무 거주 기간이 없고 예치금 이자 수익, 자동차 구입 등에서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현지 취업 및 창업은 불가능하다. 대신 부동산 임대사업이나 홈스테이 등은 가능하다. 부동산 가격의 80%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금리는 6%대다.말레이시아 이민국은 지난해 말까지 한국인 204가구가 세컨드홈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아직 한국인의 수요가 많지 않아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주택 임대가 주류다. 임대료는 집값의 7~8%로 대출금리보다 높다. 말레이시아는 주변 국가들과 달리 외국인의 토지 소유가 가능하다. 필리핀의 경우 토지가 국가 소유인 것과 달리 말레이시아는 토지까지 함께 소유가 가능한데, 이는 토지에 민감한 한국인에게 매력적인 요소다.말레이시아는 영어가 현지어인 필리핀과 달리 영어 중국어 말레이시아어가 혼용된다. 학교에서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통한다. 또 치안이 불안한 필리핀과 달리 엄격한 이슬람 문화로 인해 범죄율이 낮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점도 장점이다.최근 한류를 타면서 화장품 판매점 ‘더 페이스 샵(The Face Shop)’이 인기를 끌었고 최근에는 죽 프랜차이즈 ‘본죽’이 현지에 진출했다. (문의: Lengkap Satiria Sdn Bhd (02)756-0171 www.homemalaysia.co.kr)싱가포르는 투자 목적 관심 커져싱가포르는 한국인의 이민이 미미한 수준이다. 필리핀이나 말레이시아와 달리 국민소득이 3만 달러로 높고 물가가 비싸 은퇴 이민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싱가포르의 사업 구조가 중개무역이나 관광사업이기 때문에 이민 수요가 많지 않다는 점도 이유다. 그러나 최근 유학생들이 늘고, 싱가포르 정부가 카지노를 유치하고 인구를 480만 명에서 650만 명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하는 등 새로운 성장기를 맞으면서 부동산 가격이 매년 15%씩 오르고 있어 투자 목적으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현지 한국인들은 주재원이 받는 워킹 퍼밋(Working Permit), 유학생들이 받는 학생 비자(Student Pass)와 유학생 보호 비자(Social Visit Pass, 학생 1인당 1명의 보호자만 가능)로 들어온 경우가 대부분이다.투자자 PR 제도(Permanaet Residence for Investors)가 있는데 투표권이 주어지고 남자에게 군입대 의무가 생긴다.투자자 PR는 세 가지 옵션이 있다. 옵션A의 경우 100만 싱가포르 달러(약 6억8000만 원)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데, 신규 사업이나 기존 사업의 확장 등 직접 사업을 해야 한다. 옵션B의 경우 150만 싱가포르 달러로 투자금이 늘어나고 ‘옵션A+싱가포르 자본이 투여된 벤처캐피털이나 기업, 재단’에 투자할 수 있다. 옵션C의 경우는 200만 싱가포르 달러로 ‘옵션B+투자금의 50%를 본인 거주용 주택 구입’에 사용할 수 있다. 단 이 주택은 팔거나 임대를 놓을 수 없다. 투자자 PR로는 부동산 임대 사업을 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규정돼 있다.투자자 PR는 21세 미만의 자녀까지 포함해 신청할 수 있는데, 남자 자녀의 경우 군복무 의무가 부여된다. 21세 이상 자녀의 경우 영주권(PR) 대신 5년간의 동반 비자(LTSVP: Long Term Social Visit Pass)를 받을 수 있다. 부모 또는 배우자의 부모는 1인당 30만 싱가포르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면 함께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 5년마다 갱신해야 하는데 갱신 때 처음의 투자처와 금액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투자자 PR는 일반 PR(영주권)나 비자처럼 싱가포르 이민국이 발급하는 것이 아니라 싱가포르 개발청(EDB: Economic Development Board)이 발급한다. 신청 및 발급은 주한 싱가포르 대사관이 아닌 현지의 개발청에서만 가능하다. (문의: 싱가포르 EBD: 싱가포르 (65)6832-6832 www.edb.gov.s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