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무교동 서울파이낸스센터오전 8시, 외국계 기업 한국지사장 A씨의 자동차가 1층 로비 앞에 미끄러지듯 선다. 재빨리 문을 열어주는 흰 장갑의 손길. 검정색 제복차림의 도어맨이다. A씨는 그를 향해 활짝 웃고, 도어맨은 45도 정중한 인사로 답한다.사무실에 도착한 A씨에게 비서가 작은 봉투 하나를 전한다. ‘서울파이낸스센터 입주사 CEO 골프대회’ 초청장. A씨는 지난해에도 이 행사에 참여했었다. 모르고 지내던 몇몇 CEO와 인사를 나누고 소원했던 이들과는 반가운 재회를 해 무척 유익했었다. 당연히 올해도 참석할 작정이다.하루 업무를 마치고 퇴근을 준비하는 A씨. 갑자기 창가 쪽 조명이 깜박거리는 게 눈에 띈다. 비서를 부를까 하다 문득 노트북 즐겨찾기의 ‘예스KAA’ 메뉴를 클릭한다. ‘창 조명 교체 바람’이라는 간단한 메시지를 남긴다.잠시 후, 엘리베이터 안의 A씨에게 문자메시지가 도착한다. ‘15분 내 처리 가능’이라는 내용. 15분 후 다시 ‘처리 완료’ 메시지가 뜬다. ‘정확하네…’ A씨가 싱긋 웃으며 혼잣말을 한다.#2. 부천 중동 로담코프라자한 달 전 작은 패션소품 매장을 오픈한 B씨는 요즘 기분이 아주 좋다. 한 달 동안 오픈 준비를 하면서 철저히 준비한 덕에 매출이 예상외로 빠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두 달 전 B씨는 의류대리점을 하다 실패한 상태에서 로담코프라자를 찾았었다. 남은 돈으로 보세의류전문점이나 할 생각으로 임대매니저를 만났다. 하지만 매니저는 고개를 저었다. B씨의 생각대로 한다면 다시 망할 수밖에 없다는 가혹한 말이었다. 매니저의 반응에 화가 치밀었다.다음날, 매니저가 다시 연락해 왔다. “원하는 점포 위치에 적합한 아이템을 몇 개 골랐으니 다시 의논해 보자”는 이야기였다. 이때부터 B씨는 상권분석, 인테리어, 마케팅 등에 자문을 받으면서 창업을 준비했다. 화가 났던 얼굴도 점점 밝게 바뀌었다.오픈 후에도 B씨는 매니저에게 ‘시달리고’ 있다. 고객응대부터 상품진열방법, 주력상품 선정, 프랜차이즈 지원 협상 등 거의 모든 부분에 걸쳐 컨설팅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B씨는 이제 많이 시달릴수록 약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코리아애셋어드바이저스(KAA)가 관리·운영하는 서울파이낸스센터와 부천 중동 로담코프라자 입주자의 생활을 재구성한 내용이다. 단면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빌딩과는 적잖은 차이가 있다.서울파이낸스센터의 경우 호텔도 아닌데 도어맨이 있는 것이나, 입주사 CEO끼리 친목 골프를 치는 게 예사롭지 않다. 게다가 이 빌딩 로비에는 휴대용 탐지기를 든 경호원이 상주하고 있다.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불편 불만을 단시간에 해결하고 결과를 휴대전화와 e메일로 통보하는 것도 남다르다.로담코프라자도 마찬가지. 백화점이 아닌 쇼핑몰치고 임차상인에게 이처럼 일관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임차료를 높여도 문제가 거의 없는 것 역시 드문 현상이다.곽창섭 KAA 상무는 이를 두고 ‘자산관리 서비스의 파워’라고 말한다. 그는 “좋은 빌딩, 일하고 싶은 빌딩을 만들어 고유의 부동산 가치를 극대화하는 게 자산관리의 핵심”이라면서 “입주자에 대한 서비스는 기본인 셈”이라고 말했다. 공실률을 낮춰 수익을 높이고 빌딩 가치까지 끌어 올리려면 빌딩을 구성하는 임차인에 대한 서비스부터 신경 써야 한다는 이야기다.이렇듯 부동산 자산관리시장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대형 빌딩뿐만 아니라 개인 소유의 중소형 빌딩, 상가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임차인 관리 서비스는 다양한 형태로 발전 중이다. 건물주를 대신해 임차인을 확보 관리하고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 결국 건물주의 자산가치를 높이는 게 자산관리의 골자다.99년 이전까지만 해도 빌딩관리는 청소나 시설관리 용역의 개념인 FM(Facility Management)이 통용됐지만 이제는 자산관리(PM·Property Management)로 개념 자체가 바뀌었다. 넓은 의미로 AM(Asset Management)으로 보기도 한다.이런 변화는 외환위기 이후 뚜렷해졌다. 외국자본이 부동산 투자에 나서고 리츠, 부동산펀드 등 간접투자상품이 등장하면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자산관리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피스빌딩 공급량이 늘면서 시장이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자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임차인을 위한 패키지가 만들어지고 각종 지원 프로그램도 생겨났다.스타타워 등 대형 물량이 공급되면서부터는 ‘임차인 모셔오기’ 전략까지 등장했다. 빌딩의 얼굴이 될 ‘브랜드’, 즉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를 직접 찾아다니기에 이른 것이다.이런 긴장감은 요즘도 여전하다. ‘모셔오기’만큼 이미 확보한 임차인을 놓치지 않기 위한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최근의 자산관리 서비스는 소프트하고 고급스러운 점을 강조하는 경향이다. 특히 불만사항 수집과 해결, 일상 편의 서비스 제공 등 ‘테넌트 관계 관리’가 중시되고 있다. 또 리츠나 부동산펀드의 등장으로 ‘운영수익’이 화두로 떠올랐다. 매각시 가치만큼이나 지속적인 임대료 수익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당분간 자산관리 전문업계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INTERVIEW 전경돈 부천 로담코프라자 점장‘리테일 분야, 핵심 자산관리 대상’“리테일 분야는 오피스빌딩과는 완전히 다른 시장입니다. 훨씬 세밀하고 복잡하죠. 로담코프라자가 쇼핑몰 자산관리 서비스의 모범사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지난해 5월, 전경돈 점장이 부천 중동 로담코프라자에 부임했을 때 쇼핑몰은 ‘폐점 직전’ 분위기였다. 임차인 40여명이 쇼핑몰측과 민형사 소송 중이었고 층마다 공실률이 하늘을 찔렀다. 가장 큰 문제는 쇼핑몰 어디에서도 활기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것. 전점장 역시 “기가 막혀 말이 안나왔을 정도”였다.하지만 채 1년이 안돼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현재 로담코프라자는 현대백화점 중동점, CGV가 입점한 종합 쇼핑몰로 부천, 부평지역 주민들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최근 임차인을 대상으로 한 계약 갱신에서 임대료를 평균 20~30% 높여도 별 반발이 없었을 정도다.전점장은 원래 BHP코리아와 KAA에서 대형 빌딩 매매 및 자산관리를 담당했다. 다국적 부동산 기업인 ING리얼에스테이트가 로담코프라자에 투자한 후 한국시장 적응에 애를 먹자 구원투수로 전점장을 영입했다.부임 후 그는 ‘하나의 색깔’에 주목했다. 115개 입점업체와 매니저, 마케팅 담당자들이 하나로 뭉쳐 ‘가족 오감만족 공간’으로 컨셉을 통일했다. 이와 함께 업종의 선택과 집중, 위치 재배열 등을 통해 동선을 조정했다. 덕분에 2년 동안 공실에 허덕이던 쇼핑몰은 97%까지 임대율이 올라갔다.전점장은 로담코프라자를 통해 리테일 분야에도 자산관리 서비스가 폭넓게 접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많은 투자자들이 쇼핑몰에 대해 스터디하기 시작했다”면서 “빌딩에 이어 리테일 분야가 핵심 자산관리 대상으로 떠오를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