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종 경제변수의 움직임은 역동적이다 못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코스피지수가 1,464를 달성, 사상 최고를 기록한 지 불과 한 달 남짓 만에 1,210대(6월15일 현재 1,219.40)로 추락하는가 하면, 콜금리는 최근 8개월 사이 연 1%나 올라 4.25%(6월8일 현재)가 됐다. 게다가 원/달러 환율은 5월 초 달러당 92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한 달여 만에 다시 960원대(6월15일 현재 959.5원)로 치솟았다. 전문가 전망이 무색하고, ‘대세’가 소용없는 혼란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문제는 일련의 움직임들이 적신호 성격을 띤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한국경제의 방향성이 혼란스러워지고 있다”면서 우려를 표했다. 지난해 1분기를 저점으로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여온 경기가 이대로 하강국면으로 돌아서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는 것이다.실제로 한국경제는 지난해 초부터 소비, 투자 등 내수회복과 수출의 선전에 힘입어 성장곡선을 그려왔다. 9월 추석 즈음엔 주식, 부동산을 필두로 대세 상승으로의 전환이 시작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불과 반년이 좀 지난 지금, 도처에 걱정 어린 시선이 가득하다.삼성경제연구소는 올 2분기 이후 원화강세, 고유가 등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어 경제 성장세는 상반기에 높고, 하반기로 갈수록 약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하반기 경제지표들이 상반기에 비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상고하저(上高下低) 형태를 띨 것으로 내다봤다. 6월 초 한국을 방문한 국제통화기금(IMF) 미션단 또한 고금리와 고유가를 들어 한국경제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물론 낙관론도 있다. 1분기 지표들의 부진은 일시적인 것으로, 2분기 이후 큰 하락은 없을 것이므로 연간 5% 이상의 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는 쪽이다. 이른바 소프트 패치(Soft Patch) 가능성이다. 하지만 이 목소리는 걱정 섞인 한숨에 묻혀 버렸다.개별 시장에서도 안개 속 장세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주식시장의 경우 주가급락 공포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100선마저 위태롭다’는 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온다. 연초 호기롭던 ‘지수 1,500 달성’ 외침은 온데간데없다.부동산시장도 잔뜩 움츠려 있기는 마찬가지다. 하반기 바로 현실화되는 세금 폭탄과 정부발 버블론 앞에서 거래 및 시세가 정지돼 있다. 버블세븐으로 꼽힌 강남구, 송파구 등지에선 연속 하락세도 감지된다. 최근 송파구에선 한달 전에 비해 1억~2억원 떨어진 급매물이 출시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속출하고 있는 지방 아파트시장은 침체를 넘어 ‘붕괴’ 수준으로까지 위험성이 확대된 상황이다. 여기에 금리인상까지 겹쳐 주택담보대출은 직격탄을 맞았다. 1억~2억원 대출을 끼고 집 장만을 한 이가 수두룩한 마당에 추가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생겼다.창업시장 역시 ‘반짝’ 경기 이후 다시 끝 모를 침체기에 들어섰다. 내수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정부지원 창업자금대출 신청이 늘어나고 신규 창업도 증가세를 보였지만 그나마 1분기 이후 주춤하다.비교적 희망적인 분야는 금리인상 이슈의 한복판에 선 금융계와 새롭게 뜨고 있는 미술품 경매시장 정도다. 대출 및 예금금리가 새롭게 조정되면서 금융계는 주식, 부동산으로 떠나간 자금들의 컴백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 두어 차례 추가 금리상승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 향후 시중자금의 재편 양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미술품 경매시장도 해외에서 한국작가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높은 수익성이 알려지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눈’ 밝은 이들은 이미 ‘아트테크’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게 김순응 K옥션 사장의 전언이다.그렇다면 재테크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주식과 부동산, 창업 분야에선 개미들의 ‘희망’을 어떻게 되찾을 것인가.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장기적·보수적 관점을 요구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신중하라는 이야기다. 리스크 관리와 포트폴리오 조정도 필수다. 자신의 자산상황을 냉정하게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과감한 구조조정까지도 단행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부동산 버블론과 같은 논쟁에 휩쓸릴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장 크게 부풀 세금 등 현실적인 문제 해결이 우선인 까닭이다.주식의 경우 매수보다 일단 지켜보라는 쪽이 우세하다. 본격적인 매수는 저점을 확인한 뒤라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4분기 제법 큰 폭의 반등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의견도 있다. 아직 실망하기에는 이르다는 조언이다. 공격주보다 방어주 위주로 포메이션을 짜라는 주문도 나왔다. IT관련주, 자동차, 증권, 인터넷 등은 하반기 유망종목으로 거론된다.부동산시장에서는 틈새를 찾아야 한다. 경기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적정 수준의 수익을 기대할 만한 종목을 찾는 게 우선이다. 전문가들은 재개발 지분, 신도시 신규 상가를 첫손에 꼽았다. 조금이라도 세금을 줄여야 한다면 ‘선택과 집중’을 명확히 해야 한다. 수요, 입지, 미래가치를 종합해 남길 것과 버릴 것을 골라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창업시장에선 수요가 탄탄하고 구매력이 왕성한 교육 관련 업종이나 어린이 관련 사업이 유망하다. 친숙한 이미지를 내세운 레트로(회귀) 아이템도 주목할 만하다. 소비 양극화 움직임은 업종 선택시 필수 고려사항이다.하반기 재테크시장은 때아닌 빙하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일단 지난해 하반기 기대됐던 대세상승의 행진은 ‘일단 멈춤’인 것으로 봐야 한다. 분야를 막론하고 당분간 안개 속을 헤맬 각오를 해야 한다.‘암중모색’이 중요한 때다. 어두운 시기를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다시 날이 갰을 때 승패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박은 불황기에 시작 된다’, ‘대중이 가는 뒤안길에 꽃길이 있다’, ‘시장을 거스르면 이길 수 없다’ 등 시중에 떠도는 투자격언부터 다시 곱씹어 볼 때다.sjpark@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