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별 수익률 ‘그때 그때 달라요’

서울 대치동에 사는 김모 씨는 자신이 가입한 펀드들이 영 마땅치 않다. 분산 투자 차원에서 여러 개 펀드로 나눠 가입했지만 주가 상승이 주춤하자 모든 펀드들이 영 힘을 못 쓰고 손실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펀드 중 한 개라도 수익이 났다면 이렇게 속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통장을 살펴보다가 김 씨는 화가 나서 한마디 내뱉었다. “이 놈의 펀드매니저들은 뭣들 하는 거야!” 도대체 어떤 펀드들에 가입하고 있기에 그런지 김 씨의 펀드를 살펴봤다. 그런데 김 씨가 가입한 펀드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모두 같은 스타일의 펀드였다. 결국 펀드매니저의 잘못이 아니라 같은 스타일로 포트폴리오를 짠 게 잘못이었다.배당형은 가치주 펀드 대표선수스타일이란 펀드의 투자 체질을 의미한다. 이는 펀드매니저나 펀드 운용회사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같은 비중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라도 강세장에 강한 펀드가 있는가 하면 약세장에 상대적으로 강한 펀드가 있다. 이는 펀드마다 서로 투자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분산 투자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이처럼 스타일이 다른 펀드에 나눠 투자해야 한다. 아무리 여러 개 펀드로 나눠 투자하더라도 같은 스타일의 펀드에 투자하면 주식시장에 따라 수익률 움직임이 같아 분산 투자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주식 펀드의 투자 스타일은 투자하는 종목의 특성과 시가총액의 크기에 따라 구분된다. 종목의 특성에 따라 가치주와 성장주, 그리고 그 중간 형태인 혼합형으로 나눈다. 또 해당 종목의 시가 총액 크기에 따라 대형주와 중소형주, 그리고 그 중간인 혼합형으로 갈라진다.가치주는 기업의 이익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종목이다. 대개 주가수익률(PER: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비율)이 낮다. 즉 내재가치 대비 주가가 낮은 상태여서 장기적으로 높은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가치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를 ‘가치주 펀드’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배당수익률 등이 높은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배당 펀드는 가치주 펀드의 범주에 속한다. 물론 엄격한 의미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이기 때문이다.성장주는 가치주보다 PER와 PBR가 높게 나타나며 미래에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성장할 만한 신기술과 성장 기회를 가지고 있는 유망한 종목을 뜻한다. 이런 성장주에 투자하는 펀드를 ‘성장주 펀드’라고 한다. 가치주 펀드와 성장주 펀드는 투자할 종목을 고르는 방법이 매우 다르다. 가치주 펀드에서 PER가 너무 높다고 매도한 주식을 성장주 펀드에서 미래 성장성을 보고 매수하는 상반된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투자 종목의 시장가치 크기에 따라 대형주와 중소형주로 구분된다. 대형주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과 같이 국내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큰 회사의 주식이다. 기업 정보가 많이 발표되지만 사업 내용이 복잡해서 적정 주가를 평가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 같은 대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를 대형주 펀드라고 한다.중소형주는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수가 많지 않아 매매가 원활하지 않고 애널리스트조차 관심을 잘 보이지 않을 만큼 규모가 작은 종목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를 ‘중소형주 펀드’라고 한다. 주식 펀드의 스타일은 이 두 가지 기준을 서로 결합해 대형-가치, 대형-성장, 대형-혼합, 중소형-가치, 중소형-성장, 중소형-혼합, 혼합-혼합 등으로 분류한다.펀드 스타일은 주식 펀드에만 있는 게 아니다. 채권 펀드에도 엄연히 스타일이 있다. 채권 펀드의 스타일은 우선 투자 대상 채권의 신용등급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국가가 발행한 국공채 이외에 투자등급 채권, 투기등급 채권으로 나눌 수 있다. 국공채에 가까울수록 부도날 위험이 거의 없는 반면 수익률도 낮다. 반대로 투기등급 채권에 가까울수록 원금마저 날아갈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수익률 역시 높다.또 투자하는 채권의 남은 만기에 따라 단기와 중기, 장기로 나뉜다. 투자하는 채권의 잔존 만기가 길수록 금리에 따른 채권 가격의 움직임이 민감하고 반대로 만기가 짧을수록 금리의 영향을 덜 받는다. 채권의 경우 금리가 오르면 가격은 하락하고 금리가 떨어지면 가격은 오른다.잦은 갈아타기 ‘쪽박 지름길’채권 펀드의 스타일은 이 두 가지 기준으로 국공채-단기, 국공채-중기, 국공채-장기, 투자등급-단기, 투자등급-중기, 투자등급-장기, 투기등급-단기, 투기등급-중기, 투기등급-장기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런 펀드의 투자 스타일은 한국펀드평가(www.fundzone.co.kr)나 제로인(www.funddoctor.co.kr) 같은 펀드평가사 사이트에 가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이들 펀드 스타일은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 순위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주식 펀드를 보면 2004년의 경우 배당주 펀드의 해였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2004년은 배당주 펀드들이 각각 수익률 1~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듬해 배당주 펀드들은 맥을 못 췄다. 수익률이 35~40위대로 추락했다.2005년은 중소형주 펀드가 약진하는 가운데 대형주 펀드도 꾸준히 수익을 냈다. 2004년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던 대형 성장주 펀드들이 2005년에는 수익률 순위가 수직 상승했다. 그러나 2006년 증시가 지지부진하면서 2005년 수위를 차지했던 대형주 펀드들이 하위권으로 다시 추락했다. 반면 2005년 시원치 않았던 배당주 펀드는 2006년 수익률이 상위권으로 껑충 뛰어올랐다.펀드의 운용 스타일과 관련해 투자할 때 반드시 따져야 할 몇 가지 사항을 꼽을 수 있다. 첫째, 투자할 때 해당 펀드나 운용회사의 운용 스타일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막연하게 과거 수익률만 보고 펀드를 고르기보다는 주식시장의 움직임과 펀드 성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투자 스타일을 보고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미 자신이 가입하고 있는 펀드가 성장주 펀드라면 새로 가입하려는 펀드는 가치주 펀드로 골라 투자해야 충분한 분산 투자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둘째, 주식시장의 유행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주식 펀드 투자 시 스타일별로 분산 투자해야 한다. 배당주 펀드의 성과가 좋다고 해서 배당주 펀드로 가고 성장주 펀드가 좋다고 해서 성장주 펀드로 갈아탄다면 결코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시장 상황에 따라 특정 스타일의 펀드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가 주식시장의 분위기가 변할 경우 수익률의 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중소형주나 대형주, 가치주, 성장주에 대해 균형 있게 분산 투자해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셋째, 주식 펀드의 투자 스타일이 자주 변화하는 자산운용회사들에 대해서는 투자를 조심해야 한다.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스타일을 변경하는 운용사보다는 전문화된 스타일을 가진 펀드나 자산운용사가 더 바람직한 투자 대상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운용 스타일을 단기적으로 변화시키는 운용회사들은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단기 수익률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민주영·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watch@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