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ㆍ포털ㆍ전자부품분야에서 선두질주…현지화 전략도 한몫

볼래넷, 온라인게임 시장 50% 장악자카르타 중심부에 있는 사이버빌딩. 이 빌딩 10층에 있는 IT업체 볼래넷 인도네시아에는 100여명의 인도네시아인들이 게임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현대문명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컴퓨터 앞에서 이슬람식 머리수건인 히잡을 쓴 여성들이 일하고 있다. 총인원 111명. 이중 한국인은 장호열 사장 등 4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현지인들이다.장사장이 2000년에 만든 이 회사는 인도네시아 온라인게임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이 분야 최대 업체다. 사업영역은 온라인게임을 비롯, 모바일서비스, 인터넷사업 등이다.이중 핵심은 팡야, 건바운드, 시안 등 온라인게임. 대부분 한국에서 만든 것이다. 이들 게임을 볼래게임이라는 통합브랜드로 서비스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인터넷 사용자수는 크게 늘고 있다. 2000년 200만명에서 지난해에는 1,600만명으로 5년 새 8배가 증가했다. 인터넷 이용자 중 e메일 사용자는 약 80%, 뉴스를 보는 사람은 약 70%, 포털 및 게임 이용자는 약 55%에 이른다. 이 밖에 비즈니스는 45%, 연구는 20%, 쇼핑은 7~8% 수준이다.인터넷 사용자의 증가에 따라 온라인게임도 활성화되고 있다. 2001년 50만명이던 온라인게임 이용자가 지난해에는 450만명으로 4년 새 9배 늘어났다. 또 인도네시아 주요 게임 가운데 볼래넷이 운영하는 팡야가 22%, 건바운드 17%, 시안이 11%를 차지하는 등 볼래게임이 50%를 점하고 있다.이 회사는 2000년 2월 최초의 인도네시아어 e메일계정인 볼래메일을 개설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또 현지에 인터넷 데이터센터를 공동 설립했고 이듬해 넥슨의 ‘바람의 나라’ 인도네시아어 버전으로 베타서비스를 시작했다. 2003년부터 인터넷게임 서비스에 본격 나서 2005년까지 연차적으로 라그하임, 건바운드, 거상, 팡야 등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울러 모바일 콘텐츠 보급에도 나서 현지 GSM사업자인 인도샛M3 및 최대 통신사인 텔콤셀과 제휴를 맺고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를 시작했다.포털사이트인 볼래닷컴은 넘버원 포털사이트이자 가장 인기 있는 커뮤니티 포털로 자리매김했다. 이 포털사이트는 블로그, 채팅, 영화감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이 회사가 인도네시아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앞선 서비스, 다양한 콘텐츠, 적극적인 마케팅에 힘입은 것이다. 이 회사는 게임대회와 음악공연 등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는 데 주력했고 이것이 젊은층에게 파고들었다. 문화는 다르지만 젊은이들의 취향은 한국과 비슷했던 것이다. 매출은 2004년 220만달러, 2005년에는 250만달러에 달했다. 장사장은 “지난 2003년부터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장사장은 “인도네시아의 온라인게임 등 인터넷 관련사업의 잠재력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인터넷 인프라 때문에 고객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우선은 한정된 인프라 안에서 젊은이들을 최대한 끌어들이는 게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또 “휴대전화 가입자가 올해 4,200만명, 내년에는 6,0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모바일게임이나 모바일 콘텐츠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장사장은 내다봤다.볼래넷의 총자본금은 497만달러로, 이중 코린도그룹의 콜라오디벨롭먼트가 35%, 장호열 사장이 29%의 지분을 갖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의 벤처캐피털인 AITI와 한국의 벤처캐피털인 일신창업투자 등이 투자했다. 이 회사가 이같이 성장하자 일본계 벤처캐피털이 투자 의사를 밝혀오기도 했다고 장사장은 소개했다.수리야, 철저한 현지화로 승승장구자카르타 부근 치카랑공단에 있는 수리야 멀틴도 인더스트리는 95년에 설립됐다. 삼성전자 수원의 VCR 공장에서 근무했던 천정운 사장(46)은 92년 충남 당진에 삼진전자를 설립한 뒤 95년 인도네시아에 현지법인을 세웠다. 인도네시아로 진출한 것은 인력난 때문이었다. 인도네시아 법인장은 천사장의 처남인 최경수씨(44)가 맡고 있다.현지화를 위해 당초 삼진이던 사명도 수리야 멀틴도 인더스트리라는 현지이름으로 바꿨다. 생산제품은 플라스틱사출물, 실리콘러버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리모콘, 텔레비전 프런트패널, DVD 전면커버 등이다. 공장부지는 3,115평, 건평 2,550평에 종업원은 632명을 두고 있다. 자본금은 200만달러다.매출은 2004년 1,069만달러, 2005년에는 1,216만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목표는 1,500만달러이며 납품처는 삼성전자가 75%, 현지 진출 외국계 전자업체(일본의 나카지마 알프스전자와 그리스계인 렉스, 프랑스계인 메코인도 등)가 25% 수준이다. ABS, PP, 나일론 등 원료는 현지업체나 한국업체로부터 공급받는다.수리야와 같은 공단에 있는 삼성전자 현지법인은 DVD, 컬러TV 등을 만들고 있는데 수리야는 삼성전자로부터 해마다 베스트벤더로 뽑혔다. 이 회사는 전자업체에 납품하는 플라스틱사출물뿐 아니라 간편하게 보온과 보냉이 되는 드링크용기도 아이디어 제품으로 개발해 스타벅스 등에 팔고 있다.이 회사의 성공요인은 첫째, 연구개발과 품질개선 활동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최고 품질을 위한 혁신활동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모든 제품을 인라인화하고 있다. 사출, 러버, 표면처리도 협력업체에 맡기지 않고 공장에 시설을 갖추고 직접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같이 모든 공정을 한 공장 안에서 처리하는 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외부환경 변화에 따른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이런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최법인장은 설명한다.이직률은 제로에 가깝다. 현지화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화를 위해 사명을 바꾼 것은 물론 야유회, 시상식 등 다채로운 행사를 벌이고 있다. 한국의 본사로 연수도 보낸다. 연간 10명씩, 1년간 연수를 시킨다. 한국으로 연수차 파견된 근로자들은 인도네시아 급여의 10배 가량을 받는다. 회사에 대해 고맙게 여기는 것은 물론이다.최법인장은 수리야의 경영전략에 대해 첫째, 전자제품용 플라스틱사출물과 실리콘러버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계획이라고 밝힌다. 특히 중국과 싸워 이길 힘을 키우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중국은 부품업체들이 많다. 또 부품업체들 입장에서는 바이어(완제품 메이커)가 많다. 완제품업체와 부품업체들이 다양하게 존재하다 보니 원재료를 공급하는 업체도 다양해 원재료를 대량으로 싸게 구매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이런 측면에선 약점이 있으나 대신 노동의 질이 우수하고 근로자들의 심성이 착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중국과 겨뤄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둘째, 인도네시아 내수시장에 적극 진출할 생각이다. 5월 말에는 오토바이용 리어박스(콘솔박스)를 출시했다. 리어박스는 개당 2만5,000원대인데 이는 인도네시아인들은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따라서 1만원대로 팔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 오토바이업체와 공동 마케팅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오토바이 보급대수는 3,500만대, 연간 신규 판매대수가 400만대에 이르는 큰 시장이다.최법인장은 “인도네시아에서 실패할 확률은 중국보다 훨씬 낮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업계의 경우 생존율이 99%에서 95%로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실패하는 업체는 대부분 한국의 경영 여건이 악화되니까 앞뒤 재지 않고 나왔다가 바이어를 확보하지 못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한편 천사장은 현지 생활의 적적함을 덜기 위해 8년 전부터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해 지금은 수준급 연주자가 됐으며 한국교민 30여명과 색소폰 동호회를 만들어 왕성한 음악활동도 하고 있다.nhkim@kbizweek.com·shoh@kosb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