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보헤미안과 영상의 조우

할리우드와 브로드웨이. 동부와 서부로 미 대륙의 양 끝을 대표하는 두 세계는 오랜 세월 동안 동반자의 길을 걸어왔다. 기본적으로 엔터테인먼트를 추구하는 두 업계의 본질이 상통했던 까닭도 있지만 특히, 할리우드에 브로드웨이는 종종 보증된 흥행 아이템을 제공하는 급수원 역할을 해 왔다. 〈사운드 오브 뮤직〉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 숱한 고전들을 남기며 이어져온 뮤지컬 영화의 역사는 〈시카고〉에 이르러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흥행과 비평적 찬사를 양손에 거머쥔 할리우드가 브로드웨이를 향해 더욱 뜨거운 러브콜을 퍼부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올해 1, 2월 잇달아 국내 극장가를 찾을 3편의 뮤지컬 영화들은 그러한 구애의 산물이다. 〈렌트〉 〈프로듀서스〉 〈드림걸즈〉로 이어지는 라인업 중 국내 관객들에게 가장 친숙한 이름은 역시 〈렌트〉다. 2000년 국내에서 초연된 후, 다수의 열혈팬을 확보하고 있는 〈렌트〉가 신년 뮤지컬 영화의 첫 타자로 나선 셈이다. ‘해리포터’ 시리즈로 잘 알려진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렌트〉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 뉴욕 이스트 빌리지를 배경으로, 8명의 가난한 예술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사회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을 추구하는 이들은 자유와 열정의 에너지로 가득하지만, 가난과 병마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렌트(집세)’를 치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퇴출당할 위기에 놓이면서, 이들은 건물 철거 반대 공연을 계획한다. 경찰을 동원한 철거 세력의 실력 행사로 잠시 위기에 처하지만 꺾임 없이 ‘보헤미안’으로서의 삶을 연호하는 예술가들의 음성은 결국 절망이 아닌 희망의 노래가 된다.영화판 〈렌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배우들의 면면이다. 댄서 역의 미미와 변호사 역의 조앤을 제외하고는 출연진 전체를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의 오리지널 캐스트로 구성한 〈렌트〉는 그만큼 원작에의 충성도를 높였다. ‘시즌스 오브 러브(Seasons of Love)’ ‘어나더 데이(Another Day)’ 등의 대표 넘버들은 원작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는 음색과 호소력으로 관객의 마음을 두드린다. 콜럼버스 감독의 연출은 화려함을 자제하는 대신 역동감을 높였다. 이스트 빌리지의 뒷골목을 헤매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섬세하게 공간의 정서를 포착하고, 불붙은 퇴출 통지서들이 낙화처럼 허공을 채우는 광경이나 마크와 조앤의 2인무가 순식간에 댄스 플로어의 군무로 전환되는 장면 등은 영화적 연출의 묘미를 일깨운다. 〈렌트〉는 현재 조승우 주연의 뮤지컬로 국내에서 공연 중이기도 하다. 스크린 속 〈렌트〉와 한국 배우들의 호흡으로 펼쳐지는 〈렌트〉. 두 작품을 함께 관람해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듯하다. q최하나·씨네21 기자 raintree@cine21.com개봉영화▶신나는 동물농장어린이 전문 케이블 채널 ‘니켈 오디언’의 간판 애니메이션 〈지미 뉴트런〉의 제작진이 만든 가족용 3D 애니메이션. 한 시골 마을의 농장. 농부가 잠자리에 들면 마구간에서는 가축들의 파티가 벌어진다. 모두가 방심한 순간에도 울타리를 지키며 코요테의 습격에 대비하는 것은 가축들의 리더인 벤. 하지만 그의 아들 오티스는 그저 빈둥대며 놀기를 좋아하는 말썽꾸러기다. 그러던 어느 날, 벤이 더 이상 리더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고 기회를 포착한 코요테들은 습격을 준비한다. 앤디 맥도웰, 대니 글로버, 커트니 콕스 등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에이스 벤츄라2〉의 스티브 오데커크 연출.▶마파도22005년 톱스타 없이 300만 관객을 모아 화제가 됐던 〈마파도〉의 속편. 전편과 마찬가지로 한탕주의를 꿈꾸며 건수를 찾아다니던 충수(이문식 분)는 재벌 회장 박달구(주현 분)로부터 ‘첫사랑 찾기’라는 미션을 부여받고, 달구의 고향인 동백섬으로 향한다. 하지만 충수가 탄 배는 폭풍우에 휘말리고, 그와 꽃미남 기영(이규한 분)은 외딴섬에서 눈을 뜨게 된다. 불행하게도 그들이 도착한 섬은 마파도. 엽기 할매 5인방과 맞닥뜨린 충수와 기영은 한층 악랄해진 할매들의 노동 착취에 시달리게 된다.▶걸스 라이프〈애나벨 청 스토리〉처럼 포르노 여배우를 소재로 한 영화. 인터넷 포르노 회사에서 배우로 활동하는 문(줄리엣 마퀴즈 분)은 친구 제시의 부탁으로 약혼자를 유혹해 그가 흔들리는지를 시험하게 된다. 문은 유혹에 넘어오는 남자의 모습을 목격하고, 그때부터 이른바 ‘애정 확인 서비스’라는 사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문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게 된 테리(마이클 래파포트 분)는 그녀에게 앙심을 품는다. 영국 감독 애시의 연출작으로, 한국인 플레이보이 모델 이승희가 조연으로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