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부동산 가격 하락이 올해 금융계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금감원은 최근 ‘2007 금융 리스크 분석’이라는 자료를 통해 올해 최대 금융 리스크로 부동산 거품 붕괴를 지목했다. 금감원은 “주택 가격 급락으로 가계의 채무 상환 압력이 가중돼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가계 대출 부실화’가 현실화될 수 있다”면서 “가계 부실은 소비심리 및 내수 경기 악화로 이어져 중소기업의 연쇄 부실 사태를 불러오고 더 나아가 금융위기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부동산 거품 붕괴 가능성= 일단 금감원이 부동산 시장의 급랭 가능성을 경고한 이유는 부동산 대책의 파급 효과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1가구 2주택 양도세 50% 중과(1월) △종합부동산세 과표 인상(6월 70%→80%) 등 이미 발표된 대책이 잇따라 시행됨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 큰 변화가 일게 된다는 해석이다.또 최근 있었던 은행 지급준비율 인상과 주택담보대출 억제(DTI 확대 적용, 1인당 1건 제한) 대책 등의 영향도 부동산 시장을 강타하게 될 요인이라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특히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감 등으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아직 남아 있기는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따라서 이 같은 부동산 가격 하락 때문에 담보 가치 하락→신규 차입 여력 감소→채무 상환 압력 증대→가계 소득 감소→소비 심리 위축→내수 경기 침체→중소기업 부실화의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금감원은 내다봤다.◇가계 빚 상환 능력 악화= 금감원은 또 부동산 시장의 급랭과 함께 가계의 채무 상환 부담이 올해부터 커질 것을 우려했다. 금감원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라 가계 대출이 가처분소득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났다”며 “수년간 증가했던 분할상환방식 대출의 거치 기간(이자만 내는 기간)이 끝나면 이자 이외의 원금 상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해 1~9월 중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2.3% 늘어난 반면 부동산 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 대출은 10.8% 증가했다. 또 거치 기간이 2~3년인 분할상환방식의 대출은 2004년 말 39조 원에서 지난 연말에는 114조 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은행권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 217조 원(2006년 말)의 52.4%에 이르는 규모다. 금감원은 특히 “금리가 상승하면 변동금리 차입의 상환 부담이 커지게 되고 부동산 시장마저 침체될 경우 뒤늦게 단기 차익을 겨냥했던 투기적 거래자와 소득이 낮은 고연령층 등을 중심으로 상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각 연구기관의 반응= 한편 금감원의 ‘가계발 금융위기 시나리오’에 대한 연구기관들 사이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없다면 가계발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반면 금융연구원은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KDI는 지난해 말 발표한 ‘2006년 4분기 경제전망’을 통해 “중소기업과 가계 부문에 대한 대출이 급증함에 따라 금융회사의 신용 위험이 커질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선제적 감독 대응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KDI는 또 “금리 변동에 따른 가계 부문의 대출 관련 부담이 커질 경우 거시경제 전반의 위험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금융연구원은 가계발 금융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봤다. 금융연구원은 “집값이 1분기(3개월) 사이 29% 이상 급락할 경우엔 시중은행의 평균 자기자본비율이 8% 밑으로 떨어져 금융위기를 맞을 수 있다”면서도 “1분기 새 30% 가까이 집값이 떨어지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금융연구원은 또 “한국 금융부문의 건전성을 감안하면 부동산 가격이 1~2년 전 수준으로 하락하더라도 금융위기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정부가 금융위기설의 포로가 돼 버린 게 오히려 정책 신뢰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위기론을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