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에서 헤지 펀드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면서 이제는 정치권에까지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최근호에서 헤지 펀드가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정치에 대한 참여를 갈수록 확대하고 있다면서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헤지 펀드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현재 전 세계 헤지 펀드가 운용하는 자금 규모만도 1조1000억~1조2000억 달러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헤지 펀드 쪽에서 나온 정치 자금은 공식적으로 280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00년과 비교할 때 거의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특히 이들 자금은 상위 30대 헤지 펀드 오너들에게서 나온 것이다.신문은 헤지 펀드 오너들이 고가의 예술품과 호화 저택을 장만해 즐기던 데서 벗어나 갈수록 정치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할리우드가 예전에 그랬던 것과 비슷한 길을 헤지 펀드가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신문은 이와 관련해 내년 대선의 민주당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공화당 1위 후보에 랭크되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각각 후원하는 헤지 펀드 거물 2명을 소개했다.남편을 도와 120억 달러 규모의 헤지 펀드를 운용하는 리사 페리는 뉴욕에 있는 자신의 고급 저택에 힐러리 클린턴의 사진으로 그린 대형 초상화를 두 개나 걸어 놓고 있다. 그는 “힐러리가 아름답지 않느냐”고 말문을 떼면서 “그를 위한 정치 자금 모금에 기꺼이 나서겠다”고 말했다.리사 페리는 지난 세 번의 선거에서 민주당을 위해 100만 달러 이상을 모금했으며 이 때문에 민주당이 ‘최고의 엘리트 후원자’라고 칭송하고 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그는 이런 과정에서 힐러리와 친분이 두터워졌으며 기회 있을 때마다 주변에 “힐러리가 가장 환상적인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반면 줄리아니 팬인 폴 싱어는 ‘조용하게’ 후원하는 스타일이다.지난 1977년 창업한 ‘올드’ 헤지 펀드인 엘리엇 어소시에이츠를 통해 70억 달러를 운용하는 그는 자신을 ‘보수적 자유주의자’라고 표현하면서 미국이 강한 군사력을 유지하고 이스라엘을 후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줄리아니를 지지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자신의 뜻과 같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싱어는 펀드도 보수적으로 운용, 공화당의 성향과 유사한 특징을 가진 헤지 펀드 매니저다. 그는 특히 줄리아니가 뉴욕시장을 지내면서 보여줬던 놀라운 지도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책임 있는 행정으로 뉴욕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도시로 만들었다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얼마 전 〈데일리 뉴스 오브 뉴욕〉이 입수해 특종 보도한 공화당 내부 문서에 따르면 홈데포 창업자인 케네스 랑곤이 줄리아니의 ‘1위 후원자’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는 싱어가 ‘구심점’으로 평가될 정도로 줄리아니 진영에서 그를 중시한다는 것이다.〈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헤지 펀드 거물들 가운데 민주당 지원 인사로 조지 소로스와 데이비드 쇼, 그리고 헤지 펀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제임스 사이먼스를 꼽았다. 공화당 쪽은 타이거 펀드로 유명한 헤지 펀드 타이거 매니지먼트 창업자인 줄리안 로버츤과 캑스턴 어소시에이츠의 브루스 코브너 등도 거명된다고 소개했다. 줄리안 로버츤은 지난 세 번의 대선에서 70만 달러를 공화당 측에 기부했다.신문은 정치인들이 헤지 펀드 거물들과 친분을 맺는 이유는 단순히 그들로부터 정치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이들을 통해 헤지 펀드 업계의 다양한 인사들과 소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헤지 펀드계 인사들을 알게 될 경우 다양한 정치 자원의 소스를 확보하는 셈이 되며 이는 정치인이 롱런하기 위해서는 필수적 요소라는 것이다.물론 헤지 펀드 매니저들이 예술품이나 저택 등을 사들이는데 쓰는 돈에 비해 아직 정치권에 보내는 자금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헤지 펀드들과 정치권 인사들의 간격이 좁아지면 좁아질수록 이들로부터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가는 자금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고 그에 따라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도 나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