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프라이드 등 한국 팬 빠르게 흡수

불과 5년 만에 100배 이상이 뛰었다. 세계적 입식타격기 대회인 K-1의 한국 내 중계료 이야기다.K-1이 처음 국내에 방영됐던 2002년 KBS 스카이 스포츠는 1년에 1억 원의 중계료를 줬다. 하지만 올해 한 케이블 채널은 K-1의 국내 독점 중계권을 갖는 조건으로 3년간 315억 원을 주기로 했다.K-1과 쌍벽을 이루고 있는 종합격투기 프라이드는 온미디어 슈퍼액션이 5년간 118억 원을 투자했다.과당경쟁, 국부 유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만큼 손쉽게 시청률이 나오기 때문이다. 가볍게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린다. 대회마다 입증됐던 일이다.K-1과 프라이드는 일본에서 유래된 종합격투기다. 천문학적인 돈과 함께 국내 팬들의 마음을 모두 뺏겨버렸다. ‘한류’로 톡톡히 재미를 봤지만 이제 스포츠에서는 ‘일류(日流)의 역습’이 시작된 것이다.K-1의 K는 쿵후(kungfu), 가라테(karate), 킥복싱(Kickboxing), 권법(kendo)의 맨 앞 이니셜을 딴 것이다. 1은 최고를 의미한다. 입식타격기 중 가장 강한 무술을 가려내는 대회다.1993년 출범한 K-1의 범위를 넓힌 것이 프라이드다. 입식타격뿐만 아니라 누워서 할 수 있는 그라운드 영역을 추가했다. ‘무엇이든 허용한다’는 의미의 포르투갈어 발리 투도(VALE-TUDO) 정신을 잇는 대회다. 가장 자유로운 룰로 최강자를 가리자는 의미. 프라이드는 ‘(격투기) 세계 최강의 자부심’이란 뜻이다.두 대회는 현대 문명이 극단으로 발달한 일본 특유의 문화에서 나왔다.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좀더 짜릿한 것을 원하는 현대인의 특성을 겨냥한 것이다. 이것은 강한 자를 흠모하는 일본 특유의 ‘사무라이 정신’과 융합됐다. 게다가 ‘다른 격투 종목끼리 붙으면 누가 더 셀까’라는 일본 특유의 만화적인 상상력이 덧칠되면서 종합격투기는 등장했다. 물론 일본의 막대한 자금력이 바탕이 됐다.현대인의 구미에 딱 맞는 아이템인 종합격투기를 전 세계로 보급한 것은 일본의 철두철미한 마케팅 전략이다. 정확히 팬들의 구미에 딱 맞는 대결 카드를 만든다. 또 프로레슬링과 같은 드라마 같은 대결 구도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치밀한 전략이 뒷받침돼 있다.K-1은 일본 스모의 천하장사 출신인 아케보노와 한국 씨름의 천하장사 출신인 최홍만의 맞대결을 성사시켰다. 격투기 팬들이 고대하던 에밀리아넨코 효도르와 미르코 크로캅의 ‘용호상박’을 현실화한 것은 프라이드였다.K-1과 프라이드의 탁월한 마케팅은 복싱의 밋밋함, 프로레슬링의 인위성, 프로 스포츠의 매너리즘에 식상한 한국 팬들을 급속히 끌어당겼다.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한국 팬들에게 좀 더 깊숙이 다가가기 위해 강력한 스타 마케팅을 택했다. K-1은 최홍만을 데려가 총력을 다했다. 데뷔전을 홈코트인 서울에서 했고, 약한 상대를 붙이며 K-1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줬다. 결국 K-1은 한국 시장 공략에 공을 들였고, 멋지게 성공했다. 프라이드 역시 씨름 최다 천하장사 출신인 이태현, 비운의 유도스타 윤동식 등을 끌어들였다. 국내 레슬링의 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격투 종목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은 모두 프라이드와 접촉해 봤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이런 ‘스타 마케팅’은 일본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에서도 빈번하다. 일본 최고의 야구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뛰고 있는 이승엽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이승엽의 요미우리 경기 중계 때문에 200승에 도전하는 한화 송진우의 경기를 외면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축구에서도 안정환 최용수 등 수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거액의 연봉과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아 일본 무대에서 뛴 적이 있다.매혹적인 볼거리와 짜릿한 자극을 동반한 ‘스포츠 일류’. 오늘도 국내 스포츠 팬들 속으로 거세게 파고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