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제약업체에 입사한 K씨(27)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구직을 포기한 상태였다. 2004년에 서울 중상위권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한 K씨는 평소 리더십이 있고 유머감각이 뛰어나 학과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하는 적극적인 학생이었지만 토익성적이나 학점 등 소위 스펙이 부족해 감히 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넣어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하지만 올 들어 단순히 학과 성적만 뛰어난 인재보다 다양한 경험이나 인성 등을 갖춘 이른바 ‘잡초형 인재’를 찾는 기업이 부쩍 늘면서 K씨에게도 희망이 생겼다. 아예 입사지원 단계에서부터 영어점수로 자격제한을 뒀던 예전과 달리 열린 채용 방식을 채택한 기업이 늘어 K씨는 예전 같으면 생각도 못했을 법한 대기업에 용기를 내 지원했고 결국 국내 10대 제약회사로 손꼽히는 업체에 당당히 합격했다.올해 채용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특징 중 하나는 기업들의 인재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온라인 리크루팅업체 잡코리아가 지난 2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매출액 순위 상위 100대 기업 중 65개사를 대상으로 ‘2006년 신규인력 채용시스템’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기업 27.7%(18개사)가 ‘올해 채용방식 중 바뀌는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특히 채용방식 중 바뀌는 부분이 있다고 밝힌 기업을 대상으로 ‘변화된 채용방식’(복수응답 허용)에 대해 조사한 결과 ‘면접제도 강화’(83.3%)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대기업들이 지원자들의 역량을 면밀히 평가하고 조직문화에 맞는 적합한 인재를 찾아내기 위해 면접제도와 절차를 강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다.올해 초 취업인사 전문포털인 인크루트가 429개 상장사와 60개 공기업 등 489개사를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유사한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신입사원 채용 때 지원자격에 연령·학력 등 제한규정을 두지 않거나 완화했다고 밝힌 기업이 모두 172개사로 전체의 35.2%에 달했다.이처럼 많은 기업이 예전과 다른 인재 기준을 채용시스템에 적용하고 하고 있는 배경으로는 우선 최근 몇 년 사이 이직률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인크루트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입사 후 1년이 경과되지 않은 신입사원의 평균 퇴사율이 무려 29.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스펙이 좋은 지원자일수록 퇴사율이 높은 반면, 인성이 좋은 신입사원이 오히려 실무에서는 더 나은 성과를 거두는 일이 많아졌다는 게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말이다.특히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처럼 구직난이 계속되는 현실 속에서도 인재이탈 비율 높아지고 있어 채용단계에서부터 인력관리를 제대로 하는 기업이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병권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과거에 인재라고 하면 ‘정직, 성실’을 중요한 소양으로 여겼지만 이제 그것만으로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나가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면서 “따라서 많은 기업이 강하고 똑똑하면서도 근성 있는, 한마디로 도전정신을 갖춘 인재를 찾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특히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인재를 원한다고 채용단계에서 공표할 경우 이것이 기업의 새로운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어줘 잠재적인 핵심인재를 모집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결국 기업의 채용시스템과 인재상이 이같이 달라짐에 따라 구직자들의 취업전략도 달라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김기태 커리어 대표는 “많은 기업이 학력 등 수치로 포장된 인재를 선호한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직무능력 중심의 인재를 선호한다”면서 “지원자들은 도서관에서 공부만 하는 취업준비에 매달리기보다 발로 뛰는 경험을 통해 당장 실무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인재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