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로펌인 김·장·리 법률사무소가 설립된 것은 1958년. 그후 반세기가 지났다. 현재 로펌수는 300개를 훌쩍 뛰어넘은 상태. 이 가운데 상당수가 사라질 운명이란 으스스한 전망이 대세다. 반면 경쟁력을 갖춘 선두 로펌들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로펌업계에 일고 있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가속도가 붙고 있기 때문이다.자타가 공인하는 로펌업계의 강자는 4~5개 정도다. 흔히 국내 4대 로펌, 5대 로펌 등으로 표현되는 곳들이다. 여기에 5~6곳을 더한 10대 로펌의 위력은 막강하다. 10위권 밖에서 10위 안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을 정도로 견고한 성곽을 쌓아올린 상태다.기업자문 전문가 즐비김&장은 부동의 1위 로펌이다. 규모나 실력 모두 최강의 진용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업자문에서 송무업무 등 어느 것 하나 처지는 분야가 없다는 것. 현재 국내 변호사 246명 등 410여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의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1973년 설립된 김&장의 성장을 이끈 주역은 설립자인 김영무 변호사와 장수길 변호사다. 서울대 법대 동기동창인 두 변호사는 주로 국제거래 등 기업자문 분야에서 활동하며 국내 로펌업계를 주도해오고 있다.김변호사는 64년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현재 사법연수원 격인 서울대 사법대학원을 졸업한 후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판검사의 길을 걷는 대신 한국의 국제화에 대비한 로펌을 만들기로 결심한 것. 김변호사는 70년 하버드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 73년 장변호사와 의기투합, 김&장을 설립했다. 그후 탁월한 경영능력과 리더십을 발휘해 김&장을 업계 선두로 올려놓은 견인차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장변호사는 63년 고등고시 사법과에 최연소로 합격한 수재다. 71년 서울대생 10여명이 연루된 ‘신민당사 농성사건’의 주심판사를 맡아 학생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해 화제를 모은 인물. 하지만 이 사건으로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하는 고초를 겪어야 했다. 73년 법복을 벗고 김&장을 설립한 후 소송과 중재분야에서 업적을 쌓아오고 있다.77년 김&장에 합류한 서울고등법원 판사 출신의 이재후 대표변호사도 김&장의 한 축이다. 주로 소송과 중재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성격이 온화해 따르는 후배들이 적잖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김&장에 이어 2위권 그룹을 이루는 로펌으로는 광장, 세종, 태평양, 화우를 들 수 있다. 기업자문과 송무 모두 김&장과 버금가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특히 어떤 분야에선 김&장을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광장은 변호사 162명과 변리사 55명 등 230여명의 전문인력을 보유한 대형 로펌이다. 30년 전인 77년 설립된 후 2001년 송무분야에서 이름이 높았던 한미와 합병하면서 기업자문과 송무업무의 균형 잡힌 진용을 갖춘 데 이어 지난해 국내 최고의 특허법률사무소인 제일특허사무소를 합병하며 지식재산권 분야에서도 돌올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특히 프로젝트 파이낸싱 분야에선 적수가 없다고 광장측은 강조한다.광장의 발전을 견인한 대표적 인물은 설립자인 이태희 대표변호사다. 소송이 변호사업무의 전부라고 인식되던 70년대에 국제거래업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하버드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LA지역의 유명 로펌인 그레이엄&제임스(Graham&James)에서 4년간 근무하며 쌓은 지식과 실무능력이 빛을 발한 것. 국제업무 경력이 많은 만큼 해외 유명인사와도 폭넓은 교류를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최근엔 중국사무소의 수석대표를 맡으며 여전히 활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이변호사의 업적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후배양성이다. 김재훈 광장 변호사는 “광장이 오랫동안 정상에 설 수 있었던 이유는 후배 변호사 양성에 남다른 애정을 보인 이태희 변호사의 공이 크다”며 “현재 광장은 2세대 변호사 위주로 완전한 세대교체를 이룬 상태”라고 설명했다.광장의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은 김병재 대표변호사와 윤용석 변호사다. 노무현 대통령과 사시 17회 동기인 김변호사는 광장에 ‘시스템 경영’을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지낸 만큼 송무업무에서 활약이 대단하다. 하이닉스가 제기한 대북송금 관련 청구 사건, 국민연금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500억원 규모의 이자 반환소송 등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됐던 사건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기업자문에선 윤용석 변호사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항공, 보험, 국제중재, 부동산, 건설 관련 업무에서 특히 이름이 높다. 송도국제도시 개발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외화유치와 파이낸스를 성공시킨 것으로 유명하다.지난 81년 합동법률사무소로 출발한 세종도 손꼽히는 강자다. 특히 ‘증권’과 관련한 분야에선 명실상부한 으뜸 로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국내 최초의 증권분야 법학박사가 다름 아닌 세종의 설립자인 신영무 변호사라는 사실과 관련이 깊다. 78년 미국 예일대학에서 증권법 관련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8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후 귀국해 국제금융, 국제거래, 해외증권 발행, 국내외 합작투자 등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능력을 인정받았다. 국내 증권거래법의 선진화를 주도한 인물로도 명성이 높다.신변호사를 빼놓고 세종을 말할 수는 없지만 정작 신변호사는 전혀 권위적이지 않은 리더라고 세종측은 강조한다. 오히려 민주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를 줄기차게 추진하고 있다는 것. 세종의 양계성 변호사는 “세종의 강점은 민주적인 조직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며 “대형 로펌 가운데 가장 선진적인 파트너십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세종은 2001년 열린합동법률사무소와 합치면서 송무분야에서도 강력한 힘을 확보했다. 소송에서 진 경험이 거의 없다는 자랑이다. 최근엔 사상 최대의 소송으로 불리는 삼성자동차 채권 환수소송을 수임하며 송무분야에서 위상을 확인받았다.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황상현 대표변호사는 세종이 자랑하는 파이터(Fighter)다. 97년 대통령 비자금 관련 형사소송, 한보 비리 형사소송, KT&G 제조물책임 소송 등 굵직굵직한 소송을 이끌었다. 쟁점을 놓치지 않는 꼼꼼함과 빼어난 변론진행, 팀을 이끄는 통솔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제통상분야에선 ‘정부간 통상 협상의 대가’로 통하는 김두식 변호사가 유명하다.태평양은 전통적으로 송무에서 두각을 보인 로펌이다. 이는 설립자인 김인섭 변호사가 서울지법 부장판사 출신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이종욱 대표변호사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냈다. 특히 김변호사는 판사시절 특허관련 소송 전문으로 명성을 날린 만큼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태평양의 위상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정훈 대표변호사도 손꼽히는 지식재산권 전문가다.그렇다고 태평양의 자문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시작은 송무였지만 영역을 기업자문으로 빠르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 금융부, 보험해상부, 기업구조조정부 등 19개의 전문부서를 두고 활발한 자문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121명의 국내 변호사, 26명의 외국변호사 15명의 변리사 등 200명에 육박하는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화우는 지난 3월 전통의 로펌인 김·신·유와 통합하면서 규모 면에서 단번에 국내 2위권으로 부상했다. 변호사 132명, 변리사 22명(특허법인 화우 소속 변리사 포함) 등 전문인력 면에서 기존 2위권 로펌 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화우는 2003년 윤호일 변호사가 이끌고 있던 우방과 노경래 변호사가 주도하고 있던 화백이 합쳐지면서 탄생했다. 당시 우방은 국제거래·M&A 등 기업자문에서, 화백은 송무에서 강점을 갖고 있어 양자의 합병은 적잖은 시너지효과를 낳았다는 평이다. 이어 김신유와 살림을 합치면서 지식재산권 분야도 크게 강화됐다.우방과 화우의 설립을 주도한 윤호일 대표변호사는 소문난 국제거래 전문가다. 70~80년대에 미국의 로펌에서 10여년이나 활동한 국제통이다. 송무업무는 판사 출신으로 화백을 설립한 노경래 고문변호사와 강보현 대표변호사, 대전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양삼승 대표변호사가 이끌고 있다.92년 우창록 법률사무소로 시작해 97년 윤세리, 강희철, 정영철, 한봉희 변호사가 합류하며 현재의 법인으로 새출발한 율촌은 기업자문 업무에서 뛰어난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 특히 조세, 공정거래 등에선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역량을 갖췄다는 평이다.율촌이 조세분야에서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설립자 중 한 명인 우창록 대표변호사의 역할이 지대했다. 현대그룹에 대한 1,000억원 상당의 법인세를 전액 취소시킨 바 있고 현대산업개발에 부과된 토지초과이득세 위반과 관련한 50여개의 소송을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또 외환위기 당시엔 SK증권과 JP모건간의 역외펀드 관련한 소송에서 SK증권을 대리해 JP모건의 화해요청을 유도하기도 했다.윤세리 변호사는 공정거래분야에서 율촌의 간판이다.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를 대리했고 최근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리얼네트워크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제기한 시장지위 남용 사건을 대리해 승소했다. 영국의 유력 법률지인 가 선정한 ‘2005 한국의 공정거래 전문변호사’다. M&A와 금융분야에선 강희철 변호사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제일은행 인수와 롯데쇼핑의 한국, 런던 동시 상장을 대리했다.바른은 지난해 국내 최초의 로펌인 김·장·리와 합치면서 화제를 뿌렸던 곳이다. 98년 설립된 후 전직 판검사 출신이 대거 합류, 송무전문 로펌으로 자리매김했지만 합병 이후 기업자문으로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아직까지 송무 전문가들이 수적으로 우세하지만 자문분야의 변호사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강남사무소의 경우 12명의 자문분야 변호사 가운데 7명이 올해 채용됐다.서울고등법원장을 지내고 지난해 합류한 김동건 대표변호사, 대전고등검찰청 검사장과 법무부 차관을 역임한 명노승 고문변호사, 서울고등법원 판사 출신의 강훈 총무변호사 등을 주축으로 구성돼 있다.고위 판검사 출신 송무분야 주도93년 황주명 변호사, 목근수 변호사, 박상일 변호사가 의기투합해 창립된 충정은 초기부터 기업자문과 금융증권, 송무해상 등에 역량을 집중했다. 그후 법무부 차관과 서울고검장을 역임한 서정신 변호사, 서울지법 부장판사 출신의 장용국 변호사, 서울지검장을 지낸 김진환 변호사 등이 합류하며 송무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고객에게 최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파트너’라는 모토를 걸고 있다.황주명 대표변호사는 국제소송, 독점규제, 조세, 노동 및 고용에서, KT민영화 및 기업지배구조 설정, 개선과 관련한 법률자문을 한 박상일 변호사는 기업인수합병과 정보통신에서, 목근수 변호사는 의료와 제약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검찰에서 27년이나 몸을 담은 김진환 대표변호사는 형사와 검찰팀을 이끌며 송무, 형사, 특허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장용국 대표변호사는 20여년의 판사 경력을 바탕으로 송무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91년 법무법인 삼정으로 출발한 케이씨엘(KCL)은 M&A, 금융, 세무, 기업구조조정 등 기업 관련 분야에서 입지를 쌓아왔다. 96년에는 삼정특허법률사무소와 합병하며 지식재산권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송무분야의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대전고검장 출신의 이건개 변호사, 서울고검 부장검사를 지낸 신건수 변호사, 대법관을 역임한 유지담 변호사 등이 합류한 상태다.설립자 중 한 명인 최원현 변호사는 M&A와 구조조정분야의 전문가다. 주택은행과 국민은행 합병, 두산그룹의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인수, KTB컨소시엄의 현대큐리텔 인수 등을 대리했다. 고객에 대한 일상적인 서비스(day-to day operation)를 정착시켜 고객과 안정적 관계 유지를 위한 초석을 닦았다는 평이다. 국내 최고 수준의 지식재산권 전문가로 통하는 김영철 변호사와 금융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임희택 변호사가 창립멤버다.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몸담아 유명세를 치른 지평은 2000년 설립된 후발 로펌이지만 단기간에 메이저 로펌으로 뛰어올라 주목받는 곳이다. 올해 10여명의 변호사를 신규 영입하는 등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평의 신승수 변호사는 “강한 파트너십에 기반한 합리적인 수익배분과 업무방식이 성장의 밑거름”이라고 말했다.지평의 창립을 주도한 양영태 대표변호사는 세종 출신으로 증권금융, M&A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창립 후 지평의 주요한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며 지평의 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해상보험법의 권위자로 알려진 심재두 대표변호사, 소송팀을 이끌고 있는 임성택 변호사,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역임한 이홍철 변호사도 지평의 핵심인물들이다.hj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