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빛 조명이 무대를 밝히면 에스메랄다를 향한 욕정에 가득 찬 신부 프롤로는 “춤을 추는 저 여인은 누군가. 신성한 노트르담성당 앞에서”라고 노래한다. 그리고 그는 ‘아나키아’(Anarkia)의 뜻을 묻는 음유시인 그랭구와르에게 “‘아나키아’는 ‘숙명’이라는 뜻”이라고 되받는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노트르담성당 벽 한구석에 적힌 ‘아나키아’라는 단어를 발견한 데서 착안해 지은 <노트르담 드 파리>는 이렇게 프랑스 특유의 화려한 조명과 감각적인 음악이 있는 아름다운 뮤지컬로 변신했다. 그리고 한국 뮤지컬팬을 감동시켰던 바로 그들이 1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현대무용, 힙합, 브레이크댄스, 아크로바틱 등으로 짜여진 배우들의 역동적 몸놀림은 여전했고 울림이 있는 뮤지컬 넘버의 매력 또한 그대로였다. 최근 한국의 콘텐츠 산업과 관련해서는 이야기 구성, 즉 ‘스토리텔링’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미 대문호의 탄탄한 원작을 가진 프랑스인들이 만든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탁월한 조명기술과 함축적 의미의 몸짓, 프랑스 고유의 색깔을 담은 현대적인 감각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돌아온 그들의 몸짓과 아름다운 선율은 1년 전의 것과 다름없었고 관객의 열광적인 반응도 똑같았다. 다만 이번엔 낯선 것에 대한 찬사 대신 친숙하지만 아름다운 배우들의 퍼포먼스에 대한 기립박수로 객석의 열기를 이끌어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2월26일까지 공연된다.초연의 열기에 힘입어 연초부터 한국 뮤지컬팬을 설레게 한 작품이 또 하나 있다. 조승우 신드롬을 낳았던 <지킬 앤 하이드>다. 2004년 초연된 <지킬 앤 하이드>는 한국 뮤지컬계가 들썩이게 할 정도로 많은 공과(功過)를 남겼다. 조승우라는 신예 뮤지컬 스타가 혜성같이 등장한 수확이 있었지만 뮤지컬 넘버 전곡 각각의 매력이나 함께 타이틀 롤을 맡은 류정한의 빼어난 음색이 묻힌 것은 과(過)다. 지난해 <돈키호테>로 연기력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며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류지킬’(‘류정한이 맡은 지킬’을 줄인 말)은 한층 성숙해진 모습에 기대에 부응하는 탄탄한 가창력으로 돌아왔다. 여기에 이전 공연에서 반주테이프(MR)가 이용됐던 것과 달리 20인조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가 더해져 클래식한 맛이 훨씬 잘 살아났다. 지난 2월4일까지 서울공연을 마친 <지킬앤하이드>는 대구(2월10~19일/대구 오페라하우스)를 거쳐 3월에는 일본에서 공연된다.오리엔탱고의 <라스트 탱고 인 서울(Last Tango in Seoul)>열정이 있는 소극장 무대오리엔탱고는 ‘발을 위한 탱고가 아닌 귀를 위한 탱고’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탱고의 본고장 아르헨티나에서 결성된 한국인 듀오다. 2000년에 데뷔한 오리엔탱고는 2002년 고국에서 첫무대를 가졌다. 이후 매년 정규공연과 각종 쇼케이스와 방송출연 등 활발한 활동을 통해 대중에게 훨씬 친숙해진 이들은 한국에 탱고를 전파하는 데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특히 이번 공연은 관객과의 거리를 좁혀 자연스럽고 흥겨운 무대를 만들기 위해 40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벌인다. ‘바이올린을 위한 탱고’(El Tango Para Violin), ‘슬픈 열정’(PasiOn Triste) 등 이들의 앨범에 수록된 빠른 비트의 곡들과 함께 열정적인 무대를 만들 예정이라고. 2월24~26일/백암아트홀/02-324-3814공연&전시▶국립오페라단 <투란도트>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가 유일하게 동양을 배경으로 해 작곡한 작품으로 이 같은 태생적 배경 때문인지 국내에서는 공연 때마다 늘 화제가 되곤 했다. 이번 국립오페라단의 <투란도트>는 독일 최고등급의 오페라극장인 하노버 국립극장 수석지휘자 구자범 마에스트로가 지휘를, 2003년에 이 작품을 이끌었던 울리세 산티키가 연출을 맡았다. 투란도트 역은 소프라노 서혜연과 베셀라 즐라테바가 그려낼 예정. 2월22~25일/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1588-7890▶연극 <그녀의 봄>통일 후 몇 년, 남도 북도 아닌 경도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암투, 절망, 희망을 풀어낸 작품이다. 공간적 배경인 경도는 남북한 통일 시범지구로 불안정한 도시의 이미지를 표현한다. 김철희, 리원석, 한기주의 사랑과 운명이 주된 스토리를 이루며 최원석, 최광일, 채국희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한다. 2월8~28일/동숭아트센터 소극장/02-762-9190▶<2006 최현우의 발렌타인 매직콘서트>지난 연말 ‘도시를 사랑으로 물들인다’는 모토로 ‘매직콘서트’를 열었던 신세대 마술사 최현우가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앙코르 공연을 펼친다. 일명 ‘최현우 표 스토리 매직’이라 불리는 그의 매직콘서트는 기승전결을 갖춘 스토리와 함께 진행되는 독특한 쇼다. 특히 콘서트가 열린 4년간 꾸준히 이어온 ‘프러포즈’ 코너로 밸런타인데이에 어울리는 이벤트가 되리라는 게 제작사측의 설명이다. 사연이 당첨된 관객은 800여명의 관중 앞에서 사랑을 고백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2월11~14일/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3218-9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