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변은 물론 역할극ㆍ장기자랑까지… 대형어학원 필수 아이템
영어스피치대회는 수요가 공급을 낳은 전형적인 케이스다. 수요가 증가한 데는 이른바 ‘국제화 조류’가 한몫 했다. 여기에 한국 특유의 교육열이 승수효과를 냈다. 유치원만 해도 영어수업이 정규 커리큘럼에 들어가 있다. 예비직장인에게는 능란한 영어스피치야말로 최고의 취업무기로 떠올랐다. 스피치대회를 비롯한 영어경시대회 입상은 입시당락을 결정짓는 변수로까지 부각됐다. 전국 곳곳에서 영어스피치대회가 경쟁적으로 개최되는 이유다. 일회성 프로그램부터 유관기관이 후원하는 정례대회까지 종류도 수없이 많다. 주최기관의 면면은 다양해졌다. 대학·외국계 기업은 물론 어학원·지자체·언론기관·공공단체까지 주최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영어스피치대회의 표현방법도 웅변형식의 획일성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요즘에는 역할극·장기자랑(춤·노래)까지 가능해졌다.당장 영어스피치 붐이 수익구조와 직결되는 어학원 쪽 반응이 뜨겁다. 대형 어학원의 경우 영어스피치대회 개최가 필수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하귀영 정철어학원 대리는 “입사시험에서 영어면접·프레젠테이션이 강조되면서 대부분의 어학원이 말하기 프로그램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라며 “영어스피치대회 개최가 수강생 모집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철어학원은 강사·학생이 팀(15개 팀)으로 참가하는 영어스피치대회를 6월10일 개최한다. 현재 예선을 치르는 중이다. YBM ECC는 ‘YBM 뉴스앵커 콘테스트’를 매년 열고 있다. 올해가 3회째다. 초중학생을 4개 그룹으로 나눠 영상리프팅과 뉴스원고 읽기 등을 진행한다. 각 부문 대상 수상자에게는 CNN 아시아본사·디즈니랜드 투어 기회를 제공한다.영어스피치대회 붐에 불을 댕긴 건 지자체다. 최근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오픈 중인 영어마을·영어캠프엔 ‘스피치대회’가 필수 프로그램으로 정착됐다. 영어마을의 성공사례로 거론되는 파주영어마을은 지난 5월11일 ‘제1회 경기도 영어스피치대회’를 개최했다. 초등부(448개), 중등부(125개), 고등부(101개)로 분리, 경합을 벌인 결과 30개 팀이 결승에 올랐다. 말하기와 역할극으로 나뉘었는데 심사위원들이 혀를 내두를 만큼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제1회 서울 영어스피치 콘테스트’를 열었다. 영어구사력과 발표력을 겸비한 경쟁력 있는 학생을 양성하기 위해서다. 단 영어권 국가에서 1년 이상 체류한 학생은 참가할 수 없다. 과천시는 지역 거주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영어스피치 경시대회’를 열고 있다. 지난해(4회)에는 500여명이 참석했다. 전남 광양시는 여성능력 증진을 위해 ‘여성 영어스피치 콘테스트’를 열고 있다.언론기관의 대회 개최도 인기다. 아리랑TV의 ‘어린이 영어스피치대회’가 대표적이다. 3회째인 올해는 신청자만 1,000여명을 웃돌았다. 강문승 아리랑TV 기획예산팀 차장은 “올해부터는 현장에서 미니인터뷰로 평소 실력까지 체크했는데 수준이 상당했다”며 “날이 갈수록 참가 열의가 높다”고 전했다. 결승은 TV로 방송되며 대상 수상자는 300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헤럴드미디어의 ‘전국 영어스피치 콘테스트’도 유명하다. 지난해 45회까지 치러진 국내 최고(最古) 영어스피치 대회다.공공기관 역시 영어스피치대회의 붐업에 기여한다. 국제절제협회는 지난 5월22일 ‘2006 전국 금연영어웅변대회’를 개최했다. 지난해까지 7회가 진행된 ‘금연웅변대회’를 올해부터 ‘영어웅변대회’로 바꿨다. 김훈 국제절제협회 과장은 “150석을 준비했는데 단체견학을 온 초등학생들이 발길을 돌릴 만큼 성황리에 끝났다”며 “학생들 원고라고 믿어지지 않는 수준 높은 영어실력에 감탄했다”고 밝혔다. 서울YWCA는 지난 2월 ‘제12회 어린이 영어스피치대회’를 열었다. 전현숙 서울YWCA 부장은 “영어에 자신감을 주려고 소박하게 출발했다”며 “신청자가 너무 많아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ysjeon@kbizweek.com© 한경매거진&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