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00회 개최…바이어 많아야 ‘짱’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선 국제 전시회가 동시다발로 열리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열리는 국제 규모 전시·박람회는 연간 1000회를 넘어선다. 주제·품목별로 나누어도 80가지 이상으로 분류된다. 업종에 따라선 인터넷을 전시회 공간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사람과 상품이 한자리에 모이는 오프라인 전시회가 대세다. 요즘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정보통신·전기전자를 비롯해 섬유패션 기계 자동차 식품 환경 생활용품 가구 등의 분야에 한국 비즈니스맨들의 관심이 높다.한국 비즈니스맨들이 가장 즐겨 찾는 박람회 개최지는 아무래도 일본이 대표적이다. 거리가 가깝고 경제 환경이 비슷한 데다 발전 속도가 앞서 있다고 보는 까닭이다. 소비력이 막강해 시장조사, 신제품 트렌드 연구, 수입 수출 여건 분석 등의 목적으로 찾기에도 적합하다.유럽에는 자타가 공인하는 전시회 강국이 많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이 대표적이다. 특히 독일은 세계 전시회의 75%를 점유하고 있는 ‘전시회의 나라’다. 그 중에서도 하노버는 도시 안에 27개 전시관을 보유하고 연간 100여 개 전시회를 개최해 200만 명의 참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하노버박람회’는 이미 브랜드화돼 중국 인도 두바이 호주 등지에 전시회를 수출하고 있기도 하다.중국 인도 베트남 등지는 시장 잠재력이 부각되면서 전시회 역시 각광받기 시작한 경우다. 중국에서 열리는 전시회에는 수입업 종사자의 참관이 많다. 공장 견학 등을 병행한 후 계약까지 체결하는 일이 많다. 김기영 현대드림투어 전시팀장은 “새로운 트렌드를 조사한다거나 상품 시장조사를 위해 중국을 방문하지 않는다”면서 “값싼 상품 수입이나 구매력 있는 상류층을 타깃으로 한국산 고급 상품을 수출하기 위한 목적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이렇듯 수많은 전시회를 다 방문할 수 없는 만큼, 옥석을 가려 참관해야 기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더구나 경기 침체로 기업마다 전시회 참관 인원을 축소하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전언이다. 최소 인원으로 최대 효과를 얻기 위해선 ‘참관 전략’을 잘 짜야 한다는 이야기다. 전시회 전문가들은 “많은 업체가 참가해 분야별 세계 트렌드를 한눈에 읽을 수 있고, 많은 바이어가 참가해 북적이는 시장을 만드는 전시회를 선택하라”고 입을 모은다. 전시회 역사, 개최 장소 인프라 역시 따져봐야 할 조건이다.지난 1월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세계 최대의 가전IT전시회로 손꼽히는 ‘CES 2007’이 개막됐다. 매년 전시 규모와 참관객의 폭발적 증가로 중심 전시관인 LVCC(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를 비롯해 힐튼 르네상스 등 특급 호텔로 개최 장소를 넓혔다. CES는 실수요 바이어가 많이 방문하는 전시회로 유명하다. 또 글로벌 브랜드의 최고경영자(CEO)가 한꺼번에 전시장을 찾기도 한다. 올해 방문한 바이어 수는 11만 명으로 추산된다. 또 110개 국 2700개 사가 참가했는데 한국에서만 90개 사가 세계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분야별 대표 전시회 ‘따로 있네’CES와 함께 최대 가전IT쇼로 꼽히는 전시회는 CeBIT(세빗), 3GSM세계회의, IFA가 손꼽힌다.독일 하노버박람회의 대표 격인 세빗은 매년 3월 하노버에서 개최된다. 올해는 3월 15일부터 21일까지 열린다. 정보기술(IT), 통신, 소비재 가전제품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해마다 6000개 이상의 업체가 참여해 세계 최대 규모라 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방문객은 45만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10만 명이 바이어, 20만 명은 기업의 간부급 이상인 것으로 분석된다.최근 세빗에선 아시아 국가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개최 첫 해인 지난 1987년에는 아시아 국가에서 145개 업체가 참여하는 데 그쳤지만 지난해엔 총 1718개 업체가 출품했다. 한국의 참가 업체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992년 LG전자가 단독 출품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에 233개 업체, 올해는 250개 업체가 참가할 전망이다. 이는 중소 IT 기업의 출품이 크게 늘어난 결과로, 정부 지원금이 그만큼 늘어난 데 이유가 있기도 하다. KOTRA는 매년 1000㎡ 이상을 임대해 공동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는 130개 업체가 참여할 예정이다.2월 12일부터 15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3GSM세계회의(The 3GSM World Congress)는 GSM협회(GSM Association)가 주최하는 세계적인 모바일전시회 겸 회의다. ‘전 세계 모바일 리더들의 축제’라고 불리는 3GSM(3세대 유럽형 이동통신) 관련 세계 최대의 이벤트로, 세계 유수 업체들이 상용화 단계의 3세대 이동통신 기술과 제품을 선보인다. 올해를 기점으로 3GSM세계회의가 세빗을 능가하는 최대 전시회로 부상했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급성장했다.GSM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채택되고 있는 이동통신 표준인 만큼, 세계 각국의 GSM 제조업체, 콘텐츠 사업자, 정부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조영주 KTF 사장, 안승권 LG전자 본부장 등이 기조연설을 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도 참관을 위해 방문했다.세계의 이목을 끄는 전시회 아이템으로 자동차를 빼놓을 수 없다.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이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앞으로 3∼4년 안에 나올 자동차가 ‘콘셉트카’ 형태로 미리 공개된다. 최초의 모터쇼는 189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로 지금까지 ‘대명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참가 업체 수나 전시 면적 규모로 보면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프랑스 파리 오토살롱이 단연 톱이다. 여기에 미국 디트로이트, 일본 도쿄,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를 합해 ‘세계 5대 모터쇼’라고 부른다.프랑크푸르트 모터쇼(IAA)는 세계 자동차 기술을 이끄는 독일 메이커들이 중심이 된 독일자동차공업협회가 주최한다. 이 때문에 첨단 기술이 강조된 테크니컬 쇼로 이름이 높다. 홀수 해에는 승용차 중심의 모터쇼가, 짝수 해에는 상용차 모터쇼가 열린다.파리 모터쇼는 1898년 처음 시작돼 1차 세계대전 때 잠시 중단됐다가 1919년 ‘파리 오토살롱’이란 이름으로 다시 시작됐다. 파리 오토살롱은 가장 많은 차종이 출품된다는 점에서 ‘자동차 세계박람회’로 불리는데, 화려한 콘셉트카나 쇼카 대신 양산차 위주로 유럽 자동차 경향을 짚어주는 게 특징이다. 프랑크푸르트모터쇼가 첨단기술이 강조된 ‘테크니컬 쇼’라면, 파리 오토살롱은 유럽 자동차의 ‘트렌드 쇼’라고 할 수 있다.식품 업계에선 독일 쾰른 국제식품종합박람회와 파리 국제식품기술전, 스페인 바르셀로나 식품음료박람회가 손꼽힌다. 또 올해 25회째를 맞는 서울국제식품전도 톱클래스 전시회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는 4월 24일부터 경기도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개최되며 참여 업체가 지난해의 663개 사에서 900개 사로 크게 늘고, 전시 면적도 지난해 1226부스에서 1700부스 규모로 대폭 확대돼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참관객 5만 명, 바이어 3000명 이상을 유치해 1억 달러 이상의 판매 수출 계약 실적을 올릴 계획이라는 게 KOTRA의 설명이다.기계 분야도 전통의 전시회가 적지 않다. 규모 측면에서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가 단연 선두인 가운데 유럽공작기계박람회, 체코 브르노국제기계전, 이탈리아 밀라노 공작기계전, 미국 시카고 공작기계박람회 등이 손꼽힌다. 이들 전시회에는 공작기계산업과 관련된 모든 기술과 서비스가 광범위하게 선보인다. 제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절단기와 주조기, 정밀기기, 표면처리기술, 생산 과정을 통제하는 소프트웨어, 제어(컨트롤)기술, 자동화 시스템 및 부속품, 계측기기, 테스트용 기기, 품질관리 시스템, 도구 및 형판 제조에 필요한 기계 및 시스템 등이 총망라된다.해외 전시회 100% 활용하려면시간과 비용을 들여 해외 전시회에 참관하는 것은 투자 규모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크게 △사람과 사람의 대면 △세계적 트렌드 습득 △신기술 파악 등 세 가지를 전시회 참가의 매력으로 꼽는다. 특히 출품 업체가 1000개 이상인 대규모 전시회는 대개 세계 60개국 안팎에서 관련 업체와 전문가가 모이므로 세계의 트렌드를 한자리에서 보고 배울 수 있고 네트워크 형성에도 좋다. 신제품을 직접 접하고 제작 판매자를 직접 만나 신뢰감을 형성하는 게 사업의 기본이라면, 전시회장은 모든 사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장소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그렇다면 전시회를 100% 활용하기 위해선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첫째, 전시회 홍보 브로슈어를 통해 전체 프로그램의 구성을 알아둔다. 박람회 주관사는 해당 전시 프로그램을 짜기 위해 시장 조사는 물론 참가 기업의 기술 경향까지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박람회 주관사가 그 해 전시 품목을 어떻게 분류했으며, 어떤 종류의 콘퍼런스를 병행하려는지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산업 트렌드를 집어낼 수 있다. 즉 전시회 브로슈어는 지침서나 다름없는 셈이다.둘째, 주관사가 제공하는 출품 업체 리스트를 적극 활용한다. 독일 하노버박람회는 EBi라는 출품 업체 검색 서비스 부스가 홀마다 배치된다. 전시 제품별, 국가별, 홀별 출품 업체를 검색해 그 리스트까지 친절하게 뽑아준다. 자신이 원하는 기준에 맞게 선별한 출품 업체 리스트를 들고 해당 부스를 방문하면 되기 때문에 시간 절약은 물론 효율성까지 높일 수 있다. 수십만 평의 전시회장을 돌아보느라 정작 중요한 전시를 놓치는 오류도 방지할 수 있다.셋째, 다양한 포럼에 참가한다. 3월에 개최되는 ‘2007 세빗’은 크고 작은 콘퍼런스만 1000여 회가 열릴 예정이다. 몇몇 콘퍼런스는 평상시에 만날 수 없는 대기업 CEO나 산업 분야의 전문가가 연설을 하기도 한다. 이런 일정을 전시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후, 참석하면 유용한 정보를 많이 모을 수 있다. 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INTERVIEW 이선행 HBI 사장“전시회는 세계 비즈니스의 전장”“1992년부터 전시 관련 사업에 몸담기 시작했는데, 1990년대와 요즘은 전시회를 보는 시각이나 참가 움직임이 확실히 다릅니다.”세계 전시회의 75%가 열린다는 독일에서도 ‘전시 컨벤션의 도시’로 불리는 하노버는 전시 이벤트만으로 연간 4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선행 HBI 사장은 하노버박람회 한국 대표부를 맡아 이미 브랜드가 된 ‘하노버박람회’와 한국 시장을 연결하고 있다. 그는 요즘 하노버박람회 중에서도 최대 규모인 세빗 개막을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올해 하노버 세빗에는 한국 비즈니스맨 3000명 정도가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전시회 참관 효과에 대해 “비행기 값이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세계 산업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기업의 사업 방향을 잡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둘러봐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세빗 같은 대규모 전시회는 그 자체로 총성 없는 전장입니다. 글로벌 브랜드들은 저마다 사세를 과시하며 자존심 경쟁을 벌이고 중소업체들은 생존의 길을 모색하는 장이 되니까요. 신제품 동향 살피기는 기본이고 비즈니스 상담, 딜러 미팅, 세미나 참석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부대 효과가 무궁무진합니다. 특히 동종 업계 인맥을 폭넓게 만들고 싶다면 전시회를 적극 활용해봄직 하지요.”그는 비싼 비용을 치르고 참가하는 해외 전시회를 100% 활용하기 위해선 ‘사전 준비’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큰 전시회는 자체 홈페이지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미리 정보를 습득하고 방문하는 게 좋습니다. 무엇을 보고 올 것인지 스케줄을 짜는 한편, 만나고 싶은 사람과는 미리 약속을 잡는 게 바람직합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