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과 살인, 선혈이 낭자한 죽음을 넘어서는 새로운 형태의 연작 공포영화가 선보인다. 〈어느 날 갑자기-4주간의 공포〉라는 타이틀로 진행될 각 100분 분량의 이 공포영화 4편이 그 주인공. CJ엔터테인먼트와 SBS가 제작하는 이 영화는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극장과 지상파TV에 동시 개봉하는 새로운 배급 방식의 HD공포영화다. 한국 공포영화의 흥행 메이커인 안병기 감독이 대표로 있는 토일렛 픽쳐스가 제작하고 지난 95년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유일한 작가의 6부작 공포 연작소설 〈어느 날 갑자기〉를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비교적 저렴한, 편당 6억원 내외의 비용으로 제작됐다지만 그 시도와 짜임새의 신선함에서 주목받을 만하다.〈어느 날 갑자기-4주간의 공포〉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독자적인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그중 7월20일 처음 선보일 〈2월29일〉은 고속도로 톨게이트 매표원 지연(박은혜)이 겪는 2월29일의 사건들을 소재로 한다. 깊은 밤 피 묻은 검은 차량을 목격한 지연은 동료 종숙으로부터 12년 전 사고차량에서 없어진 시체가 있으며 그후 4년마다 찾아오는 2월29일에 톨게이트 근처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녀는 또다시 찾아온 2월29일에 끔찍한 사건을 겪게 된다. 두 번째 에피소드 〈D-day〉는 여학생 전용 재수 기숙학원에서 한 방을 쓰는 4명의 여학생들에 얽힌 이야기. 〈네 번째 층〉은 미혼모 민주(김서형)와 딸이 4층이 없는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벌어지는 공포스러운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베니스영화제에 초청된 단편영화 〈숨바꼭질〉로 유명세를 탄 권일순 감독이 연출했다. 마지막 〈죽음의 숲〉은 숲의 저주에 걸려 좀비로 변하고 서로 죽고 죽이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로 6월 초 이종혁과 소이현이 캐스팅된 바 있다.흥미로운 것은 소설의 원작자인 유일한 작가가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제작팀장의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 소싯적 공포소설 ‘팬덤’(Fandom) 현상의 중심에 있었던 그는 이제 정종훈, 김은경, 권일순, 김정민 등 신인감독과 배우들의 재기발랄한 역량을 담아내는 실험적인 매체로서의 TV영화의 가능성을 실천하고 있다. 방송을 시작으로 비디오, DVD 판매에 나설 예정이며 인디영화 전용관 등을 통해 반응이 좋으면 확대 상영도 진행할 계획이다. 영화 역시 대규모 극장 개봉에 대한 강박의식과 흥행에 대한 과한 부담을 덜어낸 덕에 더욱 과감하고 용감해졌다. 보다 자유로워진 카메라는 일상 곳곳에 묻어 있는, 당신도 느껴 봤거나 디테일해 더욱 새롭게 다가오는 공포의 흔적들을 담는다. 섬뜩한 포스터를 보라.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소규모 공포영화라고 해서 그 공포의 정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공포란 원래 낯설 때 가장 커지는 법이다.윤혜정·월간 보그(Vogue) 기자 kidult27@doosan.com개봉영화▶패스트&퓨리어스 도쿄 드리프트또 한번 멋진 튜닝카들의 스트리트 액션이 시작된다. 세계 4억5,000만달러 이상의 흥행수입을 올린 전편의 뒤를 이은 세번째 작품. 어머니와 함께 사는 고등학생 숀 보스웰은 속도광이다. 어디서나 레이스를 벌이는 그는 급기야 소년원에 갈 신세가 된다. 감옥행을 막기 위해 이혼한 아버지에게 보내지만 그는 그곳에서 드리프트(차의 속도와 방향 조절을 통해 코너를 도는 기술)의 세계를 다시 배우게 된다. 차가 등장한다는 점은 전작과 같지만 모두 드리프트라는 새로운 이슈에 초점을 맞췄으며 드리프트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촬영했다. 감독 저스틴 린. 출연 루카스 블랙, 바우 와우▶울트라바이올렛밀라 요보비치가 〈이퀼리브리엄〉의 커트 위머 감독과 호흡을 맞춘 액션영화. 21세기를 배경으로 한 지구, 늘 그렇듯 이곳은 더 이상 인간만의 세상이 아니다. 과학 권력자와 위협적인 돌연변이, 변해가는 지구와 싸워야 하는 여전사 이야기. 커트 위머 감독은 스턴트 코디네이터 마이크 스미스와 함께 아름다운 밀라 요보비치에게 리듬체조에 영감을 얻은 우아하고 강한 액션을 선물했다. 감독 커트 위머. 출연 밀라 요보비치, 카메론 브라이트▶사이렌여름을 맞아 선보이는 일본 공포영화 중 하나. 동생의 요양차 들어간 한 낯선 섬. 기괴한 철탑, 토착문화와 이국적인 문화가 공존하는 풍경 등 이상한 느낌이 든다. 옆집 여자는 이사를 도와주며 그녀를 안심시키지만 이상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이상한 것은 온 섬에 울려 퍼지는 사이렌 소리. 의문의 조각이 하나로 맞춰지는 순간, 다시 공포가 고개를 든다. 29년 전 끔찍한 사건과 맞닿아 있는 섬의 공포가 하나 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감독 쓰쓰미 유키히코. 출연 이치카와 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