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밖으로 뻗어나가야 산다.”로펌 광장은 지난해 9월 베이징에서 중국사무소 개소식을 열었다. 개소식을 첫출발 삼아 중국진출에 본격 시동을 건 것. 중국진출을 위해 광장은 지난 2001년부터 별도의 중국팀을 꾸려왔다. 중국사무소 개소를 앞두고 조선족 변호사를 채용, 2년여간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광장의 중국팀은 그동안 신세계 이마트의 상하이 진출을 위한 합작투자, SK네트웍스의 베이징과 상하이 진출 등 국내기업의 중국시장 개척에 적극 참여해왔다. 이밖에도 대한항공의 기내식공급합작회사 설립 법률자문과 국내 벤처기업의 지상파 DMB 사업 중국진출도 지원하고 있다. 중국기업의 의뢰를 받아 한·중 기업간 인수합병이나 분쟁사건도 맡았다.이처럼 최근 들어 국내 로펌의 해외진출이 부쩍 늘었다. 광장처럼 해외에 현지사무소를 열기도 하고, 외국로펌과 제휴해 인적교류를 하기도 한다. 국내 로펌이 국경을 넘나들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먼저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해외로펌과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해외진출로 글로벌 감각을 기르며, 시장개방을 사전 준비하겠다는 취지다.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한 국내기업들의 급증도 로펌의 해외진출을 부추겼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국내기업은 국내 로펌의 업그레이드된 경쟁력을 기대한다. 역으로 한국시장에 들어오려는 외국기업에 법률자문을 해주기도 한다.해외시장 가운데서도 중국은 이미 국내 로펌의 경쟁무대가 됐다. 그밖에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일본으로 눈길을 돌리는 로펌 또한 등장했다. 중국진출 1호 로펌은 대륙이다. 대륙은 국제금융도시로 솟아오른 상하이에서 2003년부터 금융과 증권 관련 서비스에 나섰다. 또 태평양의 베이징사무소는 중국진출 1년 만에 롯데와 효성그룹, LG전자의 현지 사업 인수 등 M&A를 맡았다. 앞으로는 중국기업의 한국 증시상장도 자문할 예정이다. 세종 또한 지난 1월에 중국 베이징 사무소를 열었다. 세종은 일본과 홍콩으로도 뻗어나가려고 기회를 노리고 있다.또 굿모닝코리아는 칭다오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평은 올 상반기 중 상하이에 중국 사무소를 마련할 계획이다. 그밖에 서정은 지난해 말 일본 도쿄의 한 특허전문 잡지에 광고를 내기도 했다. 일본인 고객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서정의 김병옥 변호사는 “일본전담팀을 구성하고 있는 단계”라며 “일본에 사무소를 열 계획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로고스는 베트남 진출이라는 청사진을 그렸다.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겨가는 국내기업이 늘어서다.해외사무소 개설까지는 아니지만 해외로펌과 교류하는 법무법인도 적잖다. 신우는 지난해 여름 미국 로펌에 소속변호사를 보냈다. 미국에서는 엔터테인먼트와 IT분야에 대한 교육이 진행됐다. 아울러 한결은 중국의 중륜금통율사사무소와 업무제휴를 맺고 삼성전자, 삼성코닝의 중국진출을 자문했다. 한결은 글로벌 로펌네트워크(TAGLaw)의 한국 멤버 로펌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이 같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결은 해외영업을 하려는 국내 중소벤처기업에 법률 강연과 자문을 해왔다.또 다른 움직임을 살펴보면 외국인 변호사를 채용하는 로펌이 증가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국적을 가진 해외변호사는 201명이었다. 로펌 등 법률사무소에 169명, 기업체에 32명으로, 대다수는 법률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에는 외국인 변호사도 있지만 교포2세 변호사도 많다. 이들 외국국적 변호사 가운데 외국 대형 로펌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의 영어 등 어학실력은 당연히 뛰어날 수밖에 없다. 국내 로펌은 이들 외국국적 변호사를 해외진출 발판으로 삼고 있다.광장의 임성우 변호사는 “국내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에 법률 도움을 주고, 해외기업의 국내진출과 투자를 법률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중국사무소를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 비즈니스를 확대하려는 국내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법률지원을 받으려는 국내기업의 수요가 자연스럽게 늘어 로펌의 해외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jenny@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