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시대가 활짝 열렸다. 지난해 12월1일 세계 최초의 지상파 DMB서비스가 화려한 막을 올린 데 이어 빠르게 수요가 늘고 있다. 어디에 있든, 멈춰 있든 고속으로 이동하든 고화질의 TV를 시청할 수 있게 됐다. 축구경기를 보기 위해 TV가 있는 곳으로 줄달음할 필요가 사라지게 된 것. 종전에도 위성을 활용한 DMB서비스가 실시되고 있었으니 한국은 명실상부한 DMB의 종주국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지상파 DMB가 주목받는 것은 이전의 방송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동을 하면서 TV를 볼 수 있다는 것은 기본에 불과하다. 시속 200㎞로 이동해도 방송이 끊어지지 않는다. 자동차, 지하철 속에서도 TV를 시청할 수 있는 것이다. 화질도 뛰어나다. 7인치 이하의 화면에서 선명한 고품질 화면을 제공한다. 음질은 CD 수준이다.데이터방송이 가능한 것도 DMB의 장점이다. 실시간 교통정보, 뉴스, 경제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또 방송 중인 프로그램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볼 수도 있다. 음악 프로그램의 경우 노래하는 가수의 이름이나 가사, 장르를 확인할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이 가수의 앨범을 방송 중에 구매할 수도 있다. 흔히 말하는 T커머스가 가능한 것이다. 6개의 TV방송, 18개의 오디오방송, 6개의 데이터방송이 가능하다.지상파 DMB 이전에도 위성 DMB가 이미 상용화되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지상파 DMB에 더욱 주목한다. 시장의 크기가 위성 DMB에 비해 월등히 크기 때문이다. 위성 DMB가 요금을 내야 볼 수 있는 데 반해 지상파 DMB는 무료이므로 이용자수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지상파 DMB 기능이 장착된 휴대전화나 휴대용 멀티미디어 재생기(PMP), 내비게이션 등 단말기만 구입하면 무제한으로 지상파 DMB를 시청할 수 있다.한국형 지상파 DMB는 세계적인 관심사이기도 하다. 지난해 6월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인 ETSI의 표준으로 공식 선정된 데 이어 오는 6월에는 국제전기통신연합인 ITU의 표준으로 채택될 예정이다. 이미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의 일부 국가들은 한국형 지상파 DMB 기술로 DMB 시범방송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형 지상파 DMB 기술이 DVB-H나 미디어플로(MediaFLO) 등 경쟁기술을 따돌린 것이다.무엇보다 한국형 표준의 기술적 장점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경이다. 우선 비용이 저렴하다. 한국형 지상파 DMB는 유럽의 디지털오디오방송(DAB) 방식인 유레카(Eureka)-147에 동영상 재생기술인 MPEG를 더한 기술이기 때문에 기존의 DAB망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망구축에 드는 비용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는 것이다.주파수 확보에도 유리하다. 세계적으로 주파수는 매우 희귀한 자원이다. 통신과 방송의 발전으로 새로운 매체가 생겨나면서 대부분의 국가들이 주파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한국형 지상파는 유럽의 DAB 표준을 발전시켰기 때문에 DAB서비스를 하고 있는 유럽국가들은 별도의 주파수를 확보할 필요가 없다. 주파수 블록 단위가 작아 설혹 DAB를 하고 있지 않더라도 가용 주파수를 쉽게 찾을 수 있다.단말기 기술도 상당히 향상된 상태다. 무엇보다 전력소비량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칩셋을 개발해 사용시간을 늘린 게 해외의 눈길을 끌었다. 휴대용 방송기기의 최대 골칫거리인 배터리 문제를 상당부분 덜어낸 것이다. 이미 국내 단말기업체들은 유럽시장을 겨냥한 제품들의 개발을 마치고 시장이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다.해외 방송 관계자들의 눈도장까지 확실하게 찍어놓은 마당이니 예상되는 경제적 효과가 엄청나다. 2005~2010년까지 6년간 DMB서비스 및 장비산업으로 인한 생산유발 효과가 12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내다봤다. 또 고용유발 효과는 연인원 8만8,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지상파 DMB시장은 향후 5~6년 동안 무서운 기세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선 이용자수가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ETRI에 따르면 지상파 DMB 이용자는 올해 145만명 정도에 그칠 전망이지만 연간 190%씩 증가해 5년 후인 2010년에는 1,026만명으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이용자 증가에 따라 관련업계의 시장규모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지상파 DMB를 서비스하는 방송사업자의 주수익원인 광고매출이 급성장할 전망이다. ETRI는 지상파 DMB 광고시장이 올해 578억원에서 2010년에는 6,822억원으로 12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단말기시장의 규모는 더 크다. 위성 DMB용 단말기를 포함해 올해 2,989억원에서 2010년에는 1조3,633억원에 이를 것으로 ETRI는 내다봤다.수출액도 가파른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DMB기능이 장착된 휴대전화 수출액이 2006년 5억7,100만달러에서 2009년 100억달러를 넘어서고 2010년에는 139억4,900만달러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내비게이션, PMP 등의 단말기를 더하면 수출액은 더 불어난다. 지상파 DMB가 새로운 주력 수출제품으로 등장할 것이란 예상이 과장이 아닌 셈이다.떠오르는 시장을 잡기 위한 업계의 경쟁은 열을 더해가고 있다. 방송사업자들은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데 힘을 기울이고 단말기업체들은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지상파 DMB의 방송사업자는 모두 6곳이다. KBS, MBC, SBS, YTN DMB, 한국DMB, U1미디어가 그들이다. DMB를 시청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콘텐츠를 제공하는 주체들이다. 수익모델은 광고료다. 이용자가 늘수록 광고수입이 증가할 것은 기정사실. 사업자들은 더 많은 이용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인프라와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다만 현재의 인프라와 콘텐츠는 이용자 입장에서 불만스러운 상태다. 우선 음영지역으로 불리는 난시청지역이 많다. 방송국에서 보낸 방송신호를 이용자들의 단말기로 전송시켜 주는 중계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용자들이 DMB를 가장 많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하철에선 전혀 방송을 볼 수 없는 상황이다.이에 따라 방송사업자들은 중계망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지상에 10여개의 간이중계기(DMBR·DMB Repeater)를 설치해 지상의 음영지역을 해소할 계획이다. 지상파 DMB 6개 사업자들은 오는 5월까지 용인, 안성, 만월 등 6개 지역에 DMBR를 세우는 한편 음영지역해소전담반을 구성해 음영지역을 지속적으로 감소시킬 방침이다.지하철 구간에 대한 투자에도 나선다. 단말기 제조업체들과 제휴를 맺어 수도권의 지하철에 중계기를 설치해 나갈 예정이다. 이용자수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6월 독일월드컵 이전에 서울지하철 8개 노선과 분당선, 과천선, 일산선 등 수도권의 모든 지하철 구간에 중계기를 설치할 방침이다. 인천선의 경우엔 이미 중계기가 설치된 상태로 지난 3월28일 개통식을 가졌다.단말기업체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상파 DMB 기능이 장착된 휴대전화, PMP, 내비게이션, 노트북, PDA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미 수십종의 제품이 나온 상태이며 더욱 다양한 종류의 제품이 나올 전망이다.경쟁이 가장 뜨거운 곳은 휴대전화 시장이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주요 휴대전화업체들이 DMB폰을 내놓고 있다. 비록 일반 휴대전화에 비해 10만~20만원 정도 비싸긴 하지만 고성능 제품에 대한 소비자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고가제품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데다 보조금제도가 부활했기 때문에 판매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ETRI에 따르면 여러 지상파 DMB 단말기 중에 휴대전화형 단말기가 전체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점쳐진다.DMB폰 시장은 올해 한층 성장할 전망이다. 그동안 DMB폰을 판매하는 업체는 KTF와 LG텔레콤뿐이었지만 올해부터는 SK텔레콤도 DMB폰 유통에 나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시장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는 SK텔레콤이 판매에 나설 경우 DMB폰 시장이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PMP업체들도 DMB기능을 장착한 제품들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PMP시장은 약 10만대 규모였지만 올 들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월 2만대 이상씩 판매되고 있는데 이 상태라면 올해 27만대 가량이 판매될 전망이다. 하지만 성장속도를 감안하면 60만대 판매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기대다. 특히 올해는 독일월드컵이 열릴 예정이어서 DMB기능이 장착된 PMP가 기대 이상으로 판매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실제로 한 쇼핑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인기 PMP제품의 상당수가 DMB 기능이 장착된 제품들이었다. 대부분 외장형 DMB수신기를 장착한 제품들이지만 수신장치를 내장한 일체형 제품들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내장형 제품들은 외장형 제품에 비해 휴대성이 좋고 화질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어 기대를 모은다.대기업들의 시장진출도 시장전망을 밝게 한다. 삼성전자, SK C&C 등 대기업들이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초기시장을 지켜온 중소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선 대기업의 진출은 위협적인 요소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막강한 자본과 조직력을 발휘하면 전체 시장규모가 확대될 것이 틀림없기 때문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내비게이션, 노트북업체들도 DMB시장 진출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파인디지털, 현대오토넷 등 내비게이션업체들이 지상파 DMB 내비게이션을 이미 내놓았고 LG전자도 지상파 DMB 기능을 장착한 노트북과 PDA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지상파 DMB는 머지않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전국 어디에서나 지상파 DMB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지상파 DMB를 볼 수 있는 지역은 수도권에 제한된다. 위성 DMB가 전국에 동일한 수준의 방송서비스를 하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방송위원회가 최근 비수도권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사업자 선정에 나서면서 비수도권 지상파 DMB 사업이 본궤도에 들어섰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관련 인프라가 확충되면 이용자가 급증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