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인해 세계의 선도회사들이 아시아에서 성공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평균 성장속도는 2000~2005년 평균 GDP 기준으로 3.6%로 유럽의 2%, 북미 2.8%, 남미의 2.4%와 비교해 볼 때 전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임에 틀림없다. 중국과 인도의 인구만으로도 전세계 잠재소비자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서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까다로운 시장성향 등도 기업 입장에서는 큰 메리트다. 최근 아시아기업들이 아시아시장 공략을 가속화하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깊다.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경험을 통해 아시아시장이 사실 단일시장이 아니며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배웠다. 예를 들어 리바이스 스트라우스(Levis Strauss & Co)의 존 앤더슨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장은 “우리가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아시아 각국간의 차이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결국 하나의 사업모델을 아태지역 전체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이다”고 말했다. (〈Far Eastern Economic Review〉 2004년 3월18일자 기사)네슬레, 코카콜라, 심지어 P&G와 같이 세계적인 브랜드로 확고한 위치를 자리매김한 기업들도 아시아에서는 지역에 따라 ‘맞춤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네슬레는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춘 100여종의 아이스크림을 개발했으며, 코카콜라는 특별히 싱가포르 시장을 겨냥, 쿠(Qoo)를 출시해 여러 아시아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하지만 이처럼 많은 회사들이 아시아시장에서 맞춤식 제품과 마케팅 전략을 취하려고 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소비자들의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간과하고 있다. 바로 원산지 효과(Country of Origin)다. 원산지 효과는 ‘어떤 국가에 대한 과거의 인식을 토대로 소비자들이 해당 국가의 제품에 대해 형성하는 전반적인 인식’으로 정의되며, 이런 인식은 아시아에서도 특정 제품에 대한 고객의 태도와 행동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런 원산지 효과는 현재까지는 대부분 서양국가 대비 아시아국가라는 구도에서 이해돼 왔다(예를 들어 저가 중국제품, 기술적으로 진보한 일본제품 등). 하지만 아시아시장은 종교, 민족, 언어, 경제, 문화 등 여러 측면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이질적이며 이런 점들이 각 아시아국가의 소비자들이 서로의 제품을 바라보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아시아 브랜드에 대한 아시아 소비자들의 태도를 파악하고자 맥킨지 아태지역 마케팅 전문그룹(McKinsey Asia Pacific Marketing Practice)에서는 아시아 4개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중국, 일본, 베트남, 말레이시아에서 실시됐으며 자동차, 휴대전화같이 소비자들의 관여도가 높은 제품부터 포장국수에 이르기까지 관여도가 낮은 10개 상품들을 대상으로 제품의 원산지 효과를 살펴봤다.맥킨지 소비자조사에 따르면 대체적으로 아시아 소비자들에게 원산지 신뢰를 얻고 있는 아시아국가는 일본, 한국, 홍콩 등 소수에 불과하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전지역에서 일본제품이 가장 신뢰받는 제품으로 인정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제품은 TV, 휴대전화, 자동차와 같은 고가 제품군에서 일본과 견줄 수 있는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포장국수 및 의류와 같은 제품군에서는 한국과 홍콩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사실이다.그러나 개별시장을 보다 세밀히 관찰하면 이렇게 일괄적인 ‘메이드 인’(Made in) 효과를 규정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외국상품에 대해 보인 수용도는 국가별로 다르다. 다양한 문화가 모인 말레이시아의 소비자들은 외국제품 구매에 가장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소비자의 3분의 1 정도가 질문받은 외국제품들 중 40%에 대한 구매의향을 보인 반면, 일본과 중국 소비자들은 각각 18%, 17%만이 동일한 수준의 구매의향을 나타냈을 뿐이다. 또한 베트남 소비자들은 외국제품 구매를 가장 꺼리는 것으로 조사됐다.중국에서는 어디서 만들어졌는가는 특히 민감한 문제다. 중국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매할 때 원산지를 특히 중시하고 있다.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이라는 점은 유일하게 중국시장에서만 부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비록 중국인들은 일본의 전반적인 제품이미지를 매우 높이 평가했으나 구체적으로 일본제품에 대한 선호도는 홍콩과 한국에 이어 3위에 불과했다.‘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는 중국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제품은 최신 유행을 주도하는 첨단 이미지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좋은 품질로 인식돼 한국 휴대전화에 대한 선호도(70%)는 일본제품에 대한 선호도(40%)보다 훨씬 앞서고 있다.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는 말레이시아에서는 제품사용 측면에서 실험시장이 되고 있다. 이 시장의 큰 차이점은 말레이시아인들은 전품목에 걸쳐 외국제품에 대해 매우 개방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으며 동시에 한국에 대한 관심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특정 국가의 우위가 덜 두드러지는 편이다. 예를 들어 일본이 고가품 시장에서는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으나 자동차, TV, 휴대전화에서는 한국이 아시아 평균보다 더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가장 선호되는 한국제품인 자동차의 경우도 일본에는 뒤지지만 절대적 선호도는 다른 시장에 비해 26%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베트남의 경우 시장이 성숙되지 않아 여러 제품에 대한 고객의 니즈가 높지 않다. 외국제품뿐 아니라 심지어 자국제품에 대한 구매의사도 매우 낮게 나타났다. 예를 들어 가장 신뢰를 받는 일본제품의 경우 전반적 고려율이 27%로 말레이시아의 55%에 비해 상당히 낮으며, 자국제품에 대한 평균 고려율은 40% 미만으로 90%에 이르는 다른 국가들보다 현저히 낮다. 그러나 유독 일본 TV에 대한 선호도(92%)만은 높게 나타나고 있다.이러한 제품의 ‘메이드 인’ 효과는 시장별뿐 아니라 상품품목별, 고객 세그멘트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원산지 효과는 고가품(자동차·휴대전화 등)에서는 명확히 드러나는 반면, 저가품에서는 별로 두드러지지 않는다. 자동차, 휴대전화, TV부문의 특정국가 선호도는 선도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들간 차이가 극명한 데 비해 음료수, 국수와 같은 저가품에서는 국가간 선호도가 거의 비슷하다.각 상품군에 대한 고객의 지식 또한 선호도에 영향을 미친다. 휴대전화, 자동차, TV와 같은 고가품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가진 소비자들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일본 및 한국 제품 등 외국제품에 대해 더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다. 휴대전화의 경우 10~15%, 자동차의 경우 20~25%의 집단간 차이가 발견됐다. 또한 특정국가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가진 소비자들은 그 국가의 제품을 더 많이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 대해 친숙한 사람들이 한국제품을 고려하는 비율은 한국을 잘 모르는 사람보다 2배나 더 높다.이웃국가로 진출을 하고자 하는 아시아기업들은 아시아시장 전역에 걸쳐 나타나는 ‘메이드 인’ 효과의 차별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지역뿐 아니라 제품별, 고객 세그멘트별로 차별화돼 나타나는 원산지 효과는 기업의 시장접근 방식이 그 어느 때보다 맞춤화, 현지화돼야 함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