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된 곳·재고처리 시장’ 인식 바꿔야
아프리카는 ‘지구촌 마지막 황금시장’으로 불린다. 오랜 세월 세계 경제의 관심권에서 논외로 밀려나 있었지만 최근 세계 분석기관이 앞 다퉈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은 아프리카 낙관론(Afro-Optimism)의 중심이자 파워하우스로 자리를 잡고 있다. 무엇보다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위해선 꼭 거쳐야 할 첫 번째 관문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남아공의 비즈니스 환경은 우량한 편이다. 남아공 통상산업부 DTI에 따르면 남아공은 세계경제자유지수에서 38위(127개국 조사)를 차지할 정도로 발전된 경제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이탈리아(54위) 멕시코(59위) 브라질(88위) 러시아(115위) 등을 크게 앞서는 성적이다.우선 거시경제 동향이 대단히 긍정적이다. 1999년 이후 장기 성장 국면에 진입해 요즘 사상 최대의 경제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민간 소비 증가, 설비 투자 확대, 산업 생산량 증가 등 호조 요인 지속에 힘입어 경제 성장률은 2004년 이후 4~5%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남아공 정부는 2014년까지 연평균 6% 성장을 목표로 하는 신경제 정책을 지난해 2월 발표했는데, 이 정책은 단기간 경제 발전에 성공한 한국과 칠레 등의 경제 발전 모델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신경제 정책의 주요 내용은 ‘남아공형 뉴딜 정책’으로 요약된다. 항만 철도 통신 인프라 확충을 위해 향후 3년간 3720억 랜드(약 57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게 골자다. 특히 요하네스버그와 프리토리아가 속한 하우텡, 더반이 속한 콰줄루-나탈, 모잠비크, 보츠와나에 접한 림포포주에 개발 프로젝트가 집중돼 있다.국제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만들었던 정치 문제도 안정이 됐다. 1994년 넬슨 만델라가 주도하는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정권을 잡은 후 백인 계층과의 화합, 흑인 우선 정책 등을 시도하면서 사회 통합이 가시화되고 있다. 남아공 주변국의 내전 역시 몇 년 전 거의 종식돼 요즘 근래 들어 가장 평온한 모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대기업 진출 손에 꼽을 정도현재 남아공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삼성과 LG가 단독법인을 세우고 가전, 핸드폰 분야에서 프레스티지 이미지를 구축하며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이를 제외하면 거의 지점 또는 지사 형태로 진출해 있다. 파견 직원도 1명 또는 현지 채용이 주를 이룬다. 현대차 기아차 대우인터내셔널이 지점에 1명씩 파견하고 있고 법인 형태의 두산인프라코어와 합작법인 형태의 포스코 역시 각 1명을 파견하고 있다.이런 소극적인 투자는 한국 내에서 형성돼 있는 아프리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커 반 데르 발 주한남아공 대사관 경제참사는 “아프리카는 낙후돼 있다는 고정관념이 문제”라면서 “최근 한국·남아공 사이 인적 물적 교류가 크게 늘고 있는 만큼 인식도 바뀔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실제로 앞으로는 한국·남아공 경제협력과 교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2010년 월드컵 관련 인프라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들의 입찰 참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현대중공업 효성중공업 두산중공업 등이 송전탑 건설 등 배전설비 프로젝트에 관심을 두고 있고 한국전력 등은 전기설비 인프라 구축에 참여할 예정이다. 올 5월에는 KOTRA 등이 주도해 한국전력 등 전력 관련 기업과 원전 설비 업체 등이 참여하는 박람회가 열릴 예정이다.남아공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에 대한 인식도 2002년 이후 많이 달라졌다. 지난 2005년 7월 부임한 스테파너스 스쿠만 주한남아공 대사는 취임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의 남아공 투자를 확대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때 스쿠만 대사는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이 알려지고 삼성 LG의 성공으로 좋은 이미지가 구축돼 있다”면서 “남아공은 아프리카 최대 경제국인 동시에 주도국이어서 일단 남아공에 진출하면 2억 명에 달하는 남부 아프리카 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남아공 현지 한국 기업인들 사이에선 요즘 ‘중국’이 최대 화두다. 중국이 4~5년 전부터 남아공을 포함한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배경에 큰 관심이 쏠려 있다. 이종건 KOTRA 요하네스버그 무역관장은 “주로 유럽 기업들이 쥐고 있던 개발사업 주도권이 최근 중국으로 분배되는 현상이 뚜렷하다”면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최근 대수로 공사, 발전소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은 아프리카에 자체 자금으로 차관을 제공한 후 이를 훨씬 능가하는 규모의 인프라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앙골라의 경우 20억 달러를 지원하고 100억 달러 이상의 물량을 수주하기도 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지에 나가 있는 기업인들은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요하네스버그를 거점으로 화학제품 무역업과 주유소 사업을 병행하고 있는 안영호 영인터내셔날 사장은 “자원 확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출해야 할 시장인데 한국은 너무 안이하게 바라보고만 있다”면서 “대기업이 진출해 중국 유럽의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건 관장도 “아직도 대기업 상당수가 아프리카를 재고 처리시장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고 “이제부터라도 아프리카를 밝아오는 대륙으로 보고 공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외국기업 금융지원 프로그램 다양남아공 정부 역시 외국 기업의 진출과 투자에 대해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경제 발전과 실업률(26.7%) 해소를 위해서다. 인센티브 조건도 좋은 편이다. 은행과 방송을 제외한 전 산업에 대해 외국인의 100% 지분 소유를 인정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가 자유로운 것은 물론 소유권 역시 100% 인정하고 있다.이 밖에도 남아공 정부의 FDI(Foreign Direct Investment·외국인 직접 투자) 유치 방안은 다양하다. 이미 OR탐보국제공항(옛 요하네스버그국제공항) 주변 등에 산업개발지역 IDZ(Industrial Development Zone)를 조성하고, 이곳에 입주한 외국 기업에 기계설비류 수입 시 관세를 면제해 주고 있다. 또 생산 과정에서 남아공 기업이 생산한 부품을 사용할 경우 부가세 면제 혜택도 주고 있다.외국 기업엔 다양한 투자 보조금 혜택이 주어진다. 제조업을 위해 외국에서 신규 기계를 도입할 경우 최대 46만 달러까지 정부보조금을 지급한다. 또 중소기업 개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적격 자산의 10%까지 현금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는 1540만 달러 이하의 투자에 한하고 투자 규모에 따라 조건이 바뀐다. 산업 개혁 지원 프로그램도 있다. 기존 산업에 주요한 기술적 진보가 있을 경우 개발 과정에 소요된 직접 비용의 50%까지 지원한다는 게 핵심이다.한편 개인 사업자에게도 남아공은 비교적 조건이 좋은 환경이라는 평이다. 케이프타운에서 영어학원을 경영하고 있는 이선희 원장은 “사업하기에 어떠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좋다”고 대답했다. 신흥 개발국 특유의 틈새가 많아서 여러 기회가 열려 있고, 현지인과 세금 체계가 동일한 데다 세계 각국에서 사람과 관심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한국에서 조기 유학 대안지로 알려지면서 최근 들어 관련 사업이 뉴비즈니스로 주목받고 있다. sjpark@kbizweek.comINTERVIEW / 유누스 후센 투자유치 담당 매니저‘인센티브 제도 맘껏 활용하세요’“삼성 LG 등 한국 기업의 브랜드 인지도가 아주 높아요. 저도 삼성 냉장고를 쓰는 한국 제품 팬이랍니다.”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통상산업부 투자유치국의 유누스 후센 부장은 “남아공은 한국을 중요한 경제 파트너로 생각한다”면서 “더 많은 한국 기업이 남아공 정부가 마련한 좋은 비즈니스 환경을 마음껏 활용하기 바란다”고 말했다.남아공에서의 한국 기업 위상을 묻는 질문에 그는 “뛰어난 제품력은 물론 여러 스포츠, 사회 행사에 스폰서를 자처하고 광고 등을 통해 미디어에 자주 노출돼 이미지가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브랜드”라고 밝혔다. 그는 또 “남아공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엔 각종 리서치, 분석, 마켓리포트를 제공한다”면서 “입지 선정에서부터 사업 진행 제반 과정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후센 부장이 말하는 ‘지원’에는 남아공 정부가 외국 기업에 주는 인센티브가 포함돼 있다. 특히 IDZ 내 부가세 면제 조건, 투자 보조금, 중소기업 현금 보조금 등 금융 프로젝트를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3월쯤 한국에 갈 예정인데 기대가 크다”면서 “한국에서 남아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무척 반갑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