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말 정신없이 바빠요. 메이크업도 제대로 못하고 왔네요. 내일은 또 촬영차 푸켓으로 떠나야 하고요.”지난해 하반기 1집 앨범을 발표하면서 본격 섹시 댄스가수 대열에 올랐던 가수 전혜빈(25).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연기자로서 재능을 과시하며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입지를 굳혀가던 그녀는, 지난해 8월 서울 명동에 헤어숍을 오픈하며 ‘스타 사장’ 대열에도 진입했다.명동 중앙로에서 조금 외진 골목에 위치한 그녀의 헤어숍 이름은 ‘빈 헤어 벨’. 3층에 위치한 50여평 규모의 ‘빈 헤어 벨’은 보라색과 핑크를 컨셉 컬러로 모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사실 저는 머리를 만질 줄 몰라요.(웃음) 그저 어릴 적부터 관심이 많았죠. 헤어숍 원장님은 어머니세요. 뉴욕에서 너무 고생을 하셔서 그만 접고 들어오시라고 했더니 오시자마자 또 일을 시작하신 거예요. 아직도 일하실 때 장갑 하나 안 끼고 맨손으로 파마약 만지시는 거 보면 속도 상해요.”그녀의 설명대로라면 ‘빈 헤어 벨’의 사장은 전혜빈, 원장은 어머니인 양예향씨(50)다. 올해로 미용경력 25년의 베테랑인 양원장은 이미 6여년 전부터 한인타운이 있는 미국 뉴욕 플러싱에서 ‘빈 헤어 벨’의 전신인 헤어숍을 운영해 오던 터다.3년 전 ‘빈 헤어 벨’이라는 이름으로 재오픈해서 운영하던 헤어숍을 처분하고 귀국한 것이 지난해 7월. 그 이전에 전혜빈과 양예향 원장은 1년에 한두 번 상봉이 고작인 모녀지간이었던 셈이다.“플러싱에 있던 미용실은 그야말로 대박이었죠. 한인타운에 있긴 했어도 외국인 손님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기도 했죠. 많을 때는 하루에 100여명의 손님이 몰려들어서 정말 하루 종일 죽어라 일만 하기도 했어요.(웃음) 그러다 제가 쓰러지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서 딸 뒷바라지도 할 겸 들어왔는데 쉬는 게 오히려 어려웠던 것 같아요.”미국 뉴욕 한인타운에 이어 두번째중년여성 고객의 머리에 파마를 하며 그간의 얘기를 털어놓는 양원장은 전헤빈의 말대로 장갑 없는 ‘맨손’ 헤어디자이너였다. 벌써 20여년을 넘긴 버릇이라지만 화학약품인 파마 재료를 맨손으로 만지며 일하는 그녀의 손길은 고객에게 믿음을 주기도 한다.지난 8월 보증금 5,000만원을 포함, 총 2억여원을 투자해서 오픈한 ‘빈 헤어 벨’의 현재 성적표는 ‘보통 이상’. 인기스타가 하는 헤어숍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던 오픈 초기에 비하면 고객들의 발길이 조금은 뜸해졌지만 대신에 다시 찾는 단골들의 발길은 늘었다.‘쥬얼리’의 박정아, 가수 팀, 탤런트 유민 등 스타단골과 함께 ‘빈 헤어 벨’을 찾는 주 고객층은 10~30대. 고등학생과 대학생 유동인구가 많은 명동의 지역적 특성을 감안해 가장 수요가 많은 서비스인 헤어커트는 단돈 1만원선.나머지 파마와 염색 등은 재료의 등급에 따라 3만~10만원선이며 모발관리는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5대5라는데 직장인과 학생들을 위한 무난한 스타일과 함께 섀기스타일(일명 바람머리), 앞머리를 땋아 연출하는 ‘이효리식’ 특수 헤어가 강점이라고.올해 2개 점포 확장 계획“처음엔 서울 강남의 압구정동이나 청담동 쪽에 숍을 내자고 제안도 했죠. 근데 미용실은 문턱이 낮아야 한다는 어머니 생각이 워낙 뚜렷하셨어요. 그래도 제가 사장인데 오픈할 때 어머니한테 진 빚 때문에 목소리를 높이는 데도 한계가 있더라고요.(웃음) 있는 사람만, 찾는 사람만 오는 미용실보다는 누구나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는 원장 말씀을 따르기로 했죠.”전혜빈 사장의 설명이다. 오락 프로그램 패널 출연과 가수활동에 오는 3월 크랭크업 예정인 영화 준비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그녀는 일주일에 2회 정도는 헤어숍을 찾아 이것저것 점검한다. 이런 전사장을 두고 어머니인 양원장은 “낳고 나면 딸들이 엄마보다 한 수 위”라며 젊은 사장인 딸에 대한 은근한 칭찬을 늘어놓기도 했다.‘문턱 낮은 미용실’을 모토로 명동에서 처음 문을 연 ‘빈 헤어 벨’은 연내에 2개 가량의 분점 확장을 진행 중이다. 유력한 후보지는 강북의 노원구와 경기도 구리시로 잡고 있다. 기업형 프렌차이즈로 운영되는 다른 유명 브랜드 헤어숍들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서울의 외곽지역부터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세대가 다른 원장님과 저는 아무래도 생각의 차이가 있어 가끔 이견으로 부딪힐 때도 있어요. 주로 재료 문제 때문이죠. 하지만 헤어숍이 들어섰을 때 낯설거나 부담스럽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고객과 인간적인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일치를 했죠. 특히 여성에게는 헤어스타일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그 중요한 헤어스타일을 만지는 헤어디자이너와 직원들이 의자에 앉은 손님들께 믿음을 주지 못한다면 머리를 맡길 수가 없으니까요. 이 점에 관해서는 아무래도 20여년이 넘는 원장의 노하우가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그녀의 말처럼 실제 ‘빈 헤어 벨’에서 진행하고 고객 프로모션에는 어머니인 양원장이 제기한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대부분이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예가 ‘3달러 선물’이다.경쟁이 치열한 명동에서 가만히 앉아서 고객을 기다릴 수 없었던 이들은 거리에서 전단지를 뿌리며 링컨 대신 전혜빈의 얼굴이 새겨진 모조 달러 지폐를 쿠폰처럼 나눠주었다. ‘3달러 선물’은 그 쿠폰을 지참하고 ‘빈 헤어 벨’을 찾아 머리를 하는 고객들에게 말 그대로 현금 3달러를 환불해주는 것. 양원장은 “디스카운트도 고객을 즐겁게 하는 좋은 프로모션 방법이지만 실제 현금을 나눠주는 것도 큰 반향을 얻고 있다”고 귀띔하면서 “3개월에서 6개월에 한 번쯤 크든 작든 어떤 식으로든 고객들께 선물을 드리는 것도 고객관리 전략”이라고 덧붙였다.“1월에 ‘Bin-go’라는 신곡을 선보였고, 요즘 3월에 촬영이 시작될 영화 때문에 무에타이를 배우느라 몸이 좀더 힘들긴 하지만 20년이 넘게 버티신 어머니에 비하면 이건 시작일 뿐이죠.(웃음) 촬영으로 푸켓을 다녀오자마자 한인 이민 100주년 기념행사 때문에 미국 LA로 또 날아가야 해요. 아무리 바빠도 제 이름을 걸고 벌여놓은 일인데 헤어숍을 원장한테만 떠맡길 수는 없잖아요. 걱정만 앞서네요.”병술년 상반기 전혜빈의 행보는 더욱 바빠질 것 같다. 방송활동에 영화촬영, 3월로 예정된 ‘빈 헤어 벨’ 2호점 오픈까지 20대 중반인 그녀의 다이어리는 그 어느 CEO의 그것보다 더욱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